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적 배경 빼면 인물-서사 사극 전개와 비슷···긴장감 상승효과
‘상속자들’은 시간적 배경이나 인물 설정, 사건전개 등으로 봐 누가 봐도 현대극이지만 극적구조를 보면 대부분의 사극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인물 설정은 첨예한 대립을 끌고가는 사극 속 인물과 닮아 시청률의 중요한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극이나 현대극이나 인물구도는 사실상 작품마다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두 인물의 대립이 얼마나 더 큰 극성을 띄느냐에 있는데 순간순간 죽음을 넘나드는 사극이 현대극에 비해 더 자극적이고 긴장감이 강하다. 사극이 다른 드라마에 비해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속자들’은 다른 현대극에서 보여준 극적 대립에 비해 짜릿하고 과격하다. 특히 주인공인 김탄(이민호 분)과 최영도(김우빈 분)는 일반적인 고등학생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과 질적으로 다르다. 초재벌 상속자로 알려진 차남 김탄의 실체는 호적에도 못 올라가는 첩의 아들 서자로 사극에서 많이 다룬 설움과 한의 캐릭터와 맞물린다. 굴지의 또다른 재벌의 독자 최영도는 신흥재벌이나 재계 2인자의 자식으로 강한 힘을 가진 권력자의 자제로 자주 등장하는 사극 속 상대역과 유사하다.
최고를 겨루는 파워맨들의 집권전쟁을 다루는 사극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서로가 칼끝으로 겨누며 결국 그 중 누구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싸움을 하기 때문. 이와 비슷한 상황이 ‘상속자들’에 등장하고, 실제 김탄의 대사에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서로 피치 못할 오해와 갈등으로 벼랑 끝에 선 김탄은 최영도의 끈질긴 압박에 대응하며 “누구 하나 쓰러져야 이 싸움이 끝난다”고 말한다.
사극에서는 수시로 특정인물의 죽음이 다뤄지지만 현대극에서는 개연성과 리얼리티 때문에 등장인물의 죽음을 쉽게 다룰 수 없다. ‘상속자들’ 역시 죽음에 가까운 공포감이 조성되지만 누군가 죽은 일은 없었다. 죽음이나 그 위기가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공식이라고 볼 때 ‘상속자들’은 아무도 죽지는 않으면서도 그만큼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묘미가 살아 있다.
여기에 사극 속 암투와 계략, 절정의 위기와 극복 등과 같은 다양한 재미 요소가 여기저기 포진해 있다. ‘사회배려자전형’으로 낙인찍힌 학생들이 당하는 고통을 주인공 차은상(박신혜 분)이 겪고, 이에 당당하게 대처하거나 남자주인공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분명 사극에서 꽤나 많이 본 대목이다. 권력이 악이면 이에 대응하고 극복하는 선 역시 권력임으로 보여준다. 악의 세력이 강할수록 선의 세력은 더욱 강한 결속력으로 이에 맞선다. 전회 엔딩에서 심각한 위기상황을 던져놓고 다음회에서 시원하게 해결하는 전개는 사극에서 가장 빈번히 활용하는 기법이다.
보통의 멜로보다 훨씬 강한 극성을 띄고 있는 ‘상속자들’이 ‘안전빵’ 사극보다 더 사랑받고 있는 가운데 가만히 눈을 감고 주인공들의 의상을 사극복장으로 바꿔 그들의 움직임을 상상해 본다면 시청자들은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용성 대중문화부장 lococo@
관련태그
뉴스웨이 문용성 기자
lococo@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