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화 방식을 통해 차를 만들면 완성차 업체가 전담하던 설계부터 생산, 조립, 검사, 판매 등 자동차 생산의 과정 중 일부를 모듈업체가 분담하게 돼 조립 과정에서의 복잡한 과정을 축소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이 ‘모듈’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회사는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최초로 자동차산업에 모듈화를 도입하고 국내 사정에 맞게 발전시켜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의 전기를 다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999년 현대자동차의 미니밴 ‘트라제 XG’에 처음으로 섀시 모듈을 공급한 이후 모듈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 왔다. 2000년에는 운전석 모듈을 공급했고 2003년에는 프런트엔드 모듈을 생산하며 세계적인 모듈 업체로 성장해나갔다.
그 결과 지난해 말 현대모비스는 국내외 공장에서 생산한 샤시·운전석·프론트엔드 등 자동차 3대 핵심 모듈 세트 수량이 1억개를 돌파했다.
모듈 세트 1억개 누적 생산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로 이는 현대모비스가 모듈 사업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톱 플레이어에 올랐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모비스와 전략적으로 추진한 혁명적인 생산방식인 JIS(Just In Sequence)라는 모듈 생산 방식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서열 생산방식인 JIS 시스템은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에 생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부품업체가 생산한 모듈제품을 완성차 라인에 정확한 시간과 조립순서에 맞춰 투입시키는 것으로 토요타의 JIT(Just In Time) 방식 보다 혁신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02년부터 현대·기아차의 해외 진출 가속화에 힘입어 해외 시장에 함께 진출해 현지 완성차 부지 바로 옆에 공장을 세우고 터널 컨베이어를 통해 모듈을 직서열 공급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런 전략적인 글로벌 기지 육성을 통해 모듈을 적기양산, 공급하는 등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대모비스는 모듈의 범위를 단순 부품 조립단계에서 기능부품 통합단계로 확대시켜왔다. 기능부품 통합단계란 모듈을 더 이상 나뉠 수 없을 때까지 세분화하고 이를 분석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들을 통합해 모듈을 구성하는 부품 수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모듈 자체의 무게를 줄여 연비 향상 및 각종 물류비용의 절약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품질관리가 용이해지고 조립 생산성도 향상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모듈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 2005년 미국 크라이슬러와 완성형 섀시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까지 공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프 랭글러 차종에 적용되는 완성형 섀시 모듈의 누적 생산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현대모비스가 갖추고 있는 모듈 경쟁력의 핵심에 품질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품질 확보를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식별등 시스템·바코드 시스템·모니터링 시스템과 전장제품의 완벽한 검사를 위한 에코스 시스템, 체결력 보증 시스템 등을 전 생산라인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어느 작업자가 투입되더라도 실수를 하지 않게 하는 첨단 품질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품질시스템에 축적된 생산이력은 최소 23년간 통합적으로 보관 관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모듈 조립 품질을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듈의 재료가 되는 소재와 부품 품질은 물론 가장 기초 단계인 모듈 설계 당시의 설계 품질도 꼼꼼하게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현대모비스의 모듈 품질 확보 노력은 완성차인 현대·기아차의 품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J.D파워가 발표한 ‘자동차 100대당 품질문제 건수’에 따르면 모듈화 이전인 1998년부터 모듈화 사업이 정착된 2005년까지 8년간의 품질문제 건수 추이가 56% 정도 감소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모듈은 완성차의 품질향상, 원가절감, 생산성 증대를 가능케 하는 완성차 경쟁력 향상의 핵심요소”라며 “특히 경쟁력 있는 국내 부품 업체들의 수출 활로를 열어줘 국가 자동차 산업 생태계 진화와 국제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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