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이상 슈퍼부자 15명 경영권 세습 부의 대물림1000억원 이상 40代 젊은 부자 21명도 모두 상속재산美·日 창업부자가 대부분···기형적 구조 한국과 대조
공정위가 지정한 총수가 있는 43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1세대 창업기업은 STX, 동부, 부영, 미래에셋, 태영, 웅진, 이랜드 등 7개 그룹으로 20%도 채 안 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STX와 웅진은 사실상 그룹이 해체된 상황이다. 동부, 부영, 태영 등도 이미 상속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황이어서 자수성가보다는 경영권세습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더욱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국내 주식부자 순위만 보더라도 자수성가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재벌닷컴이 1786개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평가한 결과 1조원 이상의 보유한 슈퍼부자 15명 가운데 자수성가 부자는 전무했다.
1위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위와 3위는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차지했다. 이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모두 부친으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재벌총수가 뒤를 이었다.
20위 안에는 김준일 락앤락 회장이 유일한 자수성가 부자였다. 50위 안에도 오세영 코라오그룹 회장, 이해진 NHN 이사회의장, 이준호 NHN COO, 박관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이사회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자수성가 부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100억원이 넘는 미성년 주식부자부터 1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40대 이하 젊은 부자까지 상속부자가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상장사 가운데 40세 미만의 나이에 1000억원 이상의 주식자산을 보유한 젊은부자는 구광모 LG전자 부장을 비롯해 21명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부장은 8월30일 기준 5679억원으로 40세 미만 주식부자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차남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장남 장세준 영풍전자 부사장 순이다.
그 뒤를 김영찬 골프존 회장의 장남 김원일 골프존 대표이사,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차남 세환씨,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보,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 아들 민호씨와 딸 민규씨, 고희선 농우그룹 회장 아들 준오씨,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 아들 주성씨가 뒤를 이었다. 21명 중 자수성가 부자는 전무한 상황이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대기업의 독식하는 부의 편중이 이로울리 없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기형적인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부자순위 1위의 빌게이츠를 비롯해 자수성가형 부자를 찾는 게 어렵지 않다. 20위권 내에는 월마트 가문을 제외하면 오히려 상속부자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를 비롯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등 젊은 부자들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도 부자순위 1위는 유니클로를 창업한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50대 부자 가운데에서도 재벌가 출신은 14명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부의 대물림이 만연한 것은 각종 편법을 통해 세금 없는 상속이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환사채, 일감몰아주기, 주식스와프 등 교묘하게 법을 피하는 방법을 동원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이 이뤄진다. 이는 재벌그룹이 지탄받는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를 줄이겠다는 정책방향이 결정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7월 전경련 하계포럼에 참석해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완화 방안을 검토해 세제개편안에 반영하겠다”며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서도 과세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부의 대물림을 막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회에서는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총수지분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편법적인 방법으로 세금 없이 부를 이전하는 일부 기업인과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일감몰아주기 과세 완화 발언은 재계의 요구사항을 사실상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