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오직 쓸모 있음과 없음으로 분류하는 차이나타운에는 ‘식구’란 이름 아래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엄마’가 거둬들인 이들은 ‘마가흥업’이란 조직 안에서 사채부터 장기 밀매까지 돈이 되는 일은 뭐든 한다. 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는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다. 엄마 역시 중요한 순간 “우리가 식구니?”란 말로 다시 한 번 차이나타운의 냉정함을 깨닫게 한다.
공개된 가족사진 속 이들에겐 가족이라 하기엔 미묘한 기운이 흐른다. 담배를 든 채 정면을 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차이나타운을 군림하는 대모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여실히 보여준다. 버려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가는 일영은 자신의 거친 삶을 증명하듯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무심한 눈빛을 발산하며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엄마의 오른팔 우곤은 엄마와 일영의 옆을 묵묵하게 지키고 있다. 트러블 메이커 쏭은 빨갛게 염색한 머리와 짧은 반바지 차림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엄마의 말이 곧 법인 홍주는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장기 밀매가 주업무인 안선생은 차이나타운에서 살아온 연륜을 보여주듯 여유로운 모습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주며 식구란 이름으로 묶여 살아가는 마가흥업 사람들. 그들의 가족사진은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는 진한 여운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하며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올 봄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우며 흥행 순항 중인 영화 ‘차이나타운’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5월 극장가의 흥행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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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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