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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느니 죽는다’ 공공공사 발 빼는 건설사들

[담합의 경제학]‘앓느니 죽는다’ 공공공사 발 빼는 건설사들

등록 2014.10.15 07:30

수정 2014.10.15 08:56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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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현대건설 등 수주비중 급감최저가격 낙찰제 공사 기피현상 심화공사 따낼수록 손해··· “해서 뭐하나”

호남고속철도현장.  사진=코레일 제공호남고속철도현장. 사진=코레일 제공


건설사들이 대형 국책사업에 등을 돌리는 추세다. 과거 추진했던 공공공사에서 잇따라 입찰 담합(짬짜미)행위가 적발된 탓이다. 업계에선 일벌백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짬짜미가 사라지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건설사들이 원죄를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없지만 강력한 처벌만이 짬짜미 근절을 위한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짬짜미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입찰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주액 한자릿수 급감=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아예 공공공사에서 발을 빼는 형국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상반기 공공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다른 건설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5500억원에서 1325억원으로 줄었고 대우건설은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형건설사들 전체 수주액의 20%를 웃돌던 공공공사의 비중은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실제 턴키방식으로 발주된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 1공구와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하남선 2공구, 4호선 진접선 2공구 등 시공사를 찾지 못해 대형공사들이 줄줄이 유찰되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유찰사태의 원인은 수익성이다. 최저가격 입찰제를 통해 공사를 수주해도 손해가 불을 보듯 뻔해 입찰참가를 꺼리거나 짬짜미를 맺을 수밖에 없다는 게 건설업계의 항변이다. 공사비가 과거 공사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산정돼 현실성이 낮다는 것이다.

2008년~2009년 대형 국책 사업이 몰린 것도 문제다. 이 기간 공구 분할 방식으로 발주된 대형 공사 규모만 13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공기를 무리하게 단축하기 위해 공구 분할과 동시 발주를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4대강 사업이다. 정부는 2011년 말로 못 박은 준공 기한을 맞추기 위해 2009년 6월 15개 보 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했다. 공사비만 총 4조 1000억원에 달했다.

그나마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 건설사는 10곳에 불과했다. 정부가 사실상 건설사들에 짬짜미를 부추긴 꼴이다.

4대강 사업을 감사했던 감사원조차도 “업계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많은 공사를 발주해 경쟁을 제한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실적을 올리려는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짬짜미의 고리는 더욱 견고해지고 점점 더 끊어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과징금 폭탄에 ‘그로기’= 대형건설사들이 과징금으로 휘청인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사태의 악몽에서 헤어나오기도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융단 폭격이 이어진 탓이다.

최근 공정위에 따르면 담합 과징금 처분을 받은 44개 건설사 가운데 과징금 액수가 100억 원이 넘는 17개사를 조사한 결과 8개사가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17개 건설사가 지난해 기록한 영업이익은 8854억원이다. 올해 내야 할 과징금은 7202억원으로 이들 회사의 전체 과징금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81.3%에 이른다.

SK건설, 대우건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동부건설, 한진중공업, KCC건설, 대림산업 등 8개 건설회사는 올해 과징금이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많았다.

대림산업을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100~5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특히 GS건설과 SK건설은 영업손실이 매우 커 타격이 더욱 컸다. GS건설은 지난해 935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SK건설 역시 5541억원의 적자를 봤다. GS건설과 SK건설이 올해 부과받은 과징금은 각각 474억원과 576억원이다.

공정위로부터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설사는 삼성물산이다. 지난해 433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물산은 영업이익의 27.1%에 달하는 117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7월 말 삼성물산은 호남고속철도 짬짜미로 8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이는 전체 과징금 증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영업이익 대비 13.3%에 이르는 금액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2009년 8월 조달청이 공고한 9호선 3단계 919공구 공사를 현대산업개발을 들러리로 세워 입찰을 따냈다가 적발돼 시정명령과 함께 162억 4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과징금 부과건수가 가장 많은 회사는 코오롱글로벌이다. 코오롱글로벌의 과징금 액수는 172억원으로 영업이익 218억원의 79.1%다.

현재 조사 중인 4대강 2차 턴키공사와 천연가스 주배관 등까지 더해진다면 최대 3000억 원의 과징금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 연말에는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에 올해 짬짜미로 부과될 과징금은 17개 건설회사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성동규 기자 sdk@

뉴스웨이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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