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증인 채택 불발에 이억원 위원장에 공세 집중청와대 개입·출시 일정 단축 의혹에 "지시 없었다"투자자 손실 사과···성장펀드·조각투자 인가도 논란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둘러싼 책임론에 휩싸이며 국정감사에서 진땀을 뺐다. 증권·자산운용업계 핵심 인사들의 증인 채택이 불발되면서 상품 도입 경위와 청와대 개입 의혹을 둘러싼 야당의 질의가 이 위원장에게 집중됐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상품 출시 이후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월13일 김 전 실장이 주재한 비공개회의에서 상품 도입이 사실상 결정됐다는 주장이다. 금융투자협회 회원사들의 요구가 없었는데도 협회가 먼저 도입을 건의했고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부정적 입장에서 찬성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 지시 여부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서는 유사 상품을 거래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투자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고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외화 유출과 환율 부담도 당시 고려한 요인으로 제시했다.
정책 결정 책임 따진 야당···이억원 사퇴 요구까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상품 출시 일정이 앞당겨진 배경을 추궁했다. 지난 1월28일 금융위 보고자료에는 2분기까지 법령과 시스템을 정비하고 하반기에 상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기재됐지만 3월18일 관계기관 회의 이후 출시 시점이 2분기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외부 지시에 따라 일정이 변경됐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 1월 30일부터 3월11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를 진행했으며 특별한 반대 의견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개별 상품의 상장 여부는 한국거래소가 심사하는 사안이라며 금융위가 직접 상장을 결정한 것도 아니라고 부연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상장심사 기간이 일반 상품의 절반에도 못 미친 점도 논란이 됐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일반 상품의 평균 상장심사 기간은 62일인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29일 만에 심사를 마쳤다. 박 의원은 고위험 상품의 상장심사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된 배경을 따져 물었고, 이 위원장은 상품별 심사 요건과 절차가 달라 기간만으로 비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송 의원은 청와대 지시 없이 금융위가 독자적으로 상품 도입을 결정했다면 투자자 손실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며 이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상품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도 투자자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서는 사과했다.
피해액 산정에 여야 이견···성장펀드·조각투자 심사도 도마
야당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자 피해 규모로 제시한 54조원에 대해서도 반박이 나왔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수치가 실제 피해 규모를 과장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 위원장도 공식 집계가 아닌 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만의 손실을 산출한 금액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8월14일까지 10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관련 상품의 매매손실 추정액은 약 2조3000억원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HFT) 세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종가 리밸런싱 거래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월평균 HFT 거래대금이 상품 상장 이전인 1~5월 2700조원에서 상장 이후인 6~8월 4200조원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의원은 한국거래소가 이상 거래를 제대로 감시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성장펀드에서는 투자심사의 공정성이 쟁점이었다. 박준태 의원은 올해 8월까지 상정된 투자 안건 30건이 모두 승인됐고 7개 안건에서는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이 심사에서 제외됐다며 심사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일부 위원의 반대와 위원회 전체의 의결은 구분해야 한다며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은 해당 안건 심사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 과정에서는 심사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년간 약 50만명을 대상으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운영한 루센트블록이 정식 인가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전관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저희가 요구하는 건 어떤 결정을 뒤집거나 자동으로 인가를 달라는 요청이 절대 아니다"라며 "요건을 갖췄다면 시장에서 냉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해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인가 대상을 2곳으로 제한한 것은 시장 여건과 효율성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심사 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공지했고 기존 사업자에 대한 예외 조치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시장이 형성돼 가면서 인가를 더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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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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