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신용등급 ‘투기’로 강등···혁신 잃고 투자·인사 실패로 몰락의 길
27일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소니의 신용 등급을 ‘투기(junk) 등급’'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소니가 대차 대조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신용등급을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기존의 ‘Baa3’에서 투기등급인 ‘Ba1’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지난 2012년 9월 소니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직전까지 강등한 데 이어 1년4개월만에 또다시 투기등급으로 강등시켰다.
또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이미 2012년 12월 소니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한 상황이다.
무디스는 투기등등 강등 이유에 대해 “소니의 TV 및 PC 사업 분야가 난관에 부딪혔다”면서 “두 분야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데다 기술 변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니의 수익성은 약하고 불안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하며 TV·PC·휴대전화·디지털카메라 등 가전제품 분야에서 수익의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니는 지난해 중간결산(4~9월)에서 TV 사업 부진 등으로 158억엔의 적자를 기록하며 중간 결산으로는 3기 연속 적자를 냈다.
일본의 자존심이기도 한 소니의 몰락으로 일본인들의 상실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0~1990년대의 전자업계에는 소니의 적수가 없었다. 특히 스마트폰 이전에 최고의 혁신제품으로 꼽히는 소니의 ‘워크맨’은 기존 오디오 시장을 파괴시키며 새 시장을 창출했다.
TV 시장에서도 소니의 존재는 독보적이었다. 소니는 브라운관 TV 시절 20인치 수준의 화면을 40인치까지 키워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1995년 출시된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은 소니가 자랑하는 또하나의 명품이었다.
하지만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성공 이후 점차 평범한 회사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혁신을 자랑했던 ‘소니 스타일’을 잃어버리고 브랜드 파워에 의존한 평범한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영화 등 콘텐츠 사업에 큰돈을 투자하거나 기술표준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에만 몰두하면서 시장의 트렌드를 놓쳐버렸다.
소니가 자랑했던 워크맨은 MP3플레이어에 밀려났고, LCD TV 도입에 여유를 부리다가 후발주자이던 삼성과 LG에 평판TV 시장을 완전히 뺐겨버렸다.
최고경영자의 실책도 뼈아팠다. 소니의 4대 수장인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과 뒤를 이은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투자 실패, 인사 실패 등으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소니는 혁신 기술 대신 경영 효율화를 외치며 생존을 모색했지만 급변하는 IT업계에서 후발 주자로 뒤처지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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