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극본 권기영, 연출 노상훈, 김진원 제작 CJ E&M)에서 이현(서인국)이 갈림길에 선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선호(박보검)가 어릴 적 납치돼 헤어진 동생 이민이고 그가 시체 없는 살인의 진범임을 알았지만, 형의 입장에선 모든 게 자신의 탓인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와 형 사이에서 역할 갈등을 겪고 있는 현,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그의 선택에 앞으로의 전개가 달려있다.
시체 없는 살인의 용의자가 동생이라고 생각한 현은 두려운 마음에 더는 사건의 수사를 진행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선호가 자신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누군가를 버린 사람들만 골라 죽인 사실을 알게 된 현. 그리고 그때마다 선호가 머릿속으로 자신을 반복살해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며 현은 모든 게 제 탓이라 생각했다. 자신을 유난히도 따랐던 동생이었기에, 그가 괴물이라는 사실을 둘 만의 비밀로 간직한 채 옆에서 잘 보살폈다면, 선호는 이준영(도경수)에게 납치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지금쯤 평범하게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은 선호와 자신 사이 잃어버렸던 시간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법이 없던 그였지만, 선호에게 만큼은 예외다. 이미 어엿한 성인이 된 선호지만, 토라진 7세 어린 아이를 달래듯 애틋하고 소중하게 그를 대하고 있다. 그리고 선호에게 이젠 밥도 해주고, 옆에도 있어 주겠다 약속했다. 이는 더 이상 동생이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했다.
“이현씨 집 나무들이 아주 잘 자라있죠? 제가 키운다고 키웠거든요”라는 이준호(최원영)의 말에 “제가 돌아왔으니 제집 나무는 제가 돌봅니다”라며 선호를 바라보던 현. 이제 형으로서 동생을 책임지고 지키겠다는 그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다행히 선호 역시 그런 현이 싫지 않아 보인다. 형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그를 죽이고 싶을 만큼 원망했지만, 마음속엔 그보다 큰 그리움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형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있기 때문에 모든 걸 알고 있는 차지안(장나라)도 일단은 현과 선호에게 시간을 준 채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경찰이기에 언제까지 두 사람을 두고 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모든 것이 오해였고 선호를 향한 현의 진심이 전달되길 바라기 때문일 터. 그의 선택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
선호가 스스로 모든 죄를 인정하고 처벌을 받을지, 제3자에 의해 악행이 밝혀질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본성을 숨긴 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될지는 모두 현의 선택에 달려있다. 과연 현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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