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이 누적 관객 수 200만을 돌파한 뒤 김우빈을 만났다. 이미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150만을 넘긴 시점이다. ‘친구2’부터 ‘기술자들’ 그리고 ‘스물’까지 3연타석 ‘손익분기점’ 돌파를 이뤄냈다. 사실 별거 아닌 기록으로 볼 수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결과물이다. 한해 수십편의 영화가 쏟아지고 그 가운데 출연 배우만 100여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제작자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배우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정말 감사하죠. 전 흥행이란 단어는 아직도 낯설고 어려워요. 제가 그런 걸 바라면 안되는 위치라고도 생각하구요(웃음). 절 선택해 주시면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해요. 공교롭게도 3편 다 손해를 끼치지 않은 결과를 낳았으니 너무 다행이죠. 올해 사주를 보니깐 잘된다고 하던데, ‘스물’이 신호탄인가 봐요, 하하하.”
김우빈의 ‘스물’ 합류는 사실 상당히 가파른 커브길 같았다. 당시 전작 ‘기술자들’을 촬영하고 있을 당시 출연 제의를 받았고, 시나리오를 본 뒤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하지만 스케줄이 문제였다. ‘기술자들’을 끝낸 지 불과 3일 뒤 ‘스물’ 현장에 합류했다. 말이 안 되는 합류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김우빈의 ‘치호(극중 배역 이름) 놀음’은 완전히 맞춤옷처럼 딱 들어맞았다.
“사실 준비를 너무 많이 못했어요. ‘스물’이 촬영하고 한 달 조금 안됐나? 그 시점에 제가 합류했으니까요. 너무 급하게 현장에 합류했는데, 감독님과 준호 하늘이가 절 너무 편하게 해주셨어요. 조금만 틈이 보여도 ‘천천히 해도 되’라며 감독님이 기다려주셨고. 준호 하늘이는 동갑내기라 의지도 많이 했었죠. 그냥 지금도 놀다 온 기분이었어요. 하하하.”
그의 말대로 영화를 보면 급하게 합류한 티가 조금은 베어나오기도 한다. 영화 속 ‘날백수’ 치호가 아침에 들어와 ‘나 지금 잘 건데’란 장면에서 언뜻 화면에 잡힌 김우빈의 우람한 팔 근육은 전작 ‘기술자들’의 아우라가 이어진 잔상이기도 하다. 이 말에 김우빈은 “만드는 건 좀 쉬운 것 같은데, 짧은 시간 동안 근육은 절대 못빼겠더라”라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외모적으론 그런 세밀함이 조금 아쉽죠. 더욱이 사실 치호에 대한 이입감은 저 스스로도 없었어요. 여러 번 인터뷰를 통해 말씀드렸지만 실제 저의 20대와는 완전히 틀린 삶은 살아가는 모습이잖아요. 연애 스타일은 절대 저와 반대구요(웃음).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치호의 행동들이 알거 같았죠. 특히 대사가 주는 공감대가 정말 마법 같았어요. 머리로는 이해가 조금 안 되는 데 몸이 따라가고, 또 반대의 상황도 있었고.”
사실 김우빈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치호와는 전혀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 실제 스무살을 보냈다. 확실하게 모델에 대한 꿈을 갖고 10대 시절부터 준비를 해왔다. 모델 데뷔 후에는 연기자로서의 전업을 위해 작은 역할부터 마다하지 않고 밝아왔다. 그의 스무살과 영화 ‘스물’ 속 치호의 스무살은 언뜻 봐도 오버랩의 기준점이 달랐다.
“치호도 그랬을 같아요. 멍 때리는 장면이 많은 데, 실제로 제가 집에서 그래요. 멍하니 앉아 있다고 진짜 아무 생각도 안할까요? 아닐거라 생각했죠. 생각을 비우는 작업이 아닐까라고. 자꾸 덜어내면서 비우고 나면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진짜 알게 되는 순간을 찾아가는 과정이 치호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의 저는 뭐···(웃음)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 진 것에 너무 감사하죠.”
스무 살 얘기 속에서 김우빈의 영화 속 친구와 실제 친구들의 얘기가 너무도 궁금해졌다. 영화에선 이준호 강하늘과 찰떡 호흡을 펼쳤다. 실제로도 ‘스물’의 동우(이준호), 경재(강하늘) 같은 죽마고우 친구들도 있단다. 요샌 바뻐서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영화 속 ‘소소반점’처럼 오랜 아지트도 있다고.
“남자들 다 똑같잖아요(웃음). 우선 영화에서도 준호와 하늘이, 그냥 ‘스물’의 그 모습 그대로였어요. 서로들 수다 떨기 바빴고, 연기 끝나면 놀리고 웃고 장난치고. 사실 그 친구들이 빠른 90년생인데 저랑 뭐 친구하기로 했죠. 하하하. 만약 친구가 아니었다면 ‘스물’의 맛이 좀 덜하지 않았을까요? 실제 ‘스물’ 속 친구들도 있어요. 모델일 하면서 사귄 친구들인데, 사로 만나서 맥주 한 잔씩도 하고 그래요. 요샌 저도 바쁘고 그 친구들도 준비 중이라 만나지 못했는데, 조만간 한 작품에서 만나길 기대하고 있어요.”
‘스물’까지 포함해 3연타석 흥행포를 날린 김우빈은 이제 충무로의 대세이자 흥행 보증수표가 됐다. 누가 뭐라 해도 이견이 없는 캐스팅 0순위가 김우빈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잇딴 러브콜이 그에게 집중하고 있다. 한때 특이한 외모로 ‘공룡’ 별명까지 얻었지만 이젠 개성이자 ‘잘생김’으로 대중들은 김우빈을 기억한다.
“너무 감사하죠. 특이한 외모를 개성이라고 해주시니. 하하하. 사실 제가 그리 잘생긴 외모도 아니고(웃음). 저한테 맞는 옷이 무얼까 계속 고민하면서 작품을 고르고 있어요. 제가 작품을 까다롭게 고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보단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무언지를 골라가면서 작품을 보려고 해요. 잘 하지도 못하는 데 어떤 다른 ‘자극’에 덥썩 물었다가는 저도 피해지만 그 작품에 매달린 수십 수백명의 스태프에게 너무 큰 피해잖아요. 어떤 옷이 잘 어울릴지 잘 고민하고 선택한 다음 찾아뵐께요.”
차기작으로 만약 이병헌 감독의 신작 제의가 온다면 어떨까. 그는 이병헌 감독을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천재라고 꼽았다. 제작발표회 당시 언급된 ‘서른’ 그리고 ‘마흔’으로 이어지는 시리즈물은 어떨까.
“이병헌 감독님 작품이라면 전 무조건 합니다. 조건 없습니다. 무조건. 그런데 ‘서른’ 그리고 ‘마흔’은 아직 제 나이가 아닌데, 그때 가봐야죠. 하하하. 그리고 바로 다음에 감독님이 절 쓰실까요. 에이. 아무튼 이병헌 감독님과는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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