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연봉도 맞수···래미안 VS 디이에치·힐스테이트 진검승부 예고
최 사장과 정 사장은 건설업계 CEO의 최고 연봉을 자리를 놓고도 접전을 벌이고 있어 흥미가 더해진다.
24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 노른자위로 손꼽히는 삼성동, 반포동, 개포동 등 강남 일대에 힐스테이트 브랜드가 아닌 디에이치(THE H) 브랜드를 앞세워 강남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로 확정했다.
‘디에이치(THE H)’는 현대건설이 새롭게 선보이는 고급 주택 브랜드다. 3.3㎡당 3500만원을 넘는 고급 주택에만 붙여 고급 아파트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그간 분양가격이나 입지에 상관없이 힐스테이트 단일 브랜드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정수현 사장이 이끄는 현대건설과 현대차그룹은 몇가지 브랜드 네이밍을 놓고 고민하다가 지난 서초동 삼호가든 3차에서 사용한 디에이치 브랜드를 강남 고급주택시장에서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 것.
특히 정 사장은 모그룹인 현대차그룹이 10조5500억원짜리 삼성동 한전부지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만큼 이 참에 고급 주택브랜드로 기존 상대적으로 약세라고 평가받던 강남 재건축 시장을 휩쓸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재 고급 아파트 브랜드는 대림산업의 ‘아크로’ 두산건설의 ‘트리마제’ 정도다. 삼성물산 ‘래미안(퍼스티지)’, GS건설 ‘(아트) 자이’, 대우건설 ‘푸르지오(써밋)’, 롯데건설 ‘캐슬(노블 등)’ 등은 기존 브랜드를 확장해 사용하고 있다.
정수현 사장과 모그룹인 현대차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 인근 강남권 재건축 시장 공략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읽히는 대목이다. 정수현 사장의 머릿속엔 향후 자신들이 시공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까지 밑그림이 그려져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단 정 사장은 강남권에 디에이치나 힐스테이트 브랜드 타운을 만들어 기반을 마련해 놓고 국내 최고 고급주거지 중 하나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되찾아 오겠다는 각오다. 실제 정 사장 자신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건설은 강남구에서 힘을 주고 있다. 강남구에는 현대건설의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들인 삼성동 한전부지를 중심으로 힐스테이트 1, 2단지(2070가구), 반포 힐스테이트(397가구) 등이 있다.
현대건설은 개포8단지 공무원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했고 개포주공 1, 3단지도 따냈다. 특히 현대건설은 2017년까지 반포권의 반포 1, 2, 4지구와 신반포 15차, 대치권에 자리 한 대치쌍용 1, 2차 재건축 사업 수주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이들 아파트는 총 1만2000여 가구가 넘는 규모로 현대 브랜드 벨트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을 이끄는 최치훈 사장도 강남에서 브랜드타운 형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삼성사옥과 가까운 서초 우성 1, 2, 3차를 수주한 데 이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초 무지 개아파트(1368가구 예정)와 신동아아파트(1300가구 예정) 시공권을 노리고 있다.
이들 단지 수주에 성공하면 약 5000가구에 달하는 래미안 타운이 만들어 진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래미안 타운 중 처음으로 지난해 10월 분양한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서초우성 3차 재건축, 총 421가구)는 평균 청약 경쟁률 71.62대 1을 기록하며 단기간에 완판됐다. 지난 10월 선보인 래미안 서초에스 티지 S(서초우성 2차 재건축, 총 593가구)도 평균 청약 경쟁률이 56.3 대 1을 보이며 완판됐다.
이 외에 지난 9월 3000여가구 규모의 신반포통합재건축(신반포 3차·23차, 경남아파트, 우정 에쉐르 1·2차)을 수주해 삼성 브랜드 벨트를 넓혀가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이 주택 사업에서 힘을 빼고 있다는 풍문이 있긴 하나 강남권에서 만큼은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최치훈 사장 역시 자택은 강남구 청담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과 정 사장의 자존심 싸움은 최고 연봉자리를 놓고도 이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치훈 사장은 3분기 기존 12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 CEO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챙긴 셈이다.
2위(건설 오너 CEO 제외)는 역시 정수현 사장이었다. 3분기까지 6억4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정 사장은 별도의 상여금 없이 급여로만 이 금액을 받았다. 정 사장은 지난해 10억8600만원의 급여를 챙겼다.
건설업계에선 재계 순위에서도 맞수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각자의 브랜드를 놓고 강남권에서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서울의료원 부지를 놓고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측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 것도 이런 영토싸움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그룹 파워는 물론 래미안 브랜드로 강남권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던 삼성물산에 현대차 그룹이 현대건설을 내세워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여서 향후 자존심 싸움은 더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김성배 기자 ksb@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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