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우주태양광 소재로 한 영화 프로젝트친숙한 콘텐츠로 기술과 산업을 재해석브랜드 인지도 강화의 새로운 전략
방산·우주·철강 등 일반 소비자와 직접 만날 일이 적은 B2B 기업들이 영화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제품이나 기술을 직접 설명하는 기존 기업 홍보에서 벗어나 영화의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해 회사가 추진하는 미래 사업을 알리려는 시도다. 대중에게 낯선 산업과 기술을 친숙한 콘텐츠로 풀어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ACFM)에서 공개된 영화 콘텐츠 플랫폼 '시네마바이브랜드'의 첫 브랜드 파트너로 참여한다. 이노션과 ACFM이 공동 기획한 프로젝트로, 기업이 전달하려는 가치와 영화 창작자의 이야기를 결합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한화가 영화의 소재로 선택한 것은 '우주태양광'이다. 우주에서 태양광 기술이 널리 활용되는 미래를 배경으로 인간의 기억과 감정, 생명 등을 다룬다. 영화계 전문가 심사를 거쳐 에드먼드 여 감독의 'Solar Poet', 홍의정 감독의 '달노을', 이진호 감독의 'The New Mission' 등 3편이 선정됐다. 한화는 2027년 작품을 제작해 국내외에 선보일 예정이다.
한화가 우주태양광을 영화 소재로 택한 것은 그룹이 추진하는 실제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한화는 태양광과 우주 기술을 결합한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를 달 환경에서 실증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시스템도 위성에 적용할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우주태양광을 영화의 배경으로 삼아 그룹이 추진하는 태양광·우주 사업의 방향성을 하나의 미래상으로 보여주겠다는 구상이다.
영화를 통해 미래 사업을 알리려는 배경에는 한화의 사업 구조도 자리 잡고 있다. 한화는 방산과 조선·해양, 태양광, 우주항공 등 일반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접하기 어려운 B2B 사업 비중이 높다. 자주포와 항공엔진, 태양광 셀, 위성 기술 등은 소비재와 달리 제품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인식하기 어렵다. 기술이나 제품의 성능을 설명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려는지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화는 이런 한계를 영화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우주태양광이 보편화된 미래를 영화의 배경으로 설정하고,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한화가 그리는 미래상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 역시 회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사업·기술을 통해 만들어가려는 세상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복잡한 산업 기술을 영화 콘텐츠와 결합하려는 시도는 철강업계에서도 나왔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5월 스타워즈 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와 협업해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알리는 영상을 제작했다.
서로 다른 강점을 지닌 두 주인공이 힘을 합치는 영화의 설정을 고로와 전기로를 함께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현대제철의 생산 방식에 빗댔다.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 속 이야기와 캐릭터를 활용해 철강 생산 공정이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전달한 것이다.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한화와 현대제철이 영화를 활용한 이유는 비슷하다. 기술 중심의 B2B 기업일수록 사업 내용을 일반 대중에게 짧고 쉽게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우주태양광이나 저탄소 철강처럼 아직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기술은 작동 원리와 생산 공정부터 설명하면 소비자가 의미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한화가 미래 기술을 영화의 서사로 풀어낸다면, 현대제철은 대중에게 친숙한 스타워즈의 캐릭터와 설정을 빌려 기술의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B2B 기업들이 대중과 만나는 방식을 바꾸는 데에는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친환경 전환이나 우주와 같은 신사업은 기업 고객에게 기술력을 알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자자와 잠재 인재, 지역사회 등에도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와 성장 방향을 설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당장 제품 판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어려운 기술과 미래 사업을 쉽게 전달하는 콘텐츠는 장기적으로 기업과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제품과 기술을 직접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기업의 사업 방향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박지영 한화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사장은 "기업과 창작자가 서로의 영역을 확장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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