단·중거리 도심 운송에 특화콤팩트한 캡과 효율적 엔진특장차 고려한 프레임 설계
자동차를 보다 보면 '큰 게 좋다'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습니다. 짐을 많이 싣는 트럭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크고 강할수록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트럭의 세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무조건 크고 강한 트럭이 좋은 게 아니라, 어디에서 무엇을 싣고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더 중요하죠. 도심의 좁은 골목을 오가는 트럭이라면 거대한 차체가 오히려 부담일 수 있습니다.
타타대우모빌리티의 하이쎈(HIXEN)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 중형 트럭입니다. 저 역시 트럭을 보면 으레 '몇 톤 싣냐'부터 찾아보는데, 하이쎈은 '어디에 쓰느냐'를 먼저 이야기합니다. 이 차는 국내 중형 트럭 시장 가운데 일반하중·비보조축 시장을 겨냥한 모델입니다. 쉽게 풀면 "무거운 짐을 위해 보조축까지 달 필요가 없는 일반적인 도심 운송용 트럭"인데요. 이 시장은 전체 중형 트럭의 32%를 차지하고 단·중거리 수송과 환경차 비중이 큰 시장입니다. 도시에서 물건을 나르고 쓰레기를 수거하며 각종 특장 장비를 얹어 일하는 트럭들이 대표적이죠.
승용차로 비유하면 재미있습니다. 출퇴근과 골목길 주행이 많은 사람에게 대형 SUV가 반드시 정답은 아닌 것처럼 말이죠. 하이쎈은 트럭을 더 크게 만드는 대신 더 쓰기 좋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이쎈은 도심형 트럭을 표방하는 만큼 캡을 꽤 컴팩트하게 만들었습니다. 경쟁 중형트럭과 비교해 캡 높이는 고상캡보다 325mm, 저상캡보다 90mm 낮고, 캡 폭은 115mm 좁습니다.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트럭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폭이 조금만 줄어도 좁은 골목에서 여유를 확보하기 쉬워지고, 회전할 때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도 줄어들죠.
저처럼 승용차는 익숙하지만 트럭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승용차에서는 차폭 10cm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차체가 크고 시야가 높은 트럭에서는 좁은 길 하나를 통과할 때 그 10cm가 꽤나 귀찮은 숫자가 됩니다. 시장 골목이나 공사 현장처럼 길이 좁은 곳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하이쎈에는 5.0L 240마력·90kg·m DX05와 4.5L 235마력·86kgf·m F4.5 두 가지 엔진이 들어갑니다. 변속기는 ZF 8단 전자동 또는 앨리슨 9단 전자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엔진도 "무조건 세게!" 철학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저 큰 차가 240마력밖에 안 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트럭은 최고출력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무거운 짐을 싣고 저속에서 꾸준히 움직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하이쎈이 일반하중 시장을 겨냥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5.0L와 4.5L 엔진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더 큰 엔진으로 힘을 과시하기보다 실제 운송 환경에 필요한 수준으로 맞추고, 그만큼 초기 도입 비용과 운용 부담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후처리장치입니다. 하이쎈은 ERG(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을 없애고 SCR(선택적 촉매 환원) 방식만을 사용합니다. 요소수만 사용하겠다는 건데, 도심에서 저속 주행이 많고 일반하중 운행 비중이 높은 환경을 고려한 구성입니다. CCV 필터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유지비 측면에서 장점으로 제시됩니다. 트럭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움직이는 만큼 작은 유지비 차이도 무시할 수 없죠.
하이쎈의 또 다른 특징은 프레임입니다. 트럭에서 프레임은 사람으로 치면 뼈대와 같습니다. 엔진이 아무리 좋고 캡이 편해도 짐을 받치는 뼈대가 운송 목적에 맞지 않으면 곤란하죠. 하이쎈은 220mm 높이의 새로운 스트레이트 프레임을 사용했습니다. 준중형급 200 프레임보다 강성을 높이면서도 중형급 240 프레임보다는 무게를 줄였다고 합니다. 일반하중용 특장을 염두에 둔 구조입니다.
이 부분이 곧 하이쎈의 핵심입니다. 단순히 작은 중형 트럭이 아니라는 뜻이죠. 카고, 냉동탑, 쓰레기 수거차, 덤프 등 다양한 특장차 활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후축 리어챔버 방향을 바꾸고 주요 부품 배치를 최적화해 특장 장비와의 간섭을 줄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트럭은 승용차와 달리 차 한 대가 끝이 아닙니다. 차를 산 뒤 그 위에 어떤 장비를 올리느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집니다. 카고를 올리면 화물차가 되고, 냉동탑을 올리면 냉장·냉동 물류차가 되고, 압착식 쓰레기 수거 장비를 얹으면 환경차가 됩니다. 영화마다 다른 역할을 맡는 배우처럼, 여러 용도를 받아낼 수 있는 무대를 만든 셈이죠.
직접 몰아보니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역시 차의 크기입니다. 처음에는 승용차처럼 운전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그런데 몇 번 코너를 돌고 좁은 길을 지나면서 조금씩 긴장이 풀립니다. 특히 차체가 큰 트럭인데도 앞머리가 둔하게 따라오는 느낌이 적고, 방향을 바꿀 때 차가 한 박자 늦게 움직인다는 느낌도 크지 않습니다. 도심에서 쓰는 트럭이라면 이런 부분이 꽤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에서는 트럭 특유의 통통 튀는 느낌도 분명히 있습니다. 빈 차 상태에서 승용차 같은 부드러움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차체가 크게 출렁이거나 한쪽으로 쉽게 무너지는 느낌은 덜합니다. 하이쎈은 전축에 TLS 서스펜션을 적용했는데, 회사가 강조하는 승차감과 경량화를 직접 확인하려면 역시 이런 구간에서 차를 움직여보는 게 가장 빠릅니다. 적재 상태에 따라 움직임이 크게 달라지는 트럭인 만큼, 단순히 푹신한 것보다 차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붙잡아주느냐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운전하면서 의외였던 건 안전장비였습니다. 트럭을 타기 전에는 AEB나 차선이탈경고,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 같은 장비가 승용차만큼 자연스럽게 느껴질까 싶었는데, 막상 써보니 생각보다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체가 크고 시야가 높은 트럭일수록 이런 장비가 왜 필요한지를 깨닫습니다. 차로를 유지하고 앞차와의 거리를 맞추는 일이야 승용차와 같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차의 크기는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이쎈은 트럭에 대한 흔한 생각을 살짝 뒤집습니다. 큰 차가 좋은 차가 아니라, 내가 매일 다니는 길과 하는 일에 잘 맞는 차가 좋은 차라는 겁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심심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화려한 옵션이나 거대한 배기량 대신 효율과 기동성, 활용성을 이야기하는 차니까요. 하지만 하루 종일 도로 위에서 일하는 트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대단한 차냐가 아니라 얼마나 일을 잘 해내느냐입니다.
하이쎈을 보고 있으면 몸에 잘 맞는 공구가 떠오릅니다. 괜히 크고 무거운 공구를 들고 다니기보다 내가 하려는 일을 정확하게 해내는 공구 하나가 더 편할 때가 있습니다. 하이쎈도 그런 트럭에 가깝습니다. 거창한 힘을 과시하기보다 필요한 곳에서 제 몫을 다하는 차. 트럭을 잘 몰랐던 저에게 하이쎈이 남긴 인상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트럭도 잘 쓰이는 차가 좋은 차라는 겁니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