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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미·오현경·박탐희, 아침드라마 악녀 전쟁

고은미·오현경·박탐희, 아침드라마 악녀 전쟁

등록 2015.05.12 06:00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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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미, 오현경, 박탐희(좌로부터) / 사진=MBC, tvN, SBS 제공고은미, 오현경, 박탐희(좌로부터) / 사진=MBC, tvN, SBS 제공


욕하면서 본다는 말이 있다. 드라마 속 악녀(惡女)의 만행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져 화가 난다. 하지만 눈을 이미 텔레비전에 고정. 화나고 황당하기까지 하지만 채널을 돌릴 수 없다.

드라마 속 악녀는 시청자를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 모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악녀들은 불륜, 살인도 서슴지 않으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산다. 이들의 끝없는 악행에 욕이 저절로 나오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 후련한 기분은 카타르시스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기분을 느끼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드라마를 정주행 하게 된다. 악녀가 오늘은 또 어떤 독한 행동을 할지, 악녀가 어떤 최후를 맞게 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주 시청 타겟이 주부인 아침드라마는 악녀의 등장이 필수다. 더 독하고 열정적인 악녀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다. 현재 방영 중인 아침드라마 세 편에는 독하디 독한 악녀 3인방이 시청자들의 원성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폭풍의 여자’ 고은미, ‘황홀한 이웃’ 박탐희, ‘울지 않는 새’ 오현경이 그 주인공이다.

사진=MBC '폭풍의 여자' 사진=MBC '폭풍의 여자'


◆ 고은미, ‘폭풍의 여자’ 흥행 견인차 역할 톡톡

MBC 일일드라마 ‘폭풍의 여자’(극본 은주영, 연출 이민수)는 악녀 고은미의 활약에 힘입어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오는 15일 종영을 앞둔 ‘폭풍의 여자’는 140회 대장정을 숨가쁘게 달려왔다.

극중 도혜빈(고은미 분)은 주인공 한정임(박선영 분)의 딸이 학교 폭력을 당해 사망에 이르게 한 아이의 모친이자 한정임 남편과 외도를 저지른다. 대형 그룹 회장의 서자로 알 만한 사람들은 혜빈이 첩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뒤에서 수군댄다. 그런 혜빈에게 친구가 되어 준 것은 한정임이었다. 하지만 혜빈에게 의리 따윈 없었다. 혜빈은 박현성(정찬 분)과의 결혼 생활에 지쳐갈 무렵 그의 눈앞에 첫사랑과 꼭 닮은 남자가 나타났다. 바로 정임의 남편.

혜빈은 아무렇지 않게 정임의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유혹을 감행해놓고도 죄책감이나 미안함은 안중에도 없다. 뺑소니 사고, 사기, 협박, 남치, 매수 등을 저질러 놓고도 한정임 앞에서 버럭 소리를 지르며 핏대를 세운다.

도혜빈의 악행은 나쁜 행동을 넘어서 범죄 수준. 위조와 매수는 애교수준이다. ‘폭풍의 여자’는 극 초반부터 등장인물의 사고와 사망, 불륜 등 자극적인 내용이 펼쳐졌다. 이러한 악행을 주도한 것은 도혜빈이었다. 주인공의 절친이었기에 시청자들의 분노는 컸다.

종영까지 단 3회분을 남겨놓고 있지만 주인공 박선영의 통쾌한 복수는 번번히 고은미의 치밀한 전략과 계산에 가로막히는 모양새다. 악녀 고은미는 마지막까지 악함을 굽히지 않은 채 최후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8년 만에 악역으로 돌아온 고은미에게 ‘폭풍의 여자’는 특별하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원 없이 째려보고, 소리도 지르는데 재밌다”라며 “악역이 체질에 맞는 것 같다”며 악역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폭풍의 여자’ 흥행의 8할은 고은미 몫이 아닐까.

◆ 불륜 악녀의 원조, ‘황홀한 이웃’ 박탐희

악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있다. 바로 박탐희. 2000년대 후반, 김서형-이유리와 함게 新악녀 계보를 쓴 박탐희는 다수의 작품에서 악녀 역할을 맡아 많은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다.

박탐희는 SBS 일일드라마 ‘황홀한 이웃’(극본 박혜련, 연출 박경렬)에서 재별 2세지만 사랑과 명예 모두를 가져야 만족하는 악녀 최이경으로 분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진=SBS '황홀한 이웃'사진=SBS '황홀한 이웃'


극중 최이경은 의류업체 사장의 외동딸이자 뮤지컬 배우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타고난 재능으로 뮤지컬 스타가 되었지만 공수래(윤손하 분)와 알콩달콩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뮤지컬배우 지망생 서봉국(윤희석 분)을 만나 그를 유혹한다.

최이경의 덫에 걸린 봉국은 급기아 공수래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최이경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 이경은 고통스러워하는 수래를 보면서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끊임없이 봉국을 자신의 수족처럼 여겼다.

남녀의 불륜이 굵직한 스토리를 이끌고 있는 ‘황홀한 이웃’은 비슷한 시간대 방송 중인 경쟁작 ‘폭풍의 여자’의 범죄에 가까운 악행들에 비하면 다소 약한 수준이지만 박탐희의 표독스러운 불륜녀 연기는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황홀한 이웃’과 ‘폭풍의 여자’의 공통점은 악녀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남성을 유혹에 성공, 불륜을 저지른다는 것.

박탐희와 고은미는 명불허전 악녀 연기로 극에 활력을 더하며 아침을 책임지고 있다.

◆ ‘울지 않는 새’ 오현경, 27년 만에 악역 도전 어떨까

케이블채널 tvN은 ‘가족의 비밀’을 시작으로 아침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가족의 비밀’ 치정-살인 등 자극적이지만 탄탄한 극본의 힘으로 인기를 얻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후속으로 지난 4일부터 새 일일드라마 ‘울지 않는 새’(극본 여정미, 연출 김평중)이 자리했다. ‘울지 않는 새’는 2012년 방송된 ‘노란복수초’를 집필한 여정미 작가와 ‘눈꽃’, ‘두 번째 프로포즈’를 연출한 김평중 PD가 의기투합했다.

‘노란복수초’는 당시 주인공 서우가 국민악녀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연기 변신에 성공한 작품이다. 여정미 작가는 ‘울지 않는 새’에서 다시 한 번 날선 펜을 굴린다.

사진=tvN '울지 않는 새'사진=tvN '울지 않는 새'


‘울지 않는 새’는 100억 보험 살인사건으로 인생의 롤모델이던 엄마가 살해되고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게 된 여자 오하늬(홍아름 분)가 미극의 원인이 된 탐욕스런 악녀 천미자(오현경 분)를 향해 펼치는 복수극 드라마로 독한 여자 둘의 대립이 볼만하다.

특히 오현경의 활약이 기대를 모은다. 극중 천미자는 울지 않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된 치명적인 인물. 자신의 묙망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불사하는 천미자의 악행이 ‘울지 않는 새’를 이끌어가는 축이 될 전망이다.

데뷔 27년 만에 첫 악역 연기에 도전한다는 오현경이지만 다수의 작품에서 불륜녀로 등장하며 표독스러운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그렇기에 이번 오현경의 악역 도전은 ‘제대로 물 만났다’는 평을 이끌어내며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오현경이 ‘울지 않는 새’에서 정말 울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악녀들의 활약에 춤추는 시청률

고은미, 박탐희, 오현경 세 악녀의 공통점은 이들 없이는 극이 전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드라마의 긴장도는 상승한다. 주변의 눈치 따윈 보지 않고 거침없이 벌이는 악행에 시청자들의 시선은 고정되고 극은 입체적으로 면모된다.

이는 드라마 속 자칫 극단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악녀의 순기능이다. 이들의 활약에 드라마의 긴장도는 높아지고 이는 시청률 상승으로 연결된다.

누가 악녀가 드라마를 저급하게 만든다 했던가. 이제 악녀를 빼놓고는 드라마를 논할 수 없다. 악녀들은 마치 고전 속 액받이 무녀처럼 드라마 안에서 비난의 화살을 오롯이 받아내고 있다. 오열하고 고성이 난무하고 뺨은 기본에 온갖 액션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악녀는 명품 연기가 뒷받침 되어야 완성된다. 연기력이 필수 조건인 셈.

이러한 악녀들의 활약이 있기에 오늘도 즐거운 드라마 한편이 안방극장에 펼쳐지고, 시청자는 즐겁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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