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화 잠수함 보러 와서 '정의선 자동차' 찾은 캐나다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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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잠수함 보러 와서 '정의선 자동차' 찾은 캐나다 장관

등록 2026.02.03 17:58

신지훈

  기자

한화 거제사업장 찾아 "韓·獨 모두 자동차 제조국""자동차 협력이 잠수함보다 훨씬 더 큰 사업" 강조'자동차-방산 연계 패키지'에 수주 향방 갈릴 전망

한화 잠수함 보러 와서 '정의선 자동차' 찾은 캐나다 장관 기사의 사진

"한국과 독일은 모두 자동차 제조국이다. 이 분야 협력이 잠수함보다 훨씬 더 큰 사업이다."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을 총괄하는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았다. 명분은 잠수함 기술력 점검이었지만 이날 메시지의 방점은 '자동차'에 찍혔다. 잠수함 수주전의 승부가 잠수함의 성능을 넘어 자동차를 포함한 산업 전반의 경제 협력으로 확장됐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3일 한화오션에 따르면 퓨어 장관은 지난 2일 오전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사업장 내 조립공장을 둘러보고, 시운전 중인 장영실함에 직접 승선했다. 장영실함은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Ⅱ' 선도함이다.

퓨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업의 승자와는 수십 년간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며 CPSP가 국가 간 대항전(G2G) 성격으로 발전했음을 강조했다.

퓨어 장관은 "한국과 독일의 잠수함은 캐나다 해군이 요구하는 필수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며 "결정의 핵심은 비용과 일정, 그리고 캐나다에 미치는 경제적 이익"이라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 정부의 국방 조달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최고 책임자로, 지난해 캐나다 정부가 군사 조달 체계를 전면 개편·가속화하기 위해 새로 설립한 국방투자청을 관리·감독하는 등 CPSP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키맨'으로 꼽힌다.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가운데)이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국방부 이두희 차관(왼쪽 첫번째),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왼쪽 두번째)와 함께 캐나다 CPSP 사업에 제안한 장보고-III 배치-II 선도함인 장영실함에 승함하는 등 생산시설을 돌아봤다. 사진=한화오션 제공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가운데)이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국방부 이두희 차관(왼쪽 첫번째),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왼쪽 두번째)와 함께 캐나다 CPSP 사업에 제안한 장보고-III 배치-II 선도함인 장영실함에 승함하는 등 생산시설을 돌아봤다. 사진=한화오션 제공

이날 퓨어 장관의 발언 중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자동차 협력 언급이었다. 그는 "한국과 독일은 모두 자동차 제조국"이라며 "이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면 방산을 넘어 훨씬 더 큰 경제 협력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는 잠수함 사업보다 훨씬 더 큰 사업"이라고 말했다.

잠수함을 보러 왔지만, 이면에는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산업의 캐나다 투자 가능성을 정조준한 셈이다. 캐나다와의 자동차 산업 협력 규모가 잠수함 수주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캐나다 정부는 CPSP 수주 조건으로 한국과 독일 측에 자국 내 자동차 관련 생산시설 투자를 요구한 상황이다.

캐나다는 현재 경제구조를 새롭게 재편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공급망·안보·제조업 경쟁력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캐나다는 잠수함 사업을 단순 방산 조달이 아닌 국가 경제구조 재편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캐나다는 절충교역에 입각해 한국과 독일에 투자 등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있다. 그중 자동차 산업이 핵심으로 꼽힌다. 캐나다는 배터리 소재·생산·가공 등 캐나다 핵심광물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지원해 캐나다의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는 자동차 부문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캐나다 내 완성차 공장 신설에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수소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주 정부 특사단 일원으로 캐나다를 방문한 점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편, CPSP는 3000t급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프로젝트로, 건조 비용과 30년 유지·보수·운영(MRO)을 포함해 최대 6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와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한국 방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 계약이 된다.

CPSP는 오는 3월 최종 제안서 제출을 거쳐 6월 중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잠수함 성능이 '기본기'가 된 상황에서, 최종 승부는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산업 패키지' 경쟁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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