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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 김고은이 만들어 낸 찬사···‘정말 김고은스럽다’

[인터뷰] ‘차이나타운’ 김고은이 만들어 낸 찬사···‘정말 김고은스럽다’

등록 2015.05.07 16:04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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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데뷔작 ‘은교’부터 ‘몬스터’ 그리고 ‘차이나타운’까지. 새 영화를 시작할 때마다 만났다. 의외의 허당 매력이 넘치는 아가씨다. 하지만 그에 반해 기억력만큼은 거의 초능력자 수준이다. 영화 속 이미지와 달리 엉뚱 발랄한 모습이 앞에 앉은 사람까지 싱그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데뷔작 ‘은교’ 당시 인터뷰 때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며 먼저 인사를 전해오니 놀라웠다. “그게 기억이 나냐”고 묻자 “그럼 안나요?”라며 작은 눈을 토끼처럼 반짝였다. 이 아가씨, 참 두 가지 매력이 넘친다. 굳이 따지자면 ‘허당’과 ‘꼼꼼’의 경계선을 줄타기 하듯 넘나드는 모습이 묘했다. 이런 아가씨가 ‘은교’의 파격 노출부터, ‘몬스터’의 미친년, 그리고 ‘차이나타운’의 무성(無性)적 캐릭터를 소화했으니 말이다. 이제 충무로에는 ‘김고은스러운’이란 신조어가 탄생해도 별로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참 쎈 영화만 골라서 하고 있다. 데뷔작 ‘은교’에선 헤어 누드까지 불사했다. 물론 작품의 완성도가 탁월했고,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하지만 새내기 여배우가 선택하기엔 보통 힘든 결정이 아니었을 듯했다. ‘몬스터’에선 이민기와 이종격투기를 넘어선 격렬한 싸움신을 소화했다. 온 몸에 피칠갑은 덤이었다. 채 50kg도 나갈 것 같지 않은 이 가날픈 소녀 이미지의 김고은은 이번에도 ‘차이나타운’이란 범상치 않은 작품을 선택했다. ‘하드코어’ 3연타석이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어우!!! 하드코어는 이상하잖아요(손사래). 그냥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좀 독특했다고 생각해요. 전작들 모두. 이번에도 비슷하다고 얘기해야 하나? 잔상이 오래갔어요. 어떤 먹먹함과 울컥하는 감정이 진짜 오래 남았어요. 보통 시나리오를 읽으면 스토리 라인이 그려지는 데 ‘차이나타운’은 그림을 보는 느낌? 흡사 풍경화 한 폭을 거리를 두고 멍하니 봤을 때의 감정이 왔어요. 사실 아직도 그때의 감정은 잘 모르겠어요.”

김고은의 알 수 없는 감정을 건드린 ‘차이나타운’은 극도의 차가움을 유지한 톤이 매력적이다. ‘엄마’ 김혜수부터 ‘일영’ 김고은 그리고 그의 가족(?)들로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 무엇보다 영화 속 배경이자 제목 그자체인 ‘차이나타운’은 감정이란 단어가 자체가 무색할 정도의 얼음장 같은 표정이었다. 그 안에서 숨 쉬는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여리기만한 외모의 김고은이 소화하기에는 분명 벅찰 수도 있었을 듯 싶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글쎄요. 아마도 외적인 이미지를 말씀하시는 거면 ‘일영’을 만들기 위해 포인트를 준 것은 있어요. 배경 속 느낌 자체가 거친 삶의 현장이고, 그런 공간에서 살아온 아이이기에 명확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여자란 느낌을 지우고 남자처럼 때려도 확실하게 주먹을 휘두르고, 맞아도 확실하게 맞고(웃음). 순간적으로라도 ‘일영’이에게서 여성성이 느껴진다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의 말에 동의했다. ‘일영’은 여자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남자도 아니다. 우곤(엄태구), 치도(고경표), 석현(박보검) 세 남자 사이를 위태롭게 오간다. 하지만 무성(無性)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다. 그를 바라보는 ‘엄마’ 역시 마찬가지로 대했다. 일영은 성이 없는 존재였다. 어떤 아이였을까.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웃음). 영화를 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일영을 이해할 수 있으시겠어요? 그 삶을? 이해가 안되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면 이해하려고 하면 안될 것 같았죠. 그냥 일영이는 그렇게 살아온 아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옳고 그름의 기준이 있듯이 일영에게도 그런 삶의 기준이 있는 거죠. 그냥 일영을 편견 없이 바라봤어요.”

그럼에도 나름의 기준은 명확했다. 앞서 말한 듯 ‘확실한 동작’과 함께 말이다. 여기에 ‘무성’에 가까운 캐릭터이면서도 순간적으로 또 의도치 않게 보일 수 있는 일영의 소녀적인 모습을 트릭처럼 집어넣은 듯했다. 앞서 말한 ‘여성이 보이면 스토리가 무너진다’는 말과 좀 달라 보였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전 그렇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죠. 하지만 관객들은 각각의 시선에서 보시니깐 언뜻 일영에게서 어떤 연민의 감정을 느낄 여지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공감이 돼야 하지 않을까란 부분을 잡고 싶었어요. 그냥 무턱대고 강한 여성의 모습은 아니라고 봤죠. 처참할 정도로 거친 세상에서 살아온 일영의 삶이 그의 모습과 행동에서 조금씩 보이고, 그걸 본 관객이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란 연민을 느낄 수 있게 계산을 했다고 할까?(웃음)”

무엇보다 이 영화의 핵심은 김고은과 김혜수의 날선 대립이다. 두 사람은 극중 모녀 관계다. 하지만 혈연이 아닌 가슴으로 맺어진 관계다. 그렇다고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따뜻한 모양새는 절대 아니다. ‘차이나타운’의 절대 권력자 ‘엄마’는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증거를 대봐’라며 감정이 매마른 눈빛을 보내는 냉혈인이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선배님과 자꾸 대결했다고 하는 데 제가 무슨 아휴(손사래). 그냥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전 흥분됐었죠. 저의 부담감과 두려움도 선배님이 진짜 많이 걷어내 주셨어요. 일단 현장에선 완벽하게 엄마와 일영으로만 얘기를 나눴어요. 그래서 엄마에 대한 분노 두려움 등의 감정이 더 자연스럽게 왔는지도 몰라요. 선배님의 쎈 기운에 눌린 적은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전혀요. 너무 잘해주셨어요(웃음)”

그는 김혜수를 닮고 싶은 선배라고 말했다. 꼭 자신도 그의 위치에 섰을 때 그런 느낌을 후배에게 줄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단다. 김혜수의 쎈 이미지는 분명 대중들이 갖는 이미지일 뿐이란다. 후배에겐 자신에겐 촬영장에선 ‘차이나타운’ 속 ‘엄마’가 아닌 진짜 우리의 상식 속 ‘엄마’의 모습이었단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살가우셨어요. 첫 촬영날이 기억에 남아요. 배우들에게 첫 촬영날은 진짜 예민한 날이거든요. 몇 번의 테이크를 가도 제가 만족스럽지 못한 날이었는데 선배님이 모니터 앞에서 감독님과 얘기를 나누시더라구요. ‘내 연기가 좀 부족하구나’를 직감하시고 말씀하시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선배님이 너 정말 연기 좋다고 계속 칭찬해주셨다’라고. 보이지 않게 저의 주변에 어떤 포근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시는 분이에요.”

차기작으로 ‘계춘할망’ ‘성난변호사’가 준비하고 있다. 김고은은 언젠가는 꼭 로맨틱 코미디 혹은 멜로물의 주인공이 됐으면 한다고 배시시 웃는다. 잘 어울릴 듯하다. 참 김고은스럽다. 그의 연기.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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