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5분기 연속흑자 이웅범 LG이노텍 부사장
LG이노텍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발광다이오드(LED)에 1조5000억원가량의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 투자는 실패로 끝났다. LED TV가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탓이다.
LED TV 시장의 축소는 LED사업 대부분이 TV용 백라이트유닛(BLU)에 편중된 LG이노텍에 직격탄이 됐다. 이 때문에 당시 대표이사가 경질됐고 위기에 빠진 LG이노텍의 구원투수로 이웅범 부사장이 등판했다.
이 부사장은 LG전자 재직시절 레코드미디어 사업부장, PCB사업부장, 단말기 생산 담당을 차례로 역임하며 전자부품 및 휴대폰 제조 환경과 제품 안정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LG전자가 휴대전화 시장에서 전성기를 이끈 ‘초콜릿폰’이나 ‘프라다폰’ 등이 그의 성과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2007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LG이노텍으로 자리를 옮긴 이 부사장은 부품소재사업본부장을 맡아 고화소 카메라모듈, 반도체 기판, 차량용 모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첨단 부품소재 사업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핵심기술 확보를 통한 사업영역 확대 및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부품소재사업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전환하는데 앞장서며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능력도 인정받았다. 탁월한 현장 감각에 기반을 둔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으로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야전사령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가는 곳마다 보인 탁월한 성과를 이뤄낸 이 부사장은 LG이노텍을 살릴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부터 LG이노텍의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수처작주(隨處作主)’를 좌우명으로 삼는 이 부사장은 LG이노텍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공헌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 대표이사로의 목표다.
수처작주는 ‘내가 어디에 있더라도 늘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무슨 일을 하든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해야 애착이 가고 자신감이 생긴다는 의미다.
수처작주의 마음으로 LG이노텍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기 시작한 이 부사장은 취임 첫 분기부터 LG이노텍의 역대 분기 최대 매출 달성과 흑자전환을 이뤄내면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업 구조의 질적 개선을 선언하고 수익성 회복을 강조한 결과다. 이 같은 성과는 올해까지 이어져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5조316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이 부사장은 올해는 LG이노텍의 사상 최대 매출인 6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1분기에 이미 1조5500억여원을 달성해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부사장의 또 다른 목표는 출근이 기다려지는 ‘집보다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사업 구조의 질적 개선을 통한 성과 창출은 진정성 있는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가 임직원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 운영과 미혼 임직원의 매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것도 가족적인 분위기를 통해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그가 서울은 물론 구미·파주·광주 각 사업장을 방문해 구성원들과 진솔한 속이야기를 나누는 ‘통통(通通)토크’ 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지난달 30일에도 예정에 없던 구미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이 부사장은 생일을 맞은 직원에게 직접 축하 메일을 보내는 자상한 CEO(최고경영자)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한 없이 자상하기만 할 것 같은 이 부사장도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신상필벌 원칙을 강조하는 철두철미한 성격이다.
이 부사장은 최근 경제민주화 발 맞춰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에도 앞장서고 있다. 취임 초부터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을 준비해 지난해 8월 구축을 완료했다.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은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기업 스스로 준수하기 위해 운영하는 모니터링, 임직원에 대한 교육, 제재 및 포상 등의 준법시스템이다.
지난 2월에는 협력사와 공정거래 기반조성 및 동반성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면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협약을 통해 하도급 대금지급 조건 개선하고 동반성장 협력펀드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공동 혁신활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한 성과공유제 대상 협력사를 25개사에서 34개사로 확대했다. 이밖에 경영닥터제, 자주연구회 등의 경영지원 활동과 연구개발(R&D)지원, 교육지원, 소통 활동 등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사업성공을 위해서는 협력사의 경쟁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 체계 구축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에게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남아있다. LED 사업 부진이다. 이 부사장은 취임 초부터 LED 수익성 회복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원가 경쟁력을 확보와 사업구조 고도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2010년 이뤄진 대규모 투자 여파가 아직까지 가시지 않으면서 LG이노텍의 부채비율을 300% 가까이 끌어올렸다. 지난해 사장 승진이 유력했던 그가 부사장에 머무른 배경에는 LED 사업 부진을 완벽히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사장은 TV 시장과 특정 고객에 집중된 BLU 사업의 제품 및 고객 구조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LG이노텍이 지난달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국제조명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LED조명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이다.
전세계 LED조명 시장은 올해 13조원 규모에서 2017년에는 25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부사장이 LG이노텍의 LED 부문 정상화만 이끌어낸다면 사장 승진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웅범 대표는
△1957년 2월 10일 충남 부여 출생 △배문고, 한양대 화학공학, 캐나다 맥길대 경영학 석사 △1983년 LG상사 입사 △1986년 LG전자 전입 △2000년 LG전자 레코딩미디어 사업부장(상무) △2002년 LG전자 PCB사업부장 △2005년 LG전자 MC사업본부 단말 생산담당 △2006년 LG전자 MC사업본부 생산담당(부사장) △2010년 LG이노텍 부품소재사업본부장 △2012년 LG이노텍 대표이사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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