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시대가 열린 이래 최고의 흥행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요즘 tvN ‘응답하라 1994’는 지난해 말 드라마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최고 시청률로는 11.9%까지 올랐다. 케이블TV 프로그램 중에서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수치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드라마와 출연진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바로 그 주인공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궁금하다.
-송강호, 김윤석, 설경구, 황정민 그 다음은 정우?
먼저 최고의 수혜자는 10년 무명시절을 거쳐 최근 가장 핫한 배우로 떠오른 배우 정우다.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출연해 권상우의 아내인 손태영과 연기호흡을 맞추기 전까지만 해도 정우는 일일아침드라마와 저예산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것 외에 각종 영화나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급도 못 미치는 단역 배우였다.
당시에도 정우는 연기력에 관해 각양각층에서 칭찬을 받아왔다. 다만 스타성의 부재로 역할 비중이 커지지 못하는 불운을 오랫동안 겪어야 했다. 주변의 평은 “연기는 잘 하는데 마스크나 이미지가 대중의 호감을 사기 힘들어 주연급으로 캐스팅하기 어렵다”는 저평가 일색이었다. 하지만 송강호, 김윤석, 설경구가 그랬듯 정우는 자신의 약점을 연기력으로 극복하고 좋은 작품을 만나 흥행에 성공, 지금의 인기가도를 걷게 된 것이다.
‘응답하라 1994’의 종영 이후 정우는 아주 새로운 세상을 맞이했다. 드라마와 영화업계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캐스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좋은 친구들’을 비롯한 여러 영화와 관련해 확정되지 않은 캐스팅 소식이 난무한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물론 언젠가 새 작품을 선택하겠지만 소속사 측에 따르면 정우는 ‘응답하라 1994’의 촬영 스케줄이 종영 직전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제대로 시나리오 검토조차 할 수 없어 차기작을 결정하지 못했다.
이래저래 제작사 사이에서는 가장 캐스팅하기 힘든 배우가 돼 버렸다. 소위 급이 달라진 정우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항간에는 “미리 잡아놓지 못해 아쉽다.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꽤 많았는데 지금은 얼굴 보기도 어려워지지 않겠나”라며 한숨 아닌 한숨을 쉬기도 한다. 또 “정우가 선택한 차기작 제작진은 로또에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농도 던진다.
- 어디 갔다 이제 왔나, 성나정? 새로운 여신의 탄생 고아라!
둘째 여자 주인공 성나정 역을 맡은 고아라는 과거 스타성에 덧붙여 연기력까지 호평을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아역 시절부터 예쁜 외모와 귀염성 때문에 일찌감치 스타덤에 올랐던 고아라지만 나이와 독특한 이미지로 인해 적합한 배역을 찾지 못해 활동 기간에 비해 많은 작품에 출연하지 못했었다. 오랜만에 만난 작품이 ‘응답하라 1994’인데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과감하고 진정성 있는 연기로 재조명의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 7일 시청률 공약으로 내세운 팬사인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서울 명동에 나온 고아라의 모습은 대중의 눈길을 끌고도 남았다. 행사장 무대 위에 선 고아라나 그를 바라보는 팬들은 마치 ‘응답하라 1994’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오래 간직하고 싶은지 신바람 나는 시간을 보냈다. 무릎 인대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감행해야 했고, 아직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각종 인터뷰와 이번 팬사인회를 소화하느라 바쁜 나날이었겠지만 만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노력한 대가로 고아라에게 주어진 선물은 바로 광고. 그의 인기는 먼저 광고업계에서 입증해 줬다. 한동안 광고모델로서의 활동이 적었던 만큼 고아라가 등장하는 모든 광고들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파트너인 정우와 호흡을 맞춘 광고들은 특히나 요즘 유행어로 떠오른 ‘케미’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됐다. 모르긴 몰라도 차기작을 선정하는 것보다 다른 광고에 모델로 간택되는 것이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
- 혜성 같이 나타난 물건? 다재다능 손호준
같은 날 손호준은 고향인 순천에서 5000명이 넘는 팬들에 둘러싸여 프리행사를 진행했다. 이미 서울 명동을 비롯해 여러 군데에서 똑같은 행사를 치른 뒤였는데도 손호준이 가는 곳마다 주위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얼떨떨해 하는 손호준의 옆에는 ‘삼천포’ 김성균과 같은 소속사 아이돌그룹인 티아라가 함께 있었다. 이참에 순천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어디서 나타났나 싶었던 손호준은 알고 보니 다재다능한 그야말로 ‘물건’이었다. 뮤지컬에 출연할 만큼 춤과 노래에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는 최근 티아라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놀랄만한 춤사위를 보여줬고, 같은 소속사 가수 씨야와는 듀엣곡까지 함께 불렀다. 이를 알아본 각종 예능과 라디오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그를 섭외하고자 애를 썼지만 이미 꽉찬 스케줄로 인해 고사해야 했다. 소속사 한 관계자는 “사실 손호준이 예능에도 꽤 관심이 많아 출연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하지만 최근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차기작들이 결정되면서 도저히 짬을 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응답하라 1994’에 함께 출연한 정우나 고아라와는 달리 손호준은 발빠르게 차기작을 선택했다. 현재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에서 주인공 요셉 역을 맡아 열연 중이며, 영화 ‘빅매치’에 캐스팅돼 촬영 중이다. 아울러 KBS 드라마 ‘총리와 나’ 후속으로 방송될 ‘태양은 가득히’에도 주연급으로 출연키로 결정됐다. 생애 최고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 떡잎부터 알아본 김성균의 전성시대, 팔색조 연기 어디까지?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뒤늦게 연예계에 데뷔한 김성균은 당시 명불허전 배우 하정우의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 존재감을 발휘한 신예였다. 첫 작품에서 돌풍을 일으킨 그는 신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차기작에서 주연을 맡는 행운을 얻었다. 영화 ‘이웃사람’이었는데 이 작품 역시 미친 연기력으로 관객을 압도, 충무로는 그를 잘 건져낸 원석이라고 평했다.
이어 영화계에서 그의 행보는 일취월장이란 표현이 어울리게 잠시도 쉴 틈 없는 작품 활동으로 이어졌다. ‘박수건달’ ‘은밀하게 위대하게’ 그리고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용의자’ 등이다. 어떤 작품에서건 미친 존재감을 발휘해 왔지만 이 작품들 속에서 김성균이 맡은 배역들은 대부분 조연급이어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한때 공중파 드라마에도 출연했지만 역시 만족스럽진 못했다.
그런 그에게 행운의 카드가 전달됐다. ‘응답하라 1994’다. 전대미문의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천포’ 역인데 이는 방송이 성공가도를 지나는 동안 ‘포블리’로 전환, 드라마 캐릭터 변천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가 됐다. 제작진은 김성균이 아니면 살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그동안 주로 해온 거칠고 매섭고 험한 캐릭터와 너무도 다른 ‘포블리’는 결국 김성균의 연기 스펙트럼을 180도 바꾸며 2배 이상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본인도 소속사 관계자도 꿈꾸지 못했던 이변도 이제 일상이 됐다. 온갖 광고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 잘 생긴 꽃미남도 아니고 흔한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달달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아니어서 아무리 잘 되도 광고모델 하기에는 힘들겠지 했던 것이 사실상 소속사의 속내였다. 식음료는 물론 이동통신사 광고까지 섭렵해 이제 TV만 켜면 그가 등장할 정도다. 물론 게런티도 3배 이상 폭등했다.
정우나 고아라처럼 김성균 역시 차기작 선정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는 단계. 다음 행보 하나하나가 향후 배우 생활의 경중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행운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다가올 수 있으나 행운을 떠나가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오래 남겨두기 위해서는 더욱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작품이 없어서 못 할 때보다 너무 많아서 선택하기 더 어려운,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이 어떤 발걸음으로 다시 한 번 폭죽을 터뜨릴지 기대된다.
문용성 대중문화부장 lococo@
뉴스웨이 문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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