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대응 질타···사퇴요구 ‘봇물’文 “메르스, 총력 다해 잠재울 것”
메르스 사망자가 6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8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및 대책에 대한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한 여야 불문 의원들의 질타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야당 일부 의원들은 문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내달 14일부터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취소하라는 요구마저 들고 나오는 초강수를 뒀다. 흡사 보건당국을 향한 청문회를 연상시킬 정도의 강도 높은 발언의 연속이었다.
◇與, 의사출신 대거포진···초기대응 미흡 집중 포화
의사출신의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 확진 전에 중동에서 메르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보건당국은 내부에서 매뉴얼을 만들고 감염학회와 심포지엄은 했다고 들었다”면서 “그런데 의료기관이나 국민에게는 보고가 없었다. 대비는 책상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문 의원은 보건당국의 초기대응 실패의 원인으로 ▲격리대상자에 대한 1:1 모니터링을 늦게 시작한 점 ▲국가지정병상 부족 ▲복지부와 지자체 협력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음 등을 손꼽았다.
의사 출신의 같은 당 신의진 의원 역시 “메르스 대책반에서 전문성 없이 탁상행정으로만 안일하게 대응책을 마련한 것은 아닌가”라며 “메르스가 확산되는데도 환자들은 입원할 병실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국가적 재난에 대비한 국가재난병원 설립도 검토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다른 의사 출신의 박인숙 의원도 “이 사태의 발단은 컨트롤 타워가 없고 정보공개가 없었다는 것”이라며 “여러 번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내가 내 가족이 얼마나 감염됐나. 얼마나 위험한 가”라며 “메르스 확진자의 시간대 별 동선과 거점병원 등을 공개하고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평택을 지역구로 둔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장관이 침묵하는 동안 평택에는 바셀린, 양파가 동이 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의 비공개 대책이 SNS 괴담이 부추겼다”며 정부의 메르스 관련 정보 비공개 대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20일 이후 평택 도시 전체가 엄청난 혼란 속에 하루하루 사망자가 늘어나는데도 어찌하면 좋을지 물어볼 곳이 없다. 전대 미문의 메르스 공포에도 정부 당국은 입을 꾹 담은 채 국민을 안심시키는 어떤 조치도 못 내고 있다”면서 매서운 공격을 퍼부었다.
최근 국회에서는 유 의원이 최근 평택성모병원을 다녀온 뒤 메르스에 감염됐다는 소문이 돌아 한 때 소동이 일었던 바 있다. 이에 유 의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격리될 필요없이 하루에 한 두차례 보건당국에 전화 확인으로 문진을 받고 보건소에 확인증을 교부 받으면 되는 능동감시 대상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이날 현안질문에서 “(본인이)평택성모병원을 방문한 이후 119에 자진신고를 했으나 복지부에서는 하루 두 번 전화 연락을 받는 ‘능동감시 대상자’로 판정 받았다”면서 “그런데 이틀 뒤에 보건소에서 자가격리하라는 연락이 왔다”며 복지부의 제대로 된 ‘다듬어진 대책 계획’을 발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野, 문 장관 ‘자진사퇴’·대통령 방미 촉구
야당 의원들은 문 장관의 자진사퇴를 거론하는 한편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 연기·취소를 촉구하는 등 더욱 강도 높은 발언을 이었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가 터진 뒤 12일만인 지난 1일에서야 초기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며 “메르스로 국민이 죽어가고 불안에 떠는데도 박 대통령은 어디에 있었는지 참으로 국민에 대한 애정이 없는 대통령”이라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그러면서 “오는 14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 연기도 검토해주길 요청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메르스는 40.9%의 치사율을 보이는 무서운 전염병인데 보고를 받고도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장관은 무책임하고 무능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일각에서는 ‘문형표의 저주’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며 “문 장관은 국정관리나 방역관리를 맡을만한 능력도 책임감도 없는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문 장관은 사퇴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그것이 주무 장관으로서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문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전 최고위원에 거듭된 요구에 대해 문 장관은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에 열감지기가 설치된 것과 관련,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국민에게는 안심하라고 말하면서 청와대에는 열감지기까지 설치하는 상황에서 국민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를 따져 묻는데에 문 장관은 “열 감지기는 공항 등의 중요한 장소에 설치해 사전 대비를 한다”고 에둘러 답변했다.
문 장관은 이날 “메르스가 현재 확산되는 정점에 와 있다고 판단한다”며 “오늘(8일)을 기점으로 총력을 다해 잠재우겠다”고 밝혔지만 여야 의원들의 질타는 계속됐다.
문 장관은 또 “초동대응에서 좀 더 면밀하게 대응했다면 이번 메르스 사태를 더 빨리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지만 아마 오늘을 기점으로 총력을 다해 메르스 확산을 잠재우는 모습을 보이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문혜원 기자 haewoni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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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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