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제조업이 희망이다 ⑥ 중공업
국내 조선사들이 힘겨운 시기를 겪고 있다. 수출의 비중이 85%를 차지하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조선업계는 다른 한편에서 중국의 저가 정책과 원화 강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과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체 선박 수출액은 392억 달러로 378억 달러인 한국을 따돌리고 선박 수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이 지난 11년 동안 고수했던 자리다.
이에 조선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나섰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선박제조연비지수(EEDI)에 대한 규제를 도입키로 하면서 친환경·고효율 선박이 새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에코십(Eco-ship)’ 개발에 조선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국내 조선산업의 수출 규모는 중국에 뒤졌다. 전 세계 상선 발주량을 보면 지난해 4554만DWT로 지난 2007년 2억7300만DWT에 비해 무려 83%나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조선업은 지난 2001년부터 세계 조선수출 1위 자리를 매년 지켜왔지만 지난해 13년만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1위 자리를 중국에 넘겨줘야 하는 수모까지 당했다.
한국조선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에 비해 30% 가량 수출이 줄어든 반면에 중국은 5.9%로 완만한 감소량을 보여 한국 조선업의 한숨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 세계 조선업 경기 침체와 국내 조선업체들의 자금 유동성 악화가 원인”이며 “국내 조선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고 국내 구조적 불안 요인을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지목했다. 실제 중국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조선사들이 어려움을 겪자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구조물 수출 프로젝트 지원 등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불황을 겪는 조선산업에 대한 금융권의 여신지원이 소극적이어서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계 전체에 불고 있는 친환경 바람은 비단 조선업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환경규제는 국내 조선업계에 새로운 순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올해부터 선박제조연비지수(EEDI)에 대한 규정을 의무적으로 적용했다.
EEDI란 선박의 연비효율을 나타내는 지수로 1톤의 화물을 1해상 1852㎞(마일)를 운반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의미한다. IMO는 선박의 EEDI가 일정한 수준을 넘지 못하면 선박을 원천적으로 운항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이에 국내 조선업계는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오염물질 배출은 줄이는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세계 처음으로 ‘G-타입(Green Type)’의 친환경 선박 엔진 제작에 성공했다. G-타입 엔진은 전 세계적인 친환경·고효율 추세에 맞춰 현대중공업과 만디젤&터보사가 공동개발한 것이다.
기존 동급엔진 대비 최대 7%의 연비 향상과 약 7%의 유해가스 저감이 가능한 선박용 대형엔진의 최신기술인 울트라 롱 스트로크(Ultra Long Stroke)가 적용됐다.
이 엔진을 탑재한 포스트파나막스(7500TEU)급 컨테이너선을 운항시 연간 약 32억원,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에 적용 시 연간 약 14억원의 연료비 절감이 가능하다.
선박의 평균수명을 25년으로 가정하면 각각 800억원과 350억원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있다.
G-타입 엔진은 그리스 알미사의 31만9000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탑재됐으며 오는 4월 그리스 테나마리스사의 5000TEU급 컨테이너선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0년 녹색경영을 선포하면서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까지 30%, 2030년까지는 70%를 감축한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고 녹색 사업장 실현과 녹색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 한진해운과 함께 선박 연료소모량을 최대 15%까지 절감할 수 있는 ‘선박 통합 에너지관리 시스템’의 공동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선박 통합 에너지관리 시스템은 운항경로, 트림, 엔진 및 추진 성능, 배기가스 배출량 등 선박의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 관리해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한진해운의 4600TEU급 컨테이너선에 오는 5월께 장착돼 2016년 말까지 실선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1년 5월 덴마크의 만디젤과 함께 고압 천연가스를 주연료로 하는 선박용 추진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천연가스 엔진을 사용할 경우 동급 출력의 디젤 엔진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23%, 질소산화물(NOx)는 13%, 황산화물(SOx)은 최대 92%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이 선박 추진시스템을 1만4000TEU급 컨테이너운반선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1200만 달러 이상의 연료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아예 선박의 기존 연료 개념을 바꾼 연료전지 기술도 연구 중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포스코파워와 함께 공동개발 중인 선박용 연료전지는 300㎾ 이하로 LNG선 등에 보조 동력으로 탑재돼 출항이나 도착·선박 내 사용 전력으로 쓰이게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안전 규정제정은 국내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로는 호제로 작용할 것”이라며 “친환경·고효율 선박의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고 국내 조선사들이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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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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