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가 한국 시청자들과 친숙해진 것도 벌써 10여 년이 넘었다. 오랜 과도기를 거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젠 지상파 TV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그 위상이 꽤 높다.
케이블TV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초창기, 시청자들의 이목 끌기에 혈안이 돼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소재와 장면으로 도배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도 다소 눈살을 찌푸릴 만한 소위 ‘야한’ 프로그램이 곳곳에 배치돼 있지만 노골적으로 19금 콘텐츠를 생산했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런 개혁의 중심에는 CJ E&M의 양대 채널 tvN과 OCN이 있다. 두 채널은 수년간 혁신적인 콘텐츠 기획과 과감한 편성 전략 등으로 시청률은 물론 인지도, 작품성까지 몇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두 채널은 서로 확연히 다른 장르의 콘텐츠를 기획 개발하는 과정과 확고한 편성 전략으로 지금의 성공을 거뒀다. tvN은 한동안 ‘꽃미남 시리즈’와 같은 철저히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OCN은 ‘신의 퀴즈’ ‘텐’ 등 수사물 미스터리 장르를 고집했고, 기어이 3% 내외의 높은 시청률로 보상 받았다. 확실한 시청 타깃을 두고 지속적인 공략을 퍼부었던 결과다.
tvN은 참신한 소재와 새로운 시도, 웰메이드 드라마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얻고 있다. 사회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최고시청률 14% 기록, 수많은 화제를 낳은 국민드라마 ‘응답하라 1997’와 ‘응답하라 1994’를 비롯해, 타임슬립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으며 미국에 포맷 판매를 하는 쾌거를 올리는 ‘나인’, 군대를 소재로 군 콘텐츠 열풍을 선도한 ‘푸른거탑’, 국내 최초이자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1인가구와 먹방 트렌드를 접목시킨 ‘식샤를 합시다’ 등이 시청률은 물론 화제성과 각각의 콘텐츠 브랜드를 구축하며 신드롬, 또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간 것이다.
지난 3년간의 tvN 로맨스물 드라마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tvN + 로맨스물 =대박’이라는 흥행 공식이 성립할 만큼 뜨거운 사랑을 받아왔음을 알 수 있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물론이고, 2011년 ‘꽃미남 라면가게’로 시작해 ‘닥치고 꽃미남밴드(2012)’, ‘이웃집 꽃미남(2013)’으로 이어진 ‘꽃미남’ 시리즈도 대한민국 여심을 단번에 사로잡은 바 있다.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판타지와 현실이 잘 조합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와 함께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타임슬립 소재를 활용한 로맨스물도 완성도 높은 작품성을 자랑하며 눈길을 끌었다. 지현우와 유인나 주연의 ‘인현왕후의 남자(2012)’는 색다른 즐거움과 두 배의 볼거리로 시간여행 드라마의 한 단계 진화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판타지 멜로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 역시 단순 로맨스물을 뛰어넘는 2013년 최고의 수작이라는 호평 속에서 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 밖에 이종혁과 최수영의 ‘연애조작단 ; 시라노(2013)’, 미스터리 고스트 로맨스물 ‘후아유(2013)’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로맨스물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tvN 채널 신종수 콘텐츠편성전략팀장은 “tvN 드라마의 특징으로 ‘응답하라 1994’. ‘식샤를 합시다’ 등 기존의 드라마 포맷이 아닌 예능적 요소가 결합된 새로운 제작 방식의 예능형 드라마와 ‘로맨스가 필요해’,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등 웰메이드 로맨스물이 대표 장르로서 강세를 보여왔다. 이는 지상파에서 접할 수 없었던 세밀한 심리묘사를 토대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오는 4월 또 하나의 웰메이드 장르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 ‘갑동이’를 시작으로 만화 원작의 ‘미생’ 등 '공감'이라는 기존 장점은 극대화 하되 소재와 장르에서 다양성을 갖춘 콘텐츠 확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최근 폭 넓은 사랑을 받은 ‘응급남녀’처럼 '금토드라마'라는 신규 편성대를 개척하며 전 연령대에게 소구할 수 있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고 전했다.
OCN은 지난 2009년, 셜록 홈즈를 뛰어넘는 조선판 최고의 탐정 이야기를 담은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을 시작으로 채널만의 특색을 담아낸 오리지널 시리즈를 꾸준히 기획, 제작해왔다. 2010년 첫 선을 보인 국내 최초 메디컬 범죄수사극 ‘신의 퀴즈’는 올해 시즌4 방송을 앞두고 있고, 2011년 선보인 특수사건 전담반 ‘TEN’은 시즌2까지, 뱀파이어와 수사극의 성공적인 접목을 보여준 ‘뱀파이어 검사’ 역시 시즌2까지 선보이며 시청자들로부터 ‘믿고 보는 OCN’이라는 극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14년을 맞아 새롭게 내놓은 귀신 보는 형사 ‘처용’ 역시 폭발적인 호응 속에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OCN 채널 조율기 팀장은 “오리지널 TV시리즈는 OCN채널의 핵심 콘텐츠로, 2014년 하반기부터 주간 2개의 에피소드를 방영하고 주말 시간에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기존 OCN만의 수사물 외에도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확장, 색다른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한 나머지 방송 채널들은 콘텐츠뿐 아니라 경영면에서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고, 마니아층을 TV 앞에 불러 모으고, 제작과 유통, 매출과 수익 등 전반적인 매카니즘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두 채널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요즘이다.
문용성 대중문화부장 lococo@
뉴스웨이 문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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