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연애 혹은 막장 전개아닌 끝까지 스릴러와 반전을 이끌며 안방극장을 긴장케 했던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이 종영했다.
문근영의 재발견, 육성재의 성장 그리고 중년배우 신은경의 뚝심 등 구멍없는 연기자들의 명연기와 미드(미국 드라마)급 튼튼한 얽개의 스토리 등 명품 드라마라는 극찬 세례를 받으며 끝을 맺었다.
이에 마지막회 방송후 시청자들은 시즌2를 외치며 방송사 게시판을 도배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SBS 수목드라마 스페셜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가 남긴것과 아쉬운 점을 짚어봤다.
◆ 미드급 스릴러물,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자신감’
마지막 회가 돼서야 혜진을 죽인 진범이 밝혀졌을 만큼, 아치아라에는 16회 내내 강도 높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한 사람의 진실을 파헤치니 다른 이의 비밀이 꼬리를 물고 등장할 정도로 치밀하게 엮인 마을 사람들의 비밀은 2달 내내 시청자들의 추리 욕구를 자극했다.
스쳐 지나가는 줄 알았던 장면마저 중요한 복선으로 되돌아올 만큼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가 촘촘하게 짜인 덕분이었다. 탄탄한 구성으로 반전에 반전도 어색하지 않았던 ‘마을’. 미스터리 스릴러의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었다.
◆ 3無 입증,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들
미스터리의 한가운데서 묵묵히 중심을 잡았고, 언니 혜진의 과거를 알아갈수록 섬세해져 가는 감정선을 정확히 캐치하며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선보인 문근영과 해맑고 톡톡 튀는 에너지를 발산하다가도 수사를 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해지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 육성재.
이들뿐만 아니라 ‘마을’의 모든 배우들은 시청자들이 사건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끔 각자의 캐릭터를 정확히 파악, 완벽한 연기로 몰입력을 높였다.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이용석PD가 “연기 못하는 배우, 쪽대본, 러브라인은 없다”라고 호언장담했던 것 그대로다.
◆ 의미깊은 메시지, 잔인하지만 현실적
뱅이아지매(정애리 분)는 딸 지숙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평화로운 삶을 물려주기 위해 손녀 혜진을 불법으로 입양 보냈다. 그러나 지숙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 혜진은 희귀병 때문에 아치아라로 돌아왔고, 마을의 평화는 깨졌다.
그리고 모든 일의 원흉인 남씨(김수현 분)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허망한 이유로 법적 처벌을 받지 못했다. 고통에 빠진 건 피해자들과 그들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일 뿐이었다.
그야말로 잔인하리만큼 씁쓸한 결말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현재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결말로 잔인한 범죄와 피해자, 묵인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 다채워 지지 못한 결말, 2% 아쉬워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스릴러 장치는 반면 극의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단점으로도 작용했다.
극 말미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투척한 떡밥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다 못해 지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여기에 중반 이후 잇따른 지연방송과 결방으로 인해 스릴러물이 주는 긴장감을 느슨하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또 아치아라 마을 사건의 가장큰 원흉인 남씨가 공소시효 만료라는 이유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은 허무한 결과를 받았다. 물론 묘하게 불균등한 법적 장치에 대해 꼬집고 싶었겠지만, 희망적인 결과를 원했던 시청자들에게 천인공로할 성폭행범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고 허무함을 넘어 공분하는 기경에 이르렀다.
뿐만아니라 그간 온갖 악행을 저질러온 노회장과 서창권의 죄는 그대로 묻히면서 이들에 대한 단죄없이 묻히는 것에 대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드라마가 전해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현실의 불편한 진실이었으리라. 그러나 이 사회의 정의는 살아있음을 원했던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결말이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시즌2를 원하는 목소리는 매일 똑같은 막장 스토리 혹은 연애 스토리에 지친 시청자들의 간절한 바람이 아닐까싶다.
홍미경 기자 mk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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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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