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박찬구 형제, 10년째 첨예한 갈등 중박삼구, 그룹 재건 마치자 동생에 손 내밀어박찬구 측 유보적 반응 지속···시간 지켜봐야
◇금호家 10년 갈등의 역사 = 고 금호 박인천 금호아시아나 창업주의 셋째 아들(박삼구 회장)과 넷째 아들(박찬구 회장)인 두 사람은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첨예한 갈등 관계에 놓여 있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1984년 창업주 금호가 세상을 떠난 이후 형제가 경영권을 사이좋게 이어받는 형제 경영을 실천했다. 금호의 장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과 차남 박정구 전 회장은 이 원칙을 잘 지켰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이 원칙의 전통은 깨졌다.
형제 경영의 전통이 깨지게 한 갈등의 씨앗은 지난 2006년과 2008년 잇달아 진행된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문제였다.
박삼구 회장은 그룹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상당히 비싼 금액에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동생 박찬구 회장이 “그룹의 재무 상태에 무리가 가는 일”이라며 형에게 맞섰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동생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이 일을 계기로 형제 사이에는 벽이 생겼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품에 안은 금호아시아나는 재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무리하게 진행된 두 회사의 인수가 결국 지난 2009년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위기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2009년 7월 “경영상 의견 충돌로 더 이상 함께 가기 어렵다”면서 박찬구 회장을 대표에서 해임시켰다. 동생의 해임을 발표하면서 본인도 명예회장으로 동반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형제는 이때부터 완전히 갈라섰다.
계열사 기업어음(CP) 부당 지원 문제나 상표권 문제, 주주총회 의결 문제 등 경영과 관련된 각종 현안에 대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계열사 CP 부당 지원 문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계열사 주총 관련 소송은 금호아시아나가 이겼지만 상표권 소송은 1심에서 금호석화가 이겼다. 일부분에서는 분쟁이 종결된 곳도 있지만 여전히 이들 형제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손 내민 형-고민하는 동생 = 그러나 금호가 형제 갈등이 해빙 국면을 맞은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박삼구 회장이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과 지주사 금호산업을 되찾고 ‘그룹 재건’이라는 오랜 짐을 사실상 벗게 되면서 ‘형제 갈등 해소’를 다음 카드로 내밀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 9월 KDB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족 문제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박찬구 회장과의 화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후 12월 말 금호산업 인수대금을 완납한 뒤에는 “형제 갈등은 자신의 잘못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형의 유화적 제스처에 동생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쳤다. 박찬구 회장 측도 처음에는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형(박삼구 회장)은 자신이 불리할 때마다 그런 얘기를 해서 국면을 유리하게 바꿔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 측의 화해 제스처가 거듭 전해지자 박찬구 회장 측은 “금호아시아나도 언젠가는 잘 돼야 한다”며 “화해 문제도 고민은 해보겠다”는 수준의 말을 꺼냈다.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지만 분명 진화된 반응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박삼구 회장 측이 그룹 재건 작업을 마쳤고 올해가 그룹 창립 70주년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큰 해인만큼 박찬구 회장과의 화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다만 시간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회장 형제는 상호 갈등이 길어질수록 금호아시아나와 금호석화 모두에게 불이익이 커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내부는 물론 대외적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도 장기적 갈등은 상호 발전에 좋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지붕 두 가족’의 불안한 동거 체제였지만 이젠 계열분리가 확정된 만큼 사업적 문제에서도 껄끄러워질 대목이 없어졌다는 점도 화해의 가속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상호 비난의 평행선 구도에서 박삼구 회장 쪽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동안 박찬구 회장은 “자존심이 강한 형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외로 박삼구 회장이 나서면서 박찬구 회장에게 공이 넘어간 형국이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입장에서 볼 때 혈육 간 관계만큼은 꼭 회복시켜 그룹 이미지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뜻이 강하다”며 “단기적 화해는 어렵겠지만 큰 그림에서 볼 때는 양측의 화해가 멀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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