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수목극 '가면'(연출 부성철, 극본 최호철, 제작 골든썸픽쳐스, 심엔터테인먼트)에서 연정훈은 그동안 보여주던 부드럽고 자상한 훈남 이미지를 벗고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는 무슨일이든 서슴치 않는 냉혹한 남자로 변신해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다.
'가면'에서 연정훈은 민우(주지훈 분)의 매형이자 미연(유인영 분)의 남편 민석훈으로 분해 열연중이다. 민석훈은 명석한 두뇌에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의 소유자. 겉으론 착하고, 매너 있고, 정의로워 보이나 처가를 무너뜨리고 부와 명예를 차지하려는 검은 속내를 지닌 인물이다.
올백으로 빗어 넘긴 머리에 칼같이 주름이 잡힌 수트를 입고 낮은 음성으로 조용히 수애를 협박하는 모습에서 오싹함까지 안겨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정훈은 수애가 살인 누명을 씌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상황을 조작했다. 또 지난 3일 방송된 3회에서는 주지훈의 기억을 조작하는 등 연이은 악행으로 시청자를 경악케 했다.
뿐만 아니라 주지훈이 오랫동안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에 누군가 오랫동안 약을 먹인 사실이 복선으로 깔리면서 이 악행 역시 연정훈의 소행일적으로 짐작된다. 또 서은하(수애 분)와는 내연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야망을 위해 사랑하는 여자를 처남과 결혼시키려는 계획까지 세우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악역으로 똘똘 뭉친 민석훈을 완벽히 연기하고 있다.
이 정도 악역이라면 시청자들의 폭풍 비난이 쏟아져야 마땅한 일. 하지만 연정훈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후하다.
'누구나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는 기획의도처럼 '가면'속 악역 연정훈은 씁쓸한 현실을 폭풍공감하게 만드는 캐릭터라는 평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인간군상을 통해 씁쓸한 현실을 그리고 있는 ‘가면’이 공감대를 이끌어 내고 있는 이유다.
'가면'은 연정훈을 비롯해 수애, 주지훈 등 주연 배우의 열연과 '비밀'을 썼던 최호철 작가의 탄탄한 대본, 그리고 '상속자들'과 '장옥정' 등을 연출한 부성철 감독의 감각적 연출 등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저변에 깔린 또 다른 흥행 코드는 바로 공감(共感)이다.
최호철 작가가 밝힌 '가면'의 기획의도는 "우리들은 모두 저마다의 가면을 쓰고 산다. 비정규직 월급쟁이가 룸살롱에선 사장님의 가면을, 학창시절 일진이었고 나이트를 자주 다니는 여성이 맞선 자리에선 요조숙녀의 가면을, 아이들을 학대하고 성폭행한 어린이집 원장이 TV 앞에선 천사의 가면을 쓰고 나타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 가지 모습 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누구보다 쾌활하지만 집에만 들어가면 가족과 대화 하나 없는 이들도 있고, 선배에서는 깍듯하지만 후배에게는 불같이 화내는 이들도 있다.
'가면' 속 인물들이 바로 그렇다. 지숙(수애 분)은 음모에 가담하길 원치 않지만 결국은 재벌가로 걸어들어가고, 민우(주지훈 분)는 자신에게 몰래 약을 먹이고 있다며 모두를 의심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꾸민다. 여기에 석훈(연정훈 분)은 모든 악행을 설계하는 설계자지만 겉으로는 이 가족들 사이에서 가장 성실하고 똑똑한 인물로 그려진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캐릭터가 다소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음과 행동이 달리 움직이는 그들에게 공감하고 있다.
제작사 골든썸픽쳐스 측은 "우여곡절 끝에 재벌가로 입성하기로 결심한 지숙이 4회부터 본격적으로 서은하 행세를 하며 철저히 가면 속에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게 된다"며 "주연 배우들의 얽히고 설킨 운명의 소용돌이가 이제 시작된다"고 예고했다.
'가면' 4회는 4일 오후 방송된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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