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100만건을 넘어서며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거래량은 매달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신규분양은 더 뜨겁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1일 달하기도 하고, 조기 완판행진이 이어지는 등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통계치만 보면 주택시장이 활황기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판이하다. 어차피 집은 필요하고 전셋값도 치솟다보니 무리해서라도 내집을 갖겠다는 ‘비 자발적’ 거래자가 예전보다 크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서민들의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액은 총 2조 3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 6966억원)에 비해 19.8% 늘었다. 대출 건수도 2만 1187건으로 지난해 1분기(1만8674건)보다 13.5% 증가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시장이 다시 침체에 빠지거나 금리가 급등할 경우 ‘하우스푸어’가 대거 양산될 수 있어서다. 주택담보대출의 최근 현황을 살펴보면 언제 어떻게 하우스푸어 '뇌관'이 터질지 불안하기만 하다.
현재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빌린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470조원(지난 3월 기준)에 달한다. 올해 들어 1분기만에 9조 8000억원 늘었다.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2012년과 2013년 연간 증가액(각각 11조 3000억원, 11조 9000억원)과도 맞먹는다.
476조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과 40조원에 육박한 보증부 월세 가구도 위험을 부추기는 요소다. 결국 주택담보대출과 전·월세 보증금을 합하면 부채 규모가 거의 1000조원에 달한다.
우리는 하우스푸어의 심각성을 한차례 경험한 적이 있다. 불과 3년 전이다.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치러진 2012년 당시 정치권에선 주택담보대출을 유도해 집을 사도록 권유했고, 이것이 문제가 돼 하우스푸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당시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하우스푸어가 보유 주택의 일부 지분을 캠코 등 공공기관에 팔아 대출금을 갚게 하는 ‘보유주택 지분매각 제도’ ‘목돈 안드는 전세’등을 시행하긴 했지만 아무런 실적을 거두지 못한 채 사라져 갔다.
무엇보다 살 집이 없고 돈이 없어 빚을 내 집을 산 전세난민들이 길거리로 내쫓기면 서민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의 근간도 흔들릴 수 있다. 당장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내수진작에 눈이 멀어 할 일을 방기하다가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날’이 또다시 올 수 있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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