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모두 회사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회사는 고객 신뢰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강조하고, 노조는 정당한 보상과 공정한 인사가 경쟁력의 바탕이라고 말한다. 강조하는 조건은 다르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그 안에서 직원들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는 맞닿아 있다.
그러나 교섭 경과를 설명할 때면 공동의 목표보다 각자의 노력이 앞선다. 회사는 수정안을 거듭 제시했다고 하고, 노조는 요구를 조정하고 핵심 안건을 압축했다고 한다. 자신은 움직였지만 상대는 충분히 움직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양측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엇을 양보했는지는 남지만, 무엇을 합의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흐릿하다.
초기 교섭 기록에도 이런 간극이 드러난다. 노조가 작성한 지난 3월 11일 회의록에 따르면 회사는 임금·복리후생 수정안을 제시하며 노조에도 요구안의 조정 여지와 우선순위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노조는 성과급과 연봉 테이블, 격려금 등 핵심 항목에 회사가 수용 가능한 규모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다음 안을 누가 먼저 내놓을지를 놓고도 순서가 엇갈렸다.
회사 제시안의 초기 베이스업은 1차 3.1%에서 4차 3.6%로 높아졌고 복리후생 항목도 추가됐다. 이후 회사는 임금 인상률 6.2%와 우리사주 대출 이자 지원 등을 제시했다. 노조도 요구 수준을 낮추고 단체협약 핵심 쟁점을 18개로 압축했다.
다만 각자가 양보의 근거로 내세우는 내용과 상대가 진전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은 달랐다. 우리사주 대출 이자 지원을 회사는 약 300억원이 드는 추가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직원이 주식을 취득하고 투자 위험을 부담해야 받는 혜택인 만큼 고정급 개선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단체협약도 회사는 조항 확대를 강조하고, 노조는 핵심 요구의 반영 여부를 따진다.
최근 통화에서 노조위원장은 모든 요구를 당장 수용해야 타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핵심 요구의 취지를 담는 방식은 교섭하고, 전체적인 합의 수준에 따라 일부 과제는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이를 회사 측에 전하며 입장을 묻자 그런 이야기를 했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이 반응만으로 실제 교섭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양측을 차례로 취재한 기자에게는 의문이 남았다. 노사가 각자의 요구와 제시안을 설명하는 만큼, 상대가 열어둔 조정 가능성도 충분히 확인하고 있는가. 상대의 요구가 왜 어려운지를 설명하는 데 익숙해진 나머지 어떤 조건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묻는 일은 뒤로 밀린 게 아닐까.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동안 갈등에 얽힌 주체와 절차는 늘어났다. 회사와 노조는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등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을 벌였고, 노조는 인사·보상 관련 의제를 한정해 삼성전자에도 교섭을 요구했다. 우리사주조합장 겸 노조위원장 명의로 유상증자 청약 일정의 재검토도 요청했다. 각 조치에는 당사자가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갈등에 대응하는 절차는 늘어났지만, 정작 교섭에서 접점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는 선명하지 않다.
생산 안정과 고객 신뢰도, 정당한 보상과 공정한 인사도 같은 사업장의 미래에 달려 있다. 갈등이 길어질수록 양측이 지키겠다는 가치도 함께 부담을 안는다.
노조는 지난 19일 회사에 교섭을 요청했다. 다시 마주 앉는 자리에서는 조정 가능한 조건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회사는 핵심 요구에 대해 수용 가능한 범위와 대안을 제시하고, 노조는 그 안에서 올해 합의할 과제와 후속 논의할 과제를 구체화해야 한다. 교섭의 성과는 만난 횟수나 수정안의 개수보다 합의할 조건을 얼마나 만들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회사의 미래를 함께 걱정한다면, 갈등을 끝내는 일도 공동의 책임이어야 한다.
뉴스웨이 현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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