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고 있는 남자. 그가 바라는 건 오직 섹스다. 문제는 그가 고등학생이라는 것. 법률상 만 19세에 달하지 않은 사람, 미성년자다.
영화 '위대한 소원'(감독 남대중)에는 죽음을 앞둔 시한부 환자 고환(류덕환 분)을 위해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절친 남준(김동영 분), 갑덕(안재홍 분), 고환의 아버지(전노민 분)가 펼치는 고군분투기를 유쾌하게 그린다.
'위대한 소원'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고환의 죽기 전 소원인 섹스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마지막 잎새'가 원제였을 만큼 영화는 시한부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된다.
남준과 갑덕은 고환이 죽기 전 소원으로 섹스를 간절히 바라자 주변 '여고생'들에게 시한부인 고환과 섹스를 요청한다. 결국 멍투성이가 된 두 고교생은 성매매를 위해 업소를 찾기에 이른다.
이를 알게 된 고환부는 이들을 나무라는 듯하더니 금세 고교생 아들의 섹스를 이뤄주는 게 부정이라 느끼고 철부지 아들 친구들과 하나로 뜻을 모은다.
고환부는 업소를 찾아 아들과 관계를 맺어줄 여자를 사러 다니는 웃지못할 행동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세 사람은 하나로 뭉친다. 고교생 친구들과 아버지가 하나되여 성매매 업소를 돌아다니며 고등학생 고환의 섹스를 위해 하나로 뜻을 모은다. 전개는 유쾌하지만 과정은 유쾌하지 않아 아쉬움을 안긴다.
'위대한 소원'은 여자와의 섹스를 접근하는 방식에서 '감정'을 배제했다. 여자를 오로지 본능을 해결하는 수단이자 도구로 삼았다는 점이 불편함을 안긴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당사자가 고등학생이건 사형수건 뭐든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영화는 이런 의구심을 끝까지 지우지 못하게 만든다.
미성년자 성매매라는 불법적이고도 사회 통념에 어긋나는 스토리를 영화는 매우 가볍게 풀어내는 오류를 범한다.
더군다나 고환부가 아들의 소원을 위해 고환모(전미선 분)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은 감독이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여성의 얼굴을 아무렇지 않게 때리는 남편, 또 이를 프레임에 담아내는 방식이 지극히 코믹하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만화처럼 버무려진 특수효과는 이를 증명한다.
'위대한 소원'의 유일한 재미는 안재홍이다. 안재홍은 '응답하라1988'에서 발산한 특유의 코믹한 호흡을 장기로 삼은 모습이다. 비록 저급한 대사일지라도 안재홍의 입을 타고 나오는 말은 웃음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정봉이'는 곧 안재홍이 깨야할 연기적 한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분 좋은 숙제를 안은 안재홍의 성장이 기대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4월 21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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