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새해 시작과 함께 안방극장에 고단하고 배고팠던 시절이지만 훈내나는 따뜻한 이웃들의 일상과 고향 어머니의 품같은 향수를 선물했던 드라마 ‘순금의 땅’을 이끈 일등 공신은 바로 강예솔과 백승희다. 8개월간의 여정을 끝낸 강예솔과 백승희가 제작진을 통해 그 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강예솔, “정순금 그 여인의 40년을 살아내는 동안 나도 성장했다”
길지않은 연기생활이지만 짧지않은 장기 프로젝트인 일일극에 도전해 이제 종영을 앞두기까지 타이틀롤 강예솔(정순금 역)은 감회를 묻는 첫 질문에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한 채 감회에 잠겼다.
“(웃음) 너무 많은 생각이 들어서 말문이 막혔다. 부담감도 컸고 잘해낼까 겁도 났는데 끝이 왔다. 생각만큼 잘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지만 주위 스탭들, 감독님, 동료 선후배 배우들 덕에 분명 배우로서는 성장한 느낌이다. 그중에서도 우창오빠(강은탁 분)가 호흡도 맞춰주고 많이 도움 줘 의지가 많이 됐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생애 첫 타이틀 롤에 대한 부담감은 실로 컸다고. 특히 ‘순금의 땅’에 들어갈 당시 대하드라마 ‘정도전’에도 출연 중이었기 때문에 준비기간도 부족했다고 털어놓았다.
강예솔은 “8개월 넘는 시간동안, 정순금이란 여자 40년의 인생을 산거더라. 그 40년의 생애를 표현하기에 너무 겁 없었던 것 같다. 더구나 순금이가 다 품고 배려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장면에서는 지금의 나로썬 솔직히 이해가 어려울 만큼 큰 사람이어서 힘들었던 적도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쭉 그간의 방송된 내용을 다시 돌려보며 정순금이란 여자를 들여다보고 생각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분들이 너무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셨기 때문에 강예솔 개인으로써는 오히려 더 얻은게 많다”고 고백했다.
강예솔은 방송 게시판도 자주 체크하고 시청자의 반응을 살핀다고. “얼마 전 한 시청자분이 남긴 장문의 글을 보고 울었다. 순금이를 이렇게 봐주고 응원하고 계시는구나 생각하니 감동이었다. 또 작품을 하면서 예전엔 어른들이 ‘저 때 참 배고팠는데’ 란 멘트나 보릿고개가 이해가 잘 안됐는데,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이제는 어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정서가 공감이 돼니, 순금이를 통해 정말 배려나 용서 이런걸 배운거다” 고 밝혔다.
단순히 연기만을 한게 아니라 주변인과 시청자와 본인 스스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그녀의 진중함이 빛을 발했기 때문에 오늘의 ‘순금의 땅’이 영광의 마지막회를 맞이한게 아닐까 싶을 만큼 다부진 대답으로 마무리지었다.
백승희, “캐릭터에 너무 몰입했지만 빠져나오는 법을 몰라 힘들정도”
이 작품의 쫀득한 재미와 긴장감을 팽팽하게 불어넣어준 또 하나의 일등공신, 진경 역의 백승희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들로 가득했다.
신인으로 보이지만 그녀에게 이미 ‘순금의 땅’은 열 번째 작품. 이 작품에 캐스팅되지 않았다면 아마 은퇴를 생각했을거라는 그녀이기에 진경이를 연기함에 있어 남다른 각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더구나 작품 속 뇌종양 환자로 정신이 온전치 않은데다 자살시도까지 해야하는 설정들은 배우 개인에게도 몹시 힘든 감정의 변화였기에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한 주에 쉬는 날 딱 하루고, 일일극이다보니 대본량도 엄청나다. 나쁜 씬을 찍을때는 캐릭터에 빠져 갈등선상에 있는 배우들과는 말도 안할 정도로 몰입했다. 이게 다 그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모르고 미숙하다보니 그런 훈련이 필요할 정도로 다들 몰입했던거다”며 작품에 대한 열정을 짐작케 했다.
그만큼 배우가 몰입했던 작품이기에 그에따른 에피소드도 특별했다. “정수(이병훈 분)오빠는 정말 진경이가 미웠다더라.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주로 맡았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 반응이 남달랐다. 경동시장에 갔는데 실제로 어머님들이 소금을 뿌리고 등짝을 때리기까지 했다. 자살씬을 촬영하다가 다리를 다쳤는데 흉터가 깊게 남았다” 실제로 그녀의 종아리엔 10여센티의 상처가 남았다.
하지만 마지막회를 앞두고 이제는 감정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기보다 오히려 진경이로 사는 것을 즐기기로 한 듯한 백승희의 여유가 묻어났다. “지금은 진경이가 불쌍하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시청자들도 순금이에 대한 무조건적 옹호가 아니라 진경이를 가엽게도 여긴다. 따지고보면 아들, 사랑하는 남자를 다뺏긴 여자가 진경 아닌가”
이같은 백승희의 대답은 누구보다 멋지고 시크하게 ’한진경‘이라는 악역을 소화해 낸 그녀의 다음이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아직도 진경이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몰입한 그녀의 솔직한 열정이 왜 그동안 ‘순금의 땅’이 사랑받을 수 있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게 했다.
한편 오는 25일부터는 새로운 TV소설 ‘일편단심 민들레’가 시작된다. 양부와의 약속을 가슴에 품고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꿈을 향해 달려가는 또순이 민들레의 가슴 따뜻한 성공기를 그린 작품.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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