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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 조정보다 기업에 맡겨야

인위적 조정보다 기업에 맡겨야

등록 2015.11.10 08:10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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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 통해 세계수준 성장무차별 M&A는 경쟁력 저하 요인

인위적 조정보다 기업에 맡겨야 기사의 사진

정부 주도의 M&A 광풍이 불어오고 있는 가운데 마구잡이 구조조정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후죽순으로 추진하다보면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 구조조정과 기업간 자율 M&A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빅딜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삼성이 한화에 이어 롯데와 빅딜을 단행하면서 석유화학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도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이 생존의 위기에 몰리면서 적색등이 켜진 것은 사실이다. 이들 업종은 글로벌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급 과잉까지 겹치면서 언제 쓰러질지 알 수 없다. 정부가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하는 것도 하루라도 빨리 체질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단순한 ‘퍼즐 맞추기식’ 계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기업의 기본적인 경쟁력이나 업계 현실을 무시한 채 단순히 기업간 합병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안일한 인식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이 퍼지는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정부는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들이 참여하는 구조조정협의체를 만들었다. 정부의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인 이 협의체가 한진해운에 현대상선의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두 회사를 합병하기보다는 오히려 양대 선사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제시해 정부 기관의 엇박자를 보여줬다.

철강업계 사업재편과 관련해 산업부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추진 계획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철강업계 현실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계획서를 작성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산업부는 공식적으로 철강업계 사업재편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정부발 구조조정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정부가 눈에 보이는 효율성만을 앞세워 마구잡이식으로 부실기업을 정리하려는 행태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대상 기업 대부분이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 등의 업종인 가운데 단순한 시장 논리로 구조조정을 추진했다가 국가 기간산업 전체에 큰 피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기업간 경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왔던 기존의 사업구조가 무너지면서 해당 업종에 대한 국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무차별적인 M&A보다는 위탁경영이나 경영 노하우 전수 등의 형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구잡이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같은 업종끼리의 합병이 이뤄지면 중복되는 인력을 내보내는 일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수한 역량을 보유하고도 회사 안팎의 여건이 좋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기업이 비명횡사한다면 그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약화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며 “그 회사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살았던 임직원들과 가족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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