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에 연기 입문한 유아인은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이어지는 변환기를 비교적 완곡하게 넘겼다. 중간에 슬럼프 아닌 슬럼프도 겪었지만 아역과 성인 연기자 사이를 지나 인기와 연기력 모두 갖춘 톱배우 반열에 올랐다.
“나의 20대? 충실히 삶에 임했던 것 같다. 욕망과 야심이 들어가면 혼란스럽고 힘들 텐데, 그렇지 않고 본질에 충실하며 재미있고 쉬워진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시간은 없었다. 잘못했던 순간도 있었겠지만 충분히 반성하며 살아왔다. 유일무이하게 독보적인 배우,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기는 와 줄 수도 있고 갈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제 할 일에 충실히 임했다. 뭐가 내 것인 줄 알고 내 것이 아닌 줄 알고 살아왔다. 잘못되면 반성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완득이’ 김윤석, ‘밀회’ 김희애, ‘베테랑’ 황정민, ‘사도’ 송강호 등 유독 선배 연기자들과 작업을 많이 한 탓일까? 연기관 가치관이 남다르다.
“나는 한 명의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인물을 창조하고 한 작품을 창조하는데 이바지하는 일을 직업이다. 내가 해석하고 내가 포착한 이 세상과 사람을 내 방식으로 창조하고 표현한다. 옷이나 그림, 또 다른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다양한 과정을 통해 만들고 표현하는 크리에이터고 그 중에 배우라는 일이 속해있는 것 같다. 그래야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할 수 있고 (연기를)하나의 창조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니 이방원, 조태오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 인물을 창조하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라고 본다”
영화 ‘베테랑’을 시작해서 ‘사도’ ‘육룡이 나르샤’ ‘좋아해줘’까지 지난해와 올해 쉼 없이 달려온 유아인. 각각 캐릭터의 간극이 넓고 깊다.
“나는 선입견이 지속되는 것을 못견디는 편이다. ‘성균관 스캔들’로 여성들의 판타지를 만들었다가 다음 작품에서는 깨버려야 직성이 풀렸다. 유아인을 큰 틀에서 바라봐 주시길 바란다. 그 큰 틀에서 흥미로운 배우의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 싶다.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이방원이다. 원래 사도였는데 이방원으로 바뀌었다. 많은 시간 공을 들였으며 이방원을 연기하면서 새로운 느낌을 느꼈다. 스스로 성장하고 있구나 느끼면서 현장에 있었다. 그런 부분이 매우 신선했다. 그 과정속에서 내가 변화하고 연기가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부분을 포착하고 감지할 수 있었다. 가장 입체적인 인물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베테랑’, ‘육룡’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선굵은 캐릭터였다. 그러다보니 센캐(센 캐릭터 준말)만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오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밀회’의 선재였다”
2016년 유아인은 명실공히 최고의 배우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오랫동안 배우로서 꿈꿔왔던 순간이다. 일정 부분 이뤄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큰 성취감을 가질 수 있었다”라며 행복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로맨틱 코미디 없이 큰 사랑을 받았다’는 자부심은 내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알려줬다”
유아인은 1986년생. 한국 나이로 만 30살이다. 한찬 전성기인 지금 입대를 앞두고 있는 그의 생각은 어떨까?
“안 화려하고 초라한 시기에 가는 것 보다 나은것 같다. 덤덤하게 가려고 한다. 서른에 ‘국방의 의무 합니다’는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어린 나이에 연기 시작했고 연기 하다 보니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룬 뒤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떳떳하지 않지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군대는 입대 시기나 영장 나온 것 없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따르겠다. 쉬면서 제주도로 여행도 가고 신나게 술도 마실 계획이다”
유아인이라는 한 없이 가볍고도 진지한 배우를 마주하면서 ‘육룡의 나르샤’속 마지막 대사에 빗대어 한 마디 부탁했다.
“이방원이 분이(신세경 분)에게 했던 ‘매일매일이 두렵고, 설레고 외롭다’는 완벽한 대사다. 권력자의 모습과 배우는 비슷하다. 기어코 권력을 쥐어야 하거나 스타가 되려고 하는 욕망을 쥐려고 하는 것이 비슷한 것 같다. 최고 권력자는 단 한사람이며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 보다 독보적이고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배우 역시 외로운 존재다. 저 역시 두렵고 설레고 외로운 나날일 것이다. 나 혼자 아무리 쿨 하려고 해도 내 쿨함을 이 세상이 지켜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쿨한 배우이고 싶다”
홍미경 뉴미디어부장 mk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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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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