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에요. 그래서 평범한 은행원이 받는 한 달 월급이 1만5천바트, 한화로 약 50만원 정도죠. 그런데 한류스타의 태국 콘서트 티켓은 한국 공연 티켓값과 비슷하게 책정되어 있어요. 그러니 티켓을 구입하려면 몇 달간 돈을 모아야만 마련할 수 있어요”(태국 현지 교포)
태국 현지에서 만난 가이드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충격적이었다. 인기가수의 콘서트 티켓은 10만원을 웃도는 금액. 이는 국내 기준으로도 결코 적지 않다. 하물며 태국 팬이 콘서트 티켓을 구입하려면 몇 달간 모으는 정성을 쏟아야 한다니 놀라지 아니할 수 없었다. 심지어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티켓오픈이 되자마자 팬들은 서로 표를 구하기 위해 티켓팅 경쟁을 펼친다고. 이처럼 다소 비싼 티켓값이 책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국에서의 한류스타들의 공연이 대성황을 이루는 비결은 무엇일까.
◆ 공연 관람 준비하는 과정, 한류를 즐기는 태국 팬 문화(文化)
김준수(XIA)는 21일 오후 6시(현지시간) 태국 방콕 썬더돔(THUNDER DOME)에서 아시아 투어 콘서트 ‘2015 시아 서드 아시아 투어 콘서트-플라워(2015 XIA 3rd ASIA TOUR CONCERT ‘FLOWER’)를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3000여명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성대한 막을 올렸다.
일찌감치 공연장 주변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굿즈를 판매하는 상인부터 일찍 공연장 앞에 와서 줄을 서고 있는 팬들로 가득했다. 더운 나라인 태국답게 팬들은 더위를 이기는 달인이 된 듯 했다. 김준수의 사진이 붙어있는 물병에 든 물을 마시거나 새로운 헤어스타일인 청록색 헤어로 변신한 그의 사진이 인쇄된 부채 등 다양한 굿즈로 더위를 시키며 그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공연장에 자리한 태국팬 피스(여,23세)씨는 “공연명인 ‘플라워(Flower)’에 맞게 꽃모양 머리띠도 하고 나왔다”라며 “공연을 보러 다닌지 9~10년 정도 됐다. 그룹 JYJ를 보러 일본과 베트남 공연도 다녀왔다”고 말하며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연이 시작되기 10분전, 팬들은 일제히 입장을 마치고 김준수가 무대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3000여 태국팬 함성에 만개한 김준수 꽃
팬들의 기대만큼 김준수의 공연은 뜨거웠고, 그는 무대에서 열정으로 만개했다.
1년8개월 만에 발표한 3번째 싱글 타이틀 곡 ‘플라워’는 김준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곡이다. 가사에 그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진정성을 더했다. 콘서트에 앞서 열린 기자회션에서 그는 “‘플라워’는 피우기 위해 노력하는 꽃의 이야기를 담았다. 피고 싶었지만 소외당한 꽃일 수도 있다”라며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 역시 만개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제목을 고스란히 가져온 공연은 무척이나 김준수 다웠다. 그룹 JYJ의 멤버가 아닌, 뮤지컬배우 김준수가 아닌 솔로가수 김준수의 콘서트였기에 그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더욱 붉게 빛났다.
공연의 막이 오르자 온몸으로 꽃을 표현하는 댄서의 퍼포먼스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스크린을 통해 꽃이 상영되며 그 의미에 대해 강조했다.
무대에 등장한 김준수는 ‘인크레더블’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레드벨벳 자켓을 입고 등장한 김준수는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 위해 청록색 머리스타일로 다채로움을 배가시켰다.
객석에서는 그의 머리를 따라한 팬들도 눈에 띄었다. 김준수는 “오랜만에 인사드린다. 보고싶었다”는 말로 1년6개월 만에 재회한 태국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어 펼친 곡은 3집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인 ‘엑스 송’. 준수는 정갈하게 차려입은 코트를 벗어던지고 여성 댄서들과 아찔한 춤을 선보였다. 준수의 역동적인 몸짓에 태국 팬들의 함성은 거세졌다. 김준수는 노련하게 무대를 장악했다. 마치 물 만난 인어공주처럼 무대 좌,우를 쉴 새 없이 오가며 팬들의 호응을 이끌었고 관능적인 퍼포먼스로 관객의 호흥에 화답했다.
◆ 발라드 vs 댄스, 화끈한 두 얼굴 매력에 여심(女心) 후끈
열정적인 무대서 내려가 순백의 정장으로 갈아입은 준수는 ‘러브 유 모어’를 열창했다.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선 그는 애절한 발라드로 썬더돔을 촉촉이 적셨다. 팬들은 꽃 모양 굿즈를 흔들며 그의 노래에 응원을 보냈다.
이어 김준수는 “이곳 썬더돔은 5년 전, 그룹 JYJ 투어 당시 첫 번째 콘서트를 개최한 곳이다”라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자신의 앨범에서 가장 잔잔한 노래라고 소개한 ‘마이 밤(My Night)’을 선보인 준수는 “평소 팬이었던 가수 나얼 씨가 주신 곡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남성 팬들은 굵직한 목소리로 김준수를 연호해 눈길을 끌었다. 실제 태국 공연장에서 관객석 중간에 남성 관객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공연장을 찾은 태국 팬 짜끄린(남,26세)씨는 “어머니가 김준수의 팬이라 공연을 같이 보러 다니다가 나도 어느새 팬이 되었다”라며 “김준수가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두말 필요 없는 무대였다. 행복했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이어 김준수는 드라마 OST메들리를 선보이며 작품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OST 곡을 열창하며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뮤지컬배우 다운 몰입도 높은 감정 표현이 관객들의 집중력을 높였다.
관객들은 한국어 가사로 선보인 OST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하는 떼창을 연출하는 광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남자 관객들의 굵직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이후 무대 전면의 스크린에서는 팬들을 위한 김준수의 스페셜 인터뷰가 담긴 브릿지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에서 김준수는 “춤과 노래는 저에게 자양분 같은 존재다”라며 “가수를 꿈꿨을 때부터 춤을 정말 좋아했다. 주로 노래를 불렀기에 (노래하는 사람이라) 저를 많이 알고 계셨기에 춤을 보여드릴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춤에 대한 갈망, 퍼포먼스에 대한 부분은 노래보다 더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 해외 팬과 소통 위한 특별한 코너, 지니 타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한 앨범도 어느덧 석장. 그는 “1집이 나를 표현하는 앨범이었다면 2집은 대중적인 앨범이었다. 2집은 밝고 경쾌한 곡 위주로 담았다. 3집은 1~2집의 연장선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타이틀곡 ‘플라워’를 처음 썼을 때 다른 방식으로 노래를 썼다. 꽃이라는 주제를 먼저 정했고 이후 ‘무섭지만 슬프게’라는 콘셉트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고등학생 시절 가수로 데뷔한 김준수는 올해 30. 그는 “팬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JYJ와 김준수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고마움과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라며 “앨범을 발표하고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혼신을 마음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바로 ‘지니 타임’. 김준수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지니로 변신해 팬들의 요구에 화답하는 이벤트다. 그는 약속대로 3가지 소원 해결에 나섰다. 지니 타임이 되자 팬들은 미리 준비해온 공책을 머리 위로 들고 자신의 소원을 해결해줄 것을 바라며 간절한 외침을 전했다. 그 중 두 개의 공책을 통해 요청한 신청곡을 즉석에서 선보였고 마지막 공책을 뽑아든 준수는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랩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던 것. 준수는 “타블로 형에게 요을 먹을까봐”라며 머쓱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민망해하면서도 끝까지 랩을 완창했다. 그는 “요즘 힙합과 랩에 빠져있다고 말했더니 한국에서도 (랩과 힙합을) 부쩍 시킨다”라며 “좋아하지만 수준 있는 랩을 들려드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하지만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노래를 하지 않고 랩을 할 것”이라고 자평해 웃음을 자아냈다.
태국 팬들이 가장 큰 환호를 보낸 코너가 바로 ‘지니타임’이었다. 현지 팬들은 ‘지니타임’의 매력으로 일제히 ‘소통’을 꼽았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팬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즉흥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스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 태국 팬 쏨차이(남,24세)는 “남자가 봐도 멋진 김준수의 공연을 손꼽아 기다렸다”라며 “특히 오늘 ‘지니타임’이 무척 기대된다. 빨리 무대서 만나고 싶다”라며 ‘지니타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공연은 나의 힘···뮤지컬+대중가요, 시너지 通했다
종반으로 갈 수록 공연은 클라이막스로 접어들었다. “여러분과 가장 뜨거워지고 싶은 곡”이라고 소개한 김준수는 ‘아웃 오브 컨트롤’과 ‘라이선스 러브’를 열창했다. 이후 펼쳐진 무대는 ‘뮤지컬 이즈 라이프’. 제목처럼 뮤지컬에 대한 그의 애정이 엿보이는 무대였다. 장우산과 탭댄스화를 착용하고 무대에 오른 준수는 마치 ‘브로드에이 47번가’를 연상키는 화려한 무대를 펼쳤다.
‘뮤지컬 이즈 라이프’는 공인이기에 많은 제약을 받는 고달픔 속에서도 뮤지컬을 통해 다양한 인물의 삶을 살 수 있는 현실에 만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가사가 인상적인 곡. 그는 “뮤지컬배우로서 또 연예인이기에 명동 한복판을 거닌다던지 놀이동산을 갈 수는 없지만 ‘엘리자벳’과 입맞추고 ‘드라큘라’나 ‘모차르트’도 될 수 있는 심경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공연했던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인 ‘러빙유 킵 미 얼라이브(Loving You Keep Me Alive)’를 열창했다. 비록 붉은색 입술에 검은 정장, 창백한 피부는 아니었지만 드라큘라의 순애보가 노래에서 뚝뚝 묻어났다. 김준수는 감정을 배제하고 부르겠다고 말했지만 공연의 감정이 북받치는 듯 그의 눈은 곧 촉촉해졌다.
클라이막스로 접어든 공연은 김준수의 신곡 ‘꽃’으로 꽃을 피웠다. 회색 제킷으로 갈아입은 그는 혼자였지만 댄서들과 한 몸이 된 듯 군무를 선보였다. 팬들은 그의 신곡 무대에 터질듯한 함성으로 화답하며 콘서트를 즐겼다. 작업에 앞서 ‘꽃’이라는 콘셉트를 먼저 정한 곡인 만큼 스토리가 강한 무대였다.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방송 활동을 할 수 없기에 콘서트 스토리를 염두해두고 제작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그의 무대는 강렬하고 화려했다.
◆ Musical in LiFE, 김준수가 무대에 오르는 이유
무대와 한 몸이 된 김준수는 노련했다. 뮤지컬에 대한 애정도 곳곳에서 느껴졌다. 하나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그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노래와 퍼포먼스로 전했다. 메시지 전달은 완벽했다. 그의 노련하고 매력 넘치는 퍼포먼스를 방송에서 보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그는 그러한 자신의 아쉬운 울분을 무대에서 토하고 있었다.
뮤지컬배우로서 진지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하나의 스토리와 또 그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설정은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는 콘셉트이지만 자신이 최근에 공연했던 뮤지컬 넘버를 라이브로 선보이거나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담은 ‘뮤지컬 인 라이프’의 무대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김준수는 때로는 애절한 발라드를 몰아서 선보이며 사랑에 대해 노래하며 눈물을 내비치거나 절도 있는 퍼포먼스로 섹시미를 과시하며 치명적 매력을 발산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데뷔 10년차 내공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특히 뮤지컬 무대에서 오랜 시간 갈고 닦아온 뮤지컬배우로서의 내공 역시 솔로가수 김준수의 적지 않은 부분이었다.
썬더돔에 운집한 3천여명의 팬들은 환호했고, 김준수는 2시간 반동안 지치지 않은 체력을 과시하며 팬들에게 내공이 빛나는 무대로 화답했다. 태국에서 빛난 별 김준수는 24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일본팬들과 만난 후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성료했다.
◆ 태국 내 한류, 공연형 아티스트가 승기(勝機) 잡는다
태국 팬들이 김준수에 열광하는 이유는 소위 뻔하지 않은 무대와 퍼포먼스, 가창력이다. 현지 팬 아이스(여,24세)씨는 “김준수의 태국 공연을 모두 봤다”라며 “앨범 스타일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곡들, 의상, 음악, 춤 모두 기쁘고 흥분된다. 김준수의 매력은 귀엽지만 멋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 가장 최고는 무대에서 선보이는 그의 퍼포먼스다”라고 김준수에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태국 팬 촌푸(여,19세) 역시 “태국을 들썩이게 하는 그의 에너지에 나도 힘을 얻는다”라며 “퍼포먼스와 가창력, 그리고 팬들을 웃게 만드는 매력까지 김준수는 멋진 아티스트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한류 팬들과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 일본 팬들은 외모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 거기에 감미롭고 젠틀한 미소까지 더해진다면 차세대 한류 스타로 손색이 없을 터. 하지만 태국 진출을 노린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느낀 태국의 한류는 태양을 삼킨 듯 뜨거웠다. 특히 이제 막 달아오르기 시작한 듯 갓 점화한 듯한 불꽃이 느껴졌다. 국내 한류스타들은 가수 연습생 시절 오랜 기간 춤과 노래를 연습하며 데뷔를 준비한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까지 연습생 시절을 거치기에 신인임에도 수준급 퍼포먼스와 노래를 구사하는 편. 이는 태국 진출에 가장 좋은 포석이 된다. 열광적인 퍼포먼스와 스토리 있는 공연, 특히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진정성 등 공연형 아티스트가 태국 내 한류 열풍의 승기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들이여, 태국을 바라보는가. 그렇다면 손에 든 거울을 내려놓고 운동화 끈을 묶어라.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방콕(태국)=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ssmoly6@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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