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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더 파이브’ 속 딸 죽는 장면, 내가 진짜 죽을 뻔”

[인터뷰] 김선아 “‘더 파이브’ 속 딸 죽는 장면, 내가 진짜 죽을 뻔”

등록 2013.11.25 09:36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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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웹툰이 참 인기는 있나 보다. 연달아 제작되는 영화의 원작들이 웹툰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더 파이브’란 영화도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살인마에게 가족을 살해당한 한 여인이 복수를 계획하기 위해 자신을 포함해 다섯 명의 사람들을 끌어 모아 계획을 실천하는 얘기다. ‘복수’ 속에 담긴 원초적인 증오의 감성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하게 배어있는 수작으로 온라인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인기도 높았다. 그리고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주인공이 김선아란다. 자타가 공인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다. 그런데 장르 영화 가운데서도 극단의 감정 표현이 필요한 복수극의 주인공이라고. 귀를 의심했다. 분명 잘못들었는데. 하지만 사실이었다. 그리고 언론시사회를 통해 ‘더 파이브’가 공개됐다. 스크린을 가득 메운 처연한 얼굴의 ‘고은아’. 김선아는 없었다. 살인마에게 가족을 잃은 하반신 불구의 한 여인만 있었다.

영화 개봉 전 늦은 오후 서울의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연이은 ‘더 파이브’ 홍보 인터뷰에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됐단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바로 전날 인터뷰 도중 코피를 쏟아 기자도 본인도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인터뷰를 중단하고 병원으로 가는 동안 실신했다. 가서 링거 주사를 맞은 뒤 다시 인터뷰에 임했단다. 눈앞에 앉아 있는 김선아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이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그는 “촬영이 끝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고은아와 이별을 못한 것 같다”면서 “정신 좀 차리고 잘 하겠다. 하지만 조금만 양해를 해달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의외였다. 아니 대중들이 그의 한 모습에만 기억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볍고 웃긴 그의 연기적 한 단면만 봐왔기 때문이다. 너무 진지하다. 아니 낯가림조차 심한 듯 했다. 인터뷰 내내 눈을 잘 마주치지 못했다. 김선아는 “연기를 잘 못해서 그냥 그 인물이 되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면서 “한 두 세 달 정도는 그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길다. 잘 안된다”며 애써 웃었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당연히 ‘더 파이브’ 속 고은아의 모습이다. 세상에 가장 소중하고 사랑한 남편과 딸을 두 눈 앞에서 살인마에게 잃었다. 자신은 하반신이 마비됐다. 몸의 상처보단 마음의 상처가 너무도 잔인했단다. 김선아는 고은아를 말하면서 순간 울음을 터트릴 뻔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그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잔인한 순간을 은아는 겪었다”면서 “실제로 딸이 살해되는 장면을 찍으면서 나도 죽을 뻔했다. 실제로”라며 기억하기 싫은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내 탁자에 엎드렸다. 김선아는 “정말 그 장면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 그냥 그런 것 있지 않나.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순간 온 몸이 얼어붙어 버리는 것”이라며 “한 3분 정도 내 모습을 그냥 찍었나. 순간 숨이 멈춰지고 안 쉬어졌다. 결국 카메라 감독님이 ‘이러다 사람잡겠다’며 촬영 중단을 선언했을 정도였다”고 다시 힘들어 했다.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다친 오른손 때문에 불편했던 김선아는 이날도 반 기브스를 하고 나왔다. 영화 속에서 한 단역 배우와 액션신을 찍던 도중 부상을 당했다. 이후 온주완과의 액션신에서 다시 다쳐 신경이 손상됐단다. 숟가락 조차 들기 힘들 정도라고.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김선아는 “이 팔 하나 조금 다친 게 뭐 대수라고 생각하며 촬영을 강행했다”면서 “강행을 한게 후회되는 게 아니다. 내가 다쳐보니 감정적으로 또 신체적으로 많이 다친 은아의 마음이 그때서야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재미있겠다’란 생각에 달려들었다”면서 “어렵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안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은아에게 동화되고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고, 휠체어를 타면서 너무 몸이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진지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어가던 그는 갑자기 자신의 두 다리를 곧게 뻗어 보여주며 “다리 근육도 너무 빠져서 볼품이 없어졌다”고 웃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명품 각선미였다. ‘망언’이라고 농담을 하자 김선아는 “그냥 분위기 무거워서 해본 말이다”며 웃었다. 순간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김선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대화를 통해 조금씩 은아를 떠나보내는 것 같다’고 물었다. 김선아는 “그렇게하도 해야 한다. 은아는 많이 힘들것이다”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대뜸 극중 남편으로 나온 배우 조한철을 언급했다. 촬영 기간 동안 실제 남편처럼 때론 아빠처럼 자신을 지켜줬다고.

김선아는 “촬영 기간 동안 대화를 할때나 전화통화 혹은 문자를 보낼 때 ‘남편님’이라고 했다”면서 “실제로도 너무 날 지켜줬다. 그가 없었다면 은아를 만들어 내지 못했을 것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미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수 없이 죽어봤단다. ‘더 파이브’에선 죽음 보다 더한 고통을 경험했다. 항상 자신을 극단으로 몰고가며 괴롭히는 스타일이란다. 김선아는 “엄마도 걱정을 많이 한다. 왜 자꾸 그렇게 널 괴롭히며 연기를 하냐고”라며 “이젠 좀 엄마 말을 들어야 하나란 생각도 든다”고 웃는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하늘이 어둑해졌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김선아는 조근조근한 말투로 속에 있는 무언가를 자꾸만 쏟아내고 있었다. ‘더 파이브’에 대한 것도 있었고, 일상적인 대화 혹은 아무런 의미없는 수다도 포함됐다. 그렇게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김선아와의 대화는 이어졌고, 김선아와 ‘더 파이브’의 고은아도 그렇게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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