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시대에도 V12·V8 엔진 유지PHEV로 파워·효율성 동시 추구디자인·감성으로 브랜드 정체성 고수
람보르기니가 전동화 시대에도 내연기관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기모터를 배출가스 감축 수단에 그치지 않고 주행 성능을 끌어올리는 핵심 기술로 활용하는 한편, 브랜드의 상징인 V12·V8 엔진도 가능한 한 오래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페르민 소네이라 람보르기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8일 한국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데이 코리아 2026' 참석차 방한했다. 이날 뉴스웨이와 인터뷰에서 그는 "엔진 시대가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공도용 양산차에서 V12 엔진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다"고 말했다.
소네이라 CTO는 내연기관을 유지하려는 이유로 기술적 가치와 고객 수요, 규제 대응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고객들은 여전히 V12와 V8 엔진, 그 엔진이 주는 감성을 원한다"며 "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한 내연기관을 계속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람보르기니의 전동화 전략도 이런 기조에 맞춰져 있다. 회사는 레부엘토와 테메라리오, 우루스 SE 등 전 라인업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적용했다. 소네이라 CTO는 "하이브리드화는 배출가스를 줄이거나 효율을 높이는 것만이 아니라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레부엘토와 테메라리오는 전기모터 3개를 활용해 출발 단계부터 강한 토크를 제공한다. 엔진의 터보차저가 충분한 압력을 형성하기 전 힘이 부족해지는 터보랙을 줄이고, 더 큰 터보를 적용해 엔진 회전수와 출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좌우 바퀴에 전달되는 구동력을 조절하는 토크 벡터링 역시 주행 역동성을 높이는 요소다.
람보르기니는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PHEV 중심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2030년께 선보일 예정인 네 번째 모델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개발한다. 완전 전기차 역시 장기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소네이라 CTO는 전기차로 전환하더라도 람보르기니의 정체성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디자인과 감성, 성능이 람보르기니를 람보르기니답게 만드는 세 가지 축"이라며 "기술이 브랜드의 DNA에 맞춰 적응해야지, 기술 때문에 DNA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업계에서 완전 전기차 출시 시점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실제 고객들로부터는 관련 요구를 거의 듣지 못했다고도 했다. 소네이라 CTO는 "언론은 언제 완전 전기차를 만들 것이냐고 묻지만 고객들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며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엔진이 주는 감성과 주행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합성연료(e-fuel)는 내연기관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장기적인 대안으로 평가했다. 다만 생산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지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경계와 학습의 필요성을 동시에 언급했다. 빠른 개발 속도와 시장 확대는 완성차 업계가 배울 부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람보르기니는 희소성과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네이라 CTO는 엔진과 전기모터, 배터리, 공기역학, 경량화 기술을 통합해 완성차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이 람보르기니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엔진은 자동차를 만드는 출발점일 뿐"이라며 "여러 기술을 결합해 고객이 기대하는 성능과 감성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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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senn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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