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의 최고 미덕은 국내 영화에선 전무후무한 ‘더블 캐스팅’ ‘남남 케미’다. 김민-서필 ‘콤비 플레이’는 어떤 사건 속에 어떤 방식으로 끼워 넣어도 무방할 정도로 어색함이 없단 점이다. 이는 캐릭터 자체의 생동감과 장르의 경계선을 규정지을 수 없는 포괄적인 정체성에 있다. 실제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코미디를 바탕으로 액션과 드라마 그리고 미스터리가 교묘하게 뒤섞인 새로운 조합이다.
1편에 이은 2편 역시 같은 선이다. 영화 시작과 함께 롤러코스터에 버금가는 프롤로그로 문을 연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은 시간을 뛰어넘어 6개월째 외딴 섬에 유배 중인 김민(김명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유는 필요없다. 조선 정조 시절이란 배경만 놓고 보면 노론과 소론의 탕파 싸움에 휘말린 정조의 측근 김민이 누명을 쓰고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만 추측된다. 하지만 유배라고 침울할 필요는 없다. 김민은 특유의 유쾌함을 무기로 유배 생활을 즐긴다. 각종 실험과 발명으로 소일을 하면서 조력자 서필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 전역에 불량 은괴가 유통되고 경제가 무너지면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진단 소식을 듣게 된 김민은 탐정 본능을 참지 못하고 유배지를 도망친다. 이 과정에서 1편의 등장인물이 카메오로 깜짝 등장해 웃음을 선사한다. 물론 김민의 진짜 이유는 자신을 차아온 노비 소녀 다해의 부탁이다. 사라진 자신의 동생을 찾아달란 것이다. 김민은 사라진 다해의 동생과 불량 은괴 유통이 어떤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국법으로 은괴 제조가 금지된 조선에서 은괴의 유통 시작은 왜관이다. 김민과 서필은 왜관으로 잠입해 불량 은괴 조직을 조사하고, 이 과정에서 미스터리한 ‘왜인 기녀’ 히사코(이연희)를 만나게 된다. 불량 은괴 조직의 검은 손과 사라지는 노비들의 딸, 그리고 히사코의 미스터리한 행동은 김민과 서필 두 사람의 수사에 더욱 혼선을 주며 모든 사건은 점차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전편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이은 이번 ‘사라진 놉의 딸’이 시리즈물의 전형성을 띄는 것은 아무래도 김민과 서필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점일 것이다. 전편보다 더욱 명확하게 뚜렷해진 캐릭터의 성격은 영화 전반을 수 놓으며 관객들의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한다.
김민은 여전히 허당스러우면서도 천재적인 재능을 뽐내며 육해공을 넘나드는 활약을 펼친다. 자신이 불리하면 서필을 버려두고 삼십육계 줄행랑은 예삿일로 여기고, 검계 무리들의 추격 속에 서필을 속이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게 하는 장면은 웬만한 ‘강철심장’ 관객도 웃음보를 터트리게 만든다. 특히 ‘조선명탐정’의 진짜 묘미인 김민의 다양한 발명품은 이번 ‘사라진 놉의 딸’에서도 큰 역할을 다한다. 현대판 ‘지포라이터’ 옮겨 놓은 듯한 휴대용 불꽃 점화기, 수류탄을 모티브로 한 폭탄, 김민 발명품의 결정판인 조선판 행글라이더 ‘비거’는 보는 재미를 넘어 경험하는 재미를 전한다.
서필의 웃음 코드는 더욱 업그레이드된다. 무심한 듯한 말투 속에서도 김민을 향한 조력은 빛을 발한다. ‘욕지거리’에 가까운 ‘돌직구’를 날리는 강심장이지만, 때론 김민의 말 한 마디에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옷을 모두 벗고 ‘바바리맨’으로 나서는 우스꽝스런 모습은 ‘조선명탐정’ 속 서필의 존재감을 전하는 대목 가운데 극히 일부일 뿐이다.
김명민과 오달수는 시종일관 ‘주거니 받거니’를 반복하며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속 재미와 웃음의 전부를 책임진다. 특히, 왜관 유곽에서 벌이는 기녀들과의 에피소드는 사극 코미디의 상황극 절정이 닿을 수 있는 재미의 꼭지점이라고 부를 정도로 폭소탄을 터트릴 장면이다. 오달수는 전작 ‘국제시장’에서 황정민, 그리고 이번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속 ‘유곽 시퀀스’에서 선보인 동명이인 여배우 황정민과의 호흡을 통해 두 명의 황정민과 연기를 선보인 색다른 경험의 주인공이 됐다.
전편에서 ‘한객주’로 출연한 한지민의 팜므파탈적인 존재감은 이번 영화에선 이연희가 담당한다. 왜에서 온 기녀 히사코로 출연한 이연희는 기모노와 한복의 자태를 뽐내며 남성 관객들의 남심을 자극하는 섹시코드를 담당할 예정이다. 물론 이연희는 극중 노비 소녀 다해가 김민에게 말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노비”란 말의 숨은 뜻을 지니고 있는 이번 영화의 키포인트를 쥔 인물로 등장해 스토리의 중요한 변곡점을 담당한다.
이밖에 여러 인물이 카메오이자 뜻하지 않은 색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로 등장하며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의 시리즈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 영화가 끝난 뒤 등장하는 에필로그는 3편의 가능성과 함께 더욱 확장 가능한 스토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세밀한 영화적 개연성의 부족함과 서양의 ‘셜록홈즈’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조선명탐정’의 진짜 묘미는 ‘김민-서필’ 콤비의 활약상이다. 사건의 구조의 얼개가 주인공이라면 시리즈물의 묘미를 이번 영화에서 찾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기엔 김민과 서필의 매력도가 너무도 아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은 전편에 이은 또 다른 흥행작으로 벌써부터 추천해도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2편이 4년 만에 나왔다. 3편은 좀 더 일찍 나오길 기대해 본다. 충분히 그럴 만한 재미가 차고 넘친다. 개봉은 오는 11일.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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