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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 흥행이 서글픈 이유

[기자수첩] '7번방의 선물' 흥행이 서글픈 이유

등록 2013.03.20 09:18

수정 2013.03.20 09:22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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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번방의 선물' 흥행이 서글픈 이유 기사의 사진

아들이 하나 있다.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장애가 문제는 아니다. 세상 그 어떤 부모가 자식의 장애에 편견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장애 문제를 떠나 아들은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인생의 보물이다.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가장 투명한 거울을 자식이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그 거울이 깨졌다. 아직 그 거울은 깨진 것조차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모른다.

얼마 전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일방적 퇴원(퇴학) 통보를 받았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더 이상 돌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짐작은 했었다. 아들에게 앞으로 닥쳐올 사회적 거부 말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이렇게 빨리 온 것에 너무 놀랐다. 미쳐 준비할 겨를도 없었다. 그 거부가 곧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폭력의 한 형태란 사실과 그것에 대처할 힘이 없는 초라한 ‘부성’에 눈물을 흘렸다.

영화 ‘7번방의 선물’ 흥행에 연일 여러 분석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뻔한 신파성 영화가 어떻게 이런 흥행의 결과를 낳았는지 말이다. 지적 장애를 앓는 아빠의 절절한 부성에 1240만 명이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다.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폭력에 짓밟힌 부성을 얘기하는 영화에 관객들은 공감한 것이다.

영화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부모들이 느끼는 무기력함을 뜻밖에도 너무나 폭력적으로 그려냈다. 결과로만 놓고 보자면 그랬다. 극중 용구(류승룡)가 걸어갈 수밖에 없던 극단적 선택의 기로가 바로 장애에 대한 편견과 우리 사회의 폭력적 억압성마저 상품화로 돌리는 참담한 시각이란 점에 장애아를 둔 부모로서 서글펐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부모다. 정말 한 없이 눈물을 흘렸다. 영화 속 법정에서 고개를 숙인 용구의 심정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장애아를 둔 부모들도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현실에서나 영화에서나 장애에 대한 편견은 너무도 크다. ‘7번방의 선물’이 기록적인 흥행을 터트리며 한국영화 흥행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결과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도 서글펐다.

영화를 보며 흘린 눈물이 현실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는다. 현실과 영화 속 편견의 간극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좁아지기를 바라본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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