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최고조로 달아올랐을 때 칭하는 비유인 ‘조증폭발’, 콘서트 속 신혜성의 모습이 딱 그랬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신혜성 단독 콘서트 ‘위클리 딜라이트(weekly delight)’의 5회차 공연이 열렸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3년 연말 콘서트 이후 약 3년 만에 개최됐으며, 신혜성이 데뷔 후 처음으로 갖는 장기 콘서트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해당 공연은 지난 1월 발매된 솔로 데뷔 10주년 기념 스페셜 앨범 ‘딜라이트’ 활동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당시 신혜성은 ‘팬들에게 기쁨을 주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했으며, 말뿐만이 아닌 행동으로 이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는 ‘위클리 딜라이트’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신혜성은 의자에 앉은 채 등장, ‘뷰티풀 걸(beautiful girl)’과 ‘피터팬의 세레나데’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로 오프닝을 장식했다. 세 곡 모두 달콤한 매력이 돋보이는 노래로 어쿠스틱한 밴드 사운드와 어우러져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무대 뒤편 꽃봉오리 모양의 조명은 신혜성 새 앨범 ‘딜라이트’의 메인컬러인 분홍색과 하늘색으로 그라데이션되는 등 사랑스러운 무드를 연출했다.
이어 ‘첫사람’ ‘익스 마인드(ex-mind)’ ‘생각해 봐요’ ‘돌아와줘’를 부르며 변함없는 가창력을 뽐냈다. 이후 ‘애인’ ‘이별을 꿈꾸다’ ‘한 걸음을 더’와 같이 감정선이 중요한 곡을 열창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건반과 기타 반주로만 이뤄져 무게감 있는 미성인 신혜성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울러 신혜성은 기존의 모습이 짙게 묻어나는 ‘사랑해’ ‘끝이야’ ‘같은 생각’과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로코 드라마’를 불러 과거와 현재의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커버 무대 또한 마련됐다. 신혜성은 그룹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 이광조의 ‘오늘 같은 밤’,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벽히 소화해냈다.
이 커버 곡들은 공연 뒷 순서였던 만큼, 신혜성은 팬들을 일으켜 세워 함께 호흡했다. 마이크를 넘기기도 하고 이리저리 무대를 누비며 호응을 유도하며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본 공연의 마지막곡 ‘그대라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편곡돼 귓가를 사로잡았으며, 마치 벚꽃 잎이 천천히 내려 앉는 듯한 잔잔함과 힘을 선사했다.
앙코르곡 ‘예쁜 아가씨’에서는 ‘눈 딱 감고 오빠 한 번 믿어봐’라는 가사로 남자다운 매력을 어필했다. 거기에 어쩔 수 없이 묻어나는 모태 귀여움까지 더해져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신나면서도 스윗한 느낌, 박력넘치면서도 귀여운 이 무대는, 기존 신혜성 공연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엔딩을 주도했다.
신혜성의 '위클리 딜라이트'에는 1일 1게스트가 출격하는데, 이날의 게스트는 김동완이었다. 그는 같은 신화 멤버답게 전혀 위화감 없이 자리 잡아, 농담을 던지고 솔직한 입담을 뽐내며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본인 솔로 곡 ‘두두두(DuDuDu)’까지 열창해 공연의 열기를 더했으며, 신화 콘서트가 아닌 신혜성 콘서트인 만큼 짧고 굵게 임팩트를 선사하는 매너를 보였다.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됐다. 그 중 개사 이벤트는 팬들이 신혜성의 곡의 가사를 개사해 사전 공모를 하면 그대로 신혜성이 불러주는 것. 이날은 신화의 ‘아는 남자’가 주제곡이었는데, 팬들은 운전면허시험 당시 느낀 감정과 계속 이벤트에 공모했지만 떨어진 심경 등을 재치 있게 담아내 웃음을 선사했다.
압권이었던 것은 일명 ‘랩교’를 소환한 가사였다. 이는 신혜성 본명 ‘정필교’에 ‘랩’을 합친 별명이다. 보컬 강자인 신혜성은 늘 랩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고, 그의 어색한 래핑은 팬들에게 귀여운 모습으로 다가와 20년 가까이 놀림 아닌 놀림을 받고 있는 상황.
팬들에게 기쁨을 주겠다던 신혜성은 거침이 없었다. “여러분 때문에 못살겠다. 동네 창피해서”라며 민망해하던 신혜성은 이내 자신의 랩송 ‘내가 패써’를 완창했다. ‘내가 패써’는 십여 년 전 신화 앨범에 패러디 트랙으로 수록된 후 신혜성의 심한 부끄러움으로 들을 수 없던 곡으로, 이런 특급 팬서비스에 장내는 발칵 뒤집어졌다.
이런 신혜성의 색다른 시도가 더욱 와닿는 이유는 단순한 재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벤트에서뿐만 아니라, ‘익스 마인드’ ‘로코 드라마’ 무대에서도 래핑을 선보였다. 신혜성은 올해 앨범을 내며 다짐했던 ‘팬들을 위한 딜라이트(기쁨)’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마음은 무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으며, 이는 공연의 디테일과 높은 완성도와 만나 최고의 공연을 만들어냈다. 공연 조명은 무대의 분위기에 맞춰 다양한 이미지와 동선을 그려내는 세심함을 보였고, 아름다운 색감으로 공연 콘셉트를 분명히 했다. 전체적으로 멜로디컬한 세트리스트와 편곡은 신혜성의 변화를 설명하는 듯 했다.
특히 작은 공연장에서 유난히도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던 신혜성을 보니 꼭 맞는 새 옷을 입은 기분이 들었다. 화려한 무대의상이 아닌 캐주얼한 옷차림은 공연 의도와 맞아떨어졌다. 친구와 대화하듯 거침없는 입담과 “나 물 먹는다”고 호응을 유도하던 너스레를 듣고 있자니, 안락하게 호흡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이번 공연은 좀 달라요”라는 직설적인 말 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무대 위 노래를 부르던 신혜성의 얼굴에는 종종 미소가 비쳤다. 그 미소는 정말로 자연스러웠고 행복해 보였다. ‘조증 폭발’이라고 할 정도로 유독 컨디션이 좋아 보이던 신혜성,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팬들에게 주고자 한 기쁨은 사실 신혜성의 변화된 모습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여전한 노력과 예쁜 마음을 통해 발현됐고, 이는 다시 신혜성에게로 돌아와 모두의 ‘딜라이트’가 된 것은 아닐까.
한편 신혜성 단독 콘서트 ‘위클리 딜라이트’는 지난달 20일부터 시작됐으며 오는 13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공연의 열기를 이어간다.
이소희 기자 lshsh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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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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