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보는 사람이 있으니까 만드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보는 사람들이 많으면 당연히 시청률은 올라갈 것이고,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게 최고다. 수많은 종류의 프로그램을 생산, 송출하는 방송사는 호불호와 상관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가급적이면 시청률이 좋아야 보람 있지 않은가. 도덕적 비판이 무서워도 먹고사는 문제에 봉착하면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만들고 방송하는 이유가 이렇다면 보는 이들은 왜 욕을 하면서 볼까? 일단 봐야 욕을 하기 때문이다. 남말하기 좋아하는 우리 시청자들이나 호사가들에게 아주 좋은 이야깃거리다. 게다가 드라마에서 다루는 모든 이야기는 황당하든 공감되든 우리와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이며, 사랑과 일 등 모두 사람과 삶을 관통한다. 주위에서 뭔가 욕을 하면 그게 뭔지 궁금해지는 게 또 인지상정 아닌가?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MBC ‘오로라공주’ 역시 논란이 논란을 낳는 양상으로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눈을 자극해왔고, 종영을 앞둔 시점까지도 여론을 형성하며 폐지운동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낳은 것이다. 여기에 노이즈마케팅 효과까지 곁들여지면 아무리 ‘욕먹는 드라마’라 해도 시청률 고공행진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결과도 빚어지기 마련이다.
드라마 제작과 방송에 대한 윤리적인 비평을 하자는 게 아니다. 소위 ‘막장 논란’과 더불어 방송계에 풀리지 않는 이 미스터리는 어찌 보면 방송 산업 근간에 언제나 자리잡고 있었다. 문제는 전파낭비 여부다. 막장이면 안 좋은 드라마라는 고정관념으로 재미난 드라마까지 매도할 필요는 없다. 우리네 인생 자체가 막장이고, 사회면에서 다뤄지는 대부분의 인간사가 막장인데 이보다 창의적인 서사를 추구하는 드라마는 오죽하겠는가.
이젠 막장 여부가 아니라 재미와 작품성, 만듦새를 놓고 드라마를 논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시청자들이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이미 기획 개발돼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는 시청률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계획에 따라 종영한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조기종영이란 고배를 마신 드라마는 대부분 시청률 때문이었지 소재나 스토리, 캐릭터 때문이 아니었다. 역대 고시청률 드라마들 가운데 막장 논란이 있었던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많다.
스타 작가와 스타 PD, 그리고 톱스타 캐스팅이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까지 좋은 대본과 좋은 연출, 좋은 연기라는 근본적인 요소가 작품의 가치판단 기준이자 흥행의 관건이 되고 있음을 인식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불륜이나 패륜 등 소재나 장르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 얼마나 재미있고 개연성 있는지에 관점을 두는 게 좋겠다. 소재와 장르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한국의 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초다. 결국 드라마는 드라마로, 영화는 영화로 보는 게 서로 다 좋은 일이다.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방송가와 드라마 업계에서 가장 선호하는 장르는 극중 인물들의 사랑을 다루는 멜로다. 이 안에서 ‘막장’만큼 세간의 관심을 끌어오기 좋은 소재도 없다. 만드는 쪽도 보는 쪽도 사람이 살면서 겪게 되는 무궁무진한 일들 가운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은 사랑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게 어디 있을까? 드라마는 드라마다. 다만 ‘파격’이 ‘파탄’으로 변질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문용성 대중문화부장 lococo@
뉴스웨이 문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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