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SK횡력 사건 핵심주범으로 김원홍씨 지목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지난 25일 SK그룹 총수 형제의 횡령 사건에 가담한 김씨에 대항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4년6월을 선고했다. 1심보다 형량을 1년 더 높였다.
재판부는 “다른 공범들에게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한 피고인이 횡령 방법을 착안하고 역할을 분담해 사실상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범들의 형과 비교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가볍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횡령 사건 범행을 사실상 주도했던 김씨의 형량을 공범들 가운데 가장 높게 선고한 것이다. 앞서 별도로 진행된 재판에서 최태원 회장은 징역 4년, 최재원 부회장은 징역 3년6월,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공범들 가운데 김씨에게 가장 무거운 형량을 선고함으로써 그를 주범으로 지목한 셈이다.
재판부는 1심에 비해 김씨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강도 높게 질책하기도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과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악용해 돈을 빼돌렸다.
빼돌린 돈을 송금 받는 방식에 대해서도 김씨는 공범인 김준홍 전 대표에게서 빌린 것이라고 했다가 김 전 대표가 변제한 것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거짓 진술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또 횡령한 자금도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활용했고 그 돈을 전혀 갚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외로 도피해 법망을 피했고, 국내에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공범들을 해외에서 조종하면서 본인만 빠져 나가려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비난했다.
김씨가 이번 횡령 사건의 핵심 주범으로 지목됨으로써 유죄가 확정된 최 회장 형제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선 김씨가 빠진 채 진행된 최 회장 형제의 재판에서 법원은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최 회장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이날 재판에서는 김씨가 이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면서 가장 무거운 형량이 선고됐다. 횡령 사건을 주도한 핵심 인물이 최 회장에서 김씨로 변경된 셈이다.
최 회장은 앞선 본인 재판에서 김씨를 증인으로 요청하며 그의 역할을 규명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수차례 요청했다.
특히 지난해 9월 최 회장의 항소심 재판 선고 직전 김씨가 체포돼 국내로 송환되면서 김씨를 증인으로 세우는 일이 어렵지 않는 상황이 됐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 진술을 들을 필요가 없다며 선고를 강행했다.
결국 김씨가 송환된 직후 검찰 수사와 법원 심리가 있었다면 사건 실체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가능했을 것이고 재판의 결과도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핵심 주범이 있는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됐다면 최 회장에게 선고된 양형 역시 다소 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며 “김씨와 최 회장 형제가 같은 법정에서 제대로 심리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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