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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 한효주, 그녀가 사랑에 빠지는 특별한 순간

[인터뷰] ‘뷰티 인사이드’ 한효주, 그녀가 사랑에 빠지는 특별한 순간

등록 2015.08.25 08:02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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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사실 그렇다. 멜로의 특화성은 여성들이 꿈꾸는 러브스토리 혹은 로맨틱의 판타지 완성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물론 남성들이 멜로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 얘기’의 중심축은 언제나 여성이다.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는 객체인 남성과 그 감정을 받아 내는 여성의 마음은 언제나 같을 수만은 없다. 주파수가 틀리고 엇나가는 미묘한 파장의 변화 속에서 멜로의 완성은 이뤄진다. 그 미묘함이 전달하는 감성이 남성보단 여성의 마음 속 흔들림을 이끌어 내는 데 더 효과적이란 점은 개념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원한 불가사의다. 하지만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보고 있자면 이가 빠지고 무뎌질 때로 무뎌진 칼날의 마음을 지닌 남성조차 심연 속 숨은 감성의 파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파장의 진원지는 단연코 배우 한효주다. 거대한 스크린 속 한효주의 모습은 ‘러브’다. 그리고 ‘멜로’다. 또한 ‘뷰티 인사이드’의 완벽한 ‘아웃사이드’다. 이건 부정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팩트다.

듣도 보도 못한 콘셉트였다. 정확하게 123명의 국적도 성별도 나이도 천차만별인 배우들이 출연한다. 사실상 극 전체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배우는 21명이다. 21명이라고만 해도 역시나 ‘황당한’ 콘셉트다. 이 배우들이 모두 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사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장르가 멜로다. 그것도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와 사랑을 하는 얘기를 그린단다. 결론적으로 21명의 각기 다른 배우보단 그 배우들과 한 가지 감정을 유지해야 하는 여배우 한효주에게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사실 처음 제의를 받고 저도 신기했죠. 어려울 것이란 생각보단,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얘기를 해볼까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이런 감정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한 가지 감정을 느끼는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물론 많은 사람이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잖아요. 거기에 영화도 독특하고 촬영 자체도 독특하고. 그냥 너무 재미있겠다 싶었죠. 어려움은 둘째고 순간순간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뷰티 인사이드’는 호평 일색이었다. 상상도 안 되는 얘기를 유려하게 풀어낸 감독의 연출력도 탁월했다. 21명의 배우가 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연결되는 연기톤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진짜 백미는 한효주의 모습이자 연기다. 각기 다른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표현해 냈다. 우선 그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이건 사심이 전혀 없는 표현이다. CF감독 출신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하하하. 저 실제로는 영화 속 ‘이수’ 같지는 않잖아요(웃음). 별로 예쁜 얼굴도 아닌데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의 공이시죠. 개인적으로 전 제 얼굴 보는 게 좀 부담이에요. 그저 평범한 얼굴 같은데 영화에선 너무 색감을 잘 뽑아주셨더라구요. 의상이나 세트 혹은 공간 자체가 무슨 유럽의 어떤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얼굴이 너무 뽀샤시하게 나와서 저도 눈에는 좀 띄던데요. 하하하. 반사판? ‘쎄시봉’ 때보다 몇 개 더 있었던 느낌? 하하하. 촬영 전에 스태프분 들께서 조명과 반사판 준비로 좀 분주했던 기억은 있네요. 하하하.”

너무도 많은 배우들과 한 가지 감정을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한효주에겐 넘어서야 할 첫 번째 과제였다. 그는 매번 촬영 때마다 얼굴만 바뀌는 상대역들과 ‘사랑해’란 말을 기계처럼 쏟아내야 했다. 물론 그 순간만큼은 실제로 그 상대를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그러니까요. 그게 쉽지는 안았죠. 정말 신기했던 건, 그렇게 많은 상대역과 연기를 한 것도 처음인데. 그래도 제가 드라마나 영화도 몇 편 했었는데, 상대역인 21명의 ‘우진’ 가운데 저랑 친분이 있는 분이 단 한 분도 없었어요. 정말로요. 다들 이번 촬영에서 처음 뵌 분들 뿐이었요. 낯설었죠. 처음에는 그런데 좀 촬영이 진행되면서 시간이 지나자 저도 ‘이수’가 됐고 현장 시스템에도 적응이 되더니 금방 감정도 잡히더라구요. 다들 우진처럼 사랑스러웠어요.”

21명의 각기 다른 친분도 없는 상대역들과 순간순간을 호흡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은 아니다. 웬만한 액션 영화를 찍는 것만큼의 감정 노동이 필요했을 듯하다. 특히 말이 통하지 않는 일본 여배우 우에노 주리와의 한 화면 속에서 주고받는 대화 장면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청순한 듯한 두 여배우가 그리는 남자와 여자의 애틋한 사랑은 특이하고도 생경했다. ‘뷰티 인사이드’란 제목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작품으로만 봤던 배우인데 함께 하니 정말 신기하기도 했죠. 우선 정말 연구를 많이 해왔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 속 ‘우진’보다 더 복잡한 느낌의 우진을 만들어 왔으니. 사실 수많은 ‘우진’과의 만남 중에 우에노 주리와의 만남이 거의 초반이었어요. 그래서 좀 힘들기도 했어요. 여성분과 사랑을 느끼는 감정 연기해야 하니. 물론 실제로는 우진이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차고 넘치게 자신의 몫을 다 해주셨고, 저도 우에노 주리 때문에 ‘이수’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말이 통하지 않은 일본 여배우와의 멜로 연기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한효주를 웃음짓게 한 경험은 따로 있다. 21명의 ‘우진’을 연기한 각기 다른 배우들과의 키스신이다. 정확하게는 21명의 ‘우진’ 가운데 13명의 ‘우진’과 키스신을 찍었다. 그 가운데는 여배우도 포함돼 있다. 한효주는 특유의 털털한 느낌을 전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13명의 ‘우진’과 하루 동안에 키스신을 모두 찍었어요. 어떤 여배우가 그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하하하. 정말 줄을 서서 저랑 ‘안녕하세요’ ‘자 뽀뽀하겠습니다’ 이러고 ‘쪽’하고, ‘다음!!!’ 이런 느낌? 하하하. 제가 한 자리에 서 있고, ‘우진’을 연기한 배우분들이 메이크업을 받은 뒤 차례로 와서 뽀뽀를 한 뒤 가셨죠. 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웃기네. 특히 고아성씨는 데뷔 후 첫 키스신이 저랑한 거래요. 너무 미안해서. 죄송하다고 했죠(웃음). 저랑 키스신 찍고 이틀 뒤에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이준씨랑 키스신 찍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는 영화 속에서 ‘홍이수’를 연기하면서 ‘상백’(이동휘)과 함께 유이하게 ‘우진’의 비밀을 아는 인물이다. 물론 그런 ‘우진’을 사랑하는 유일한 여성이다. 우진의 조금은 어설프지만 담백한 고백에 마음을 열었고, 진득한 사랑의 감정을 쌓아나간다. 만약 실제 자신의 앞에 ‘우진’과 같은 남자가 나타난다면 한효주는 어떨까.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음, 생각은 안해봤는데. 잠시 생각 좀 해볼께요. 아마도 전 이수 같은 결정은 못할 듯해요. 이건 영화잖아요. 판타지고. 매일 같이 모습이 바뀌는 남자랑? 전 이수처럼 좋은 사람은 아닌가봐요. 하하하. 정확하게는 아직은 사랑을 잘 모르는 거겠죠. 하지만 ‘뷰티 인사이드’ 잖아요. 전에도 상대방의 외모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더욱 내면의 모습을 좀 더 주의 깊게 봐야겠단 생각은 들었어요. 그런데 우진 같은 남자가 나타난다면? 실제로? 꼭 그래야 하나요? 어휴. 영화로만 끝내면 안될까요(웃음)”

P.S. 한효주는 영화 속에서 21명의 우진과 연기를 했다. 실제로 그들 모두가 연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가장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 놨던 인물은 누구일까. 한효주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박서준이 연기한 ‘우진’을 손꼽았다. “실제 이수가 마음을 연 인물이 박서준씨가 연기한 우진이니까요.” 만약 영화 속 박서준이 연기한 우진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아이고 감사하죠. 하하하.”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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