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나와라 뚝딱’ 속 허당기 넘치고 능청스러운 이 남자가 누굴까. 궁금했었다. 쭉 빠진 몸매에 잘생긴 얼굴, 훈훈한 미소까지 갖춘 배우 박서준은 그렇게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각종 드라마, 영화, 광고 등을 통해 그는 달콤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오빠를 연호하는 소녀팬부터 서준앓이를 하는 누나팬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사랑받고 있는 박서준이 지난 11일 막을 내린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잡지사 최연소 부편집장 지성준 역을 맡아 까칠하지만 사랑 앞에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했다.
완벽주의자 지성준은 까칠하고 도도한 워커홀릭. 그는 얼음장 같은 얼굴로 “다시”를 연발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애보인 동시에 진짜 사랑을 할 줄 아는 따뜻한 남자였다.
“지성준을 표현하며 일관성을 가지고 연기하려 노력했어요. 사랑에는 분노, 슬픔, 기쁨이 한데 있기에 하나의 캐릭터로도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죠. 성준이를 어떻게 하면 일관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게 제게 주어진 숙제였죠. 초반에 독설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졌지만 민하리(고준희 분)를 만날때는 순애보적이었어요. 그 상반된 모습을 연결되게 표현하는데 주안을 뒀어요. 또 독설을 평소에 즐기는 사람인지, 아니면 필요에 의해서 독설을 하는 캐릭터인지 구분이 필요했죠. 제가 느낀 지성준은 후자였어요. 성준이가 독설을 잘했다면 표현이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독설하는데 미묘한 떨림이나 어설픔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게 잘 표현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박서준이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은 꽤나 디테일했다. 다소 가벼이 여길 수 있는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였지만, 그는 캐릭터의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 했다. 시청자가 자신이 입은 지성준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박서준은 표현 방법에 집중했다.
“지성준은 왼손잡이었어요. 오른손을 썼다면 제가 생각하는 캐릭터가 무너졌겠죠. 그런 설정을 지켜가며 캐릭터의 말투 등은 상황에 따라 감정이 이끄는 대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연출적인 면은 가져가되 상황에 있어서 유연하게 표현하는 것이 캐릭터를 잘 살리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받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분석하는 편이지만 상대 연기자들을 믿고 상황에 맡기는 게 중요해요. 연기는 액션보다 리액션이에요. 상대가 하는 대사나 상황을 믿는 편입니다.”
박서준은 MBC ‘킬미 힐미’ 이후 재회한 황정음과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지난 드라마에서는 남매였지만, 이번엔 첫사랑이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공식을 깨부수고 해피엔딩을 이뤘다. 앞서 황정음은 박서준과의 연기호흡에 대해 “딱 하면 척”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서준 역시 상대역 황정음을 의지했다.
“연기는 혼자하는게 아니죠. 상대를 믿고 의지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제가 리드해야하는 상황도 있지만, 상대가 저를 이끌어줄 때도 있죠. 완급조절이 잘 되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상대간의 호흡이에요. 한 장면을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둘의 호흡이 얼마나 좋은지에 따라 달렸죠. 그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 같아요. 황정음과는 그런면에서 호흡이 좋았어요. 한 차례 호흡을 맞췄기에 현장에 가면 편했고, 서로 믿을 수 있는 상황이었죠. 애드리브를 던지면 제가 받고, 제가 던지면 황정음이 받고 그렇게 장면을 완성시켰어요. 그 부분을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죠.”
박서준은 그야말로 천의 얼굴이었다. 머리를 올린 스타일로 등장해 도도한 모습을 보였지만, 머리를 내린 스타일로 등장해 로맨틱하고도 소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전혀 다른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매력을 지닌 박서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올린 머리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촬영이 연이어 진행되면 옷갈아입을 시간도 빠듯한데, 그럴때 올림 버리를 하면 편하거든요.(웃음) 외커플 눈이라서 자칫 피곤하고 졸려보인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눈썹이 보여야 얼굴에 포인트가 있어 보인다고 해서 눈썹이 보이는 올림머리가 더 어울리지 않나 싶어요.”
박서준은 작품을 통해 ‘지부편앓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여성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었다. 이에 대해 말하자 박서준은 쑥스러운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작이라는 필모그라피도 성공적으로 작성했다.
“부담이 많이 되었죠. 첫 지상파 주연작이기에 고민도 많았어요. 그래도 다행히 잘 끝났고, 결과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아서 다행이에요. 다음이 걱정되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많은 것을 느꼈고, 다음 작품에서는 지금의 느낌을 바탕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TV 드라마 종영 후 진행하는 인터뷰였지만, 사뭇 진지하게 내놓는 답변은 마치 영화나 공연 인터뷰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대본과 역할이 좋으면 작품에 끌려요. 흥미를 느끼는 소재인지,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인지가 중요하죠. ‘그녀는 예뻤다’ 지성준에는 바로 이런 점에 끌렸어요. 첫 지상파 주연작은 멜로에 가장 어울린다는 조언도 들었고요. 그렇지만 장르는 중요하지 않아요. 대본과 연기가 좋다면 그게 영화이든, 드라마든 가릴 필요가 있을까요.”
박서준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깨나 있다. ‘금나와라 뚝딱’ 이후 흥행가두를 달리고 있는 박서준이기에 이러한 시선은 낯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에게도 눈물 젖은 빵을 삼키던 무명 시절이 있었다.
“보조출연부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 사실을 모르는 분이 거의 없더라고요. 빨리 성공했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렇지만 제게 소중한 무명시절 경험이 있어요. 보조출연 할 때 보조연기자 분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의상팀이 주는 의상을 입고 연기를 하던 당시 경험이 무척 소중해요. 연기하는데 많은 힘이 되어준 값진 경험이었죠. 그 때 생각하면 지금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겠지요.”
올해 스물 아홉 청년 박서준은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눈에 연기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했다. 차기작이 궁금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
“부담이 많이 되요.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겠다 다짐해요. 연기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많은 것도 사실이잖아요. 배우는 단순히 연기라는 잣대로만 평가받는 직업은 아니에요. 됨됨이나 행동거지에 시선이 쏠리는 것도 직업 특성상 당연하죠. 그런 부분이 조금 어렵기도 해요. 대중이 바라는 기준에 맞춰 사는 것도 제게 부여된 숙제죠. 그런 고민을 눌러담아 20대를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한 작품씩 찬찬히 하면서 인사드리고 싶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가치관이나 연기관도 성숙해지지 않을까요.”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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