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發 친노-비노 갈등 격화···민주당 ‘내우외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태와 관련한 여야의 치열한 공방 속에 민주당 내에서의 계파갈등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을 도화선으로 친노-비노 간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문 의원과 당내 친노 인사들을 겨냥해 “정쟁에 불을 지피고 지금 와서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참으로 한가하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조 최고위원은 이어 “더 이상 당에 해를 끼치지 말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며 “현명하게 잘 판단하라”고 말해 사실상 문 의원의 의원직 사퇴 혹은 정계 은퇴까지 시사했다.

정대철 상임고문 역시 26일 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의원 때문에 김한길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민주당이 바보스럽게 됐다”고 공세를 펼쳤다. 그는 “문 의원이 공개하자고 해서 여야 간에 각각 자기들 목적에 따라 공개하도록 통과시켰는데,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친노 인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며 방어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정세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군 등에 칼 꽂는 사람이 국민들 등에 칼 꽂지 말라는 법 있는가”라며 “망발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 의원은 “싸우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고 억울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며 “아무렴 국기문란세력의 잘못에 비하겠나”라고 말해 문 의원을 감싸기도 했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싸움의 결론이 났을때 공과를 놓고 책임을 묻는 부분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문 의원의 성명을 보면 지금은 국정원 국정조사에 집중해 확실하게 국민들과 함께 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며 “당내에 있는 대다수 분들도 그런 취지의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화록 실종 규명을 둘러싸고 새누리당의 파상공세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민주당은 이를 타개할 당력 결집은 커녕 수세와 내분이라는 ‘내우외환’에 직면하게 됐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