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블리즈가 더욱 짙어진 윤상의 색깔을 입었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러블리즈 두 번째 미니앨범 ‘어 뉴 트릴로지(A New Trilogy)’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날 러블리즈는 누드핑크 톤의 의상을 차려 입고 나와 사랑스러우면서도 성숙한 모습을 강조했다. 멤버들은 수록곡 ‘책갈피’와 타이틀곡 ‘데스티니(Destiny)’ 무대를 꾸몄다.
베이비소울은 “앨범명 자체가 새로운 3부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에는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시작점이다”라고 남다른 컴백 소감을 밝혔다. 또 멤버들은 “지금까지는 자몽을 먹은 듯한 상큼한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달라져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날 자정 발매된 러블리즈 두 번째 미니앨범 ‘어 뉴 트릴로지’는 ‘캔디 젤리 러브’ ‘안녕’ ‘아츄’ 소녀 3부작의 뒤를 이을 새 3부작 시리즈의 시작과 같은 앨범이다. 앨범명 자체도 ‘새로운 3부작’을 뜻한다.
이에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공개에 앞서 ‘프롤로그 필름’이라는 이름으로 팬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프롤로그 영상 속 멤버들은 푸른 숲 속을 거닐며 요정 같은 자태를 뽐냈다. 청순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케이는 “3부작의 시작인 만큼 스토리가 전개되기 전 프롤로그를 통해 전체적인 콘셉트와 상징성을 전달한다. 독특하고 몽환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이를 설명했다.
‘어 뉴 트릴로지’에는 타이틀곡 ‘데스티니(Destiny)’를 비롯해 ‘퐁당’ ‘책갈피’ ‘1cm’ ‘마음’ 등 총 7개 트랙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데스티니’는 ‘짝사랑의 짝사랑’이라는 안타까운 감정을 태양-지구-달의 관계에 비유한 가사가 돋보이며 뉴 잭 스윙 그루브를 차용한 곡이다. 윤상을 주축으로 한 프로듀싱 팀 원피스가 작곡 및 편곡했다.
윤상은 이날 사회자로 지원사격에 나섰는데, 이 자리에서 러블리즈의 음악과 색깔의 배경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데스티니’는 러블리즈가 기존에 보여줬던 상큼하고 귀여운 이미지보다 성숙하면서도 마이너적인 감성이 강조된 곡이다. 러블리즈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느낌이지만 윤상은 데뷔 이후 많이 보여줬던 코드다.
이에 대해 윤상은 “마이너 풍의 음악을 들으면 그걸 하나의 묶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걸 스스로도 계속 느끼고 있다. 예전의 몇 곡과 비교되는 색깔이라기보다 마이너가 갖고 있는 대표적인 정서가 있듯, 마이너도 큰 리그라고 생각한다”고 마이너도 음악의 한 장르임을 먼저 설명했다.
또 “러블리즈가 세 번의 곡에서 다 짝사랑을 했다. 캔디에 비유하고(캔디 젤리 러브), 수줍게 고백하고(안녕), 감출 수 없는 재채기에도 비유(아츄)도 하는데 어디에도 그 짝사랑이 받아 들여졌다는 이야기는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짝사랑은 아름답고 행복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 양날의 검이다. 그래서 과감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마음을 노래하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고 ‘데스티니’ 탄생 비화를 밝혔다.
‘데스티니’ 뮤직비디오에서 역시 러블리즈 멤버들이 마냥 어린 소녀이기보다 성숙한 여인으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한층 더 감각적이고 재치 있는 은유 등을 통해 세련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에 대해 베이비소울은 “우리가 지구를 표현하고 있는 만큼 원을 콘셉트로 잡았다. 유리구슬, 전등 등 소품도 다 원 모양이다. 두 명씩 짝 지어 있는 샷에서도 카메라도 둥글게 워킹한다”고 설명했다.
안무 역시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팔을 쫙 뻗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절도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동작이다.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자아낸다.
이미주는 “원을 표현하는 안무가 많다. 이전에는 통통 튀는 안무였다면 이번에는 (의미가 담긴) 재미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소울은 “손을 뻗어 동그랗게 하는 것은 지구를 도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동선에서도 원을 표현한 것도 많다”며 포인트 안무인 자전축 춤을 공개했다.
어쩌면 이번 앨범은 러블리즈의 새로운 도약점이자 이들의 또 다른 가능성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상의 마이너 감성을 이렇게도 훌륭하게 소화하는 걸그룹이 또 어디 있을까.
윤상은 “원피스 팀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추는데 거듭될수록 성숙해지고 매력적인 러블리즈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도 “처음에 러블리즈와 작업할 때 이렇게까지 관계가 지속되고 음악적 조언을 해줄 거라고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거듭될수록 이 친구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음악적 색깔, 특히 결정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신스팝을 만들 수 있는 오브젝트라고 생각한다”라고 러블리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또 윤상은 러블리즈와 자신이 위화감 없이 어울릴 수 있었던 것에 대해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지금 활동하고 있는 20대 프로듀서보다 내가 더 음악적으로 어린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 장점인데 철이 안 든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아이 같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는 원피스의 모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파트다. 그걸로 러블리즈의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상이 그저 자신의 음악색깔을 표현하기 위한 통로로 러블리즈를 택한 건 결코 아니다. 러블리즈를 거쳐 이들의 개성과 윤상의 느낌이 한데 섞이며 또 다른 고퀄리티 음악이 탄생했다. 무엇보다 윤상은 러블리즈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기에, 러블리즈는 윤상을 전적으로 믿었기에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그는 러블리즈를 매우 아끼는 눈치였다. 기자들을 상대로 한 쇼케이스는 팬들이 없어 다소 썰렁한 분위기인데, 이에 러블리즈가 잔뜩 긴장하자 윤상은 “우리도 러블리즈를 조심조심 대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를 풀었다.
이런 마음은 러블리즈가 나무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 숲을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윤상은 “내가 참여한 그룹이지만 1등을 한 적은 없었다”고 인정하며 “반드시 1등을 한다고 해서 목표를 이루는 것이기보다, 어떤 음악이 나올까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고 조금씩 다가간다면 그게 러블리즈의 힘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러블리즈 역시 “순위를 따지기 보다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그 기대치에 부응하고 싶다”고 대중과 긴밀히 호흡하기를 바랐다. 이들의 새로운 3부작이 기대되는 진짜 이유다.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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