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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맹랑? 취향저격 드라마 속 판타지

허무맹랑? 취향저격 드라마 속 판타지

등록 2016.06.14 07:01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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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로맨스는 가라, 헛웃음 나오는 터무니 없는 드라마도 가라.

마니아층을 두텁게 형성하고 있는 판타지 소설에 이어, 드라마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판타지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서 판타지란 시청자들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마술적인 것을 뜻한다.

요즘 판타지 요소를 집어 넣은 드라마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기존 드라마의 맥락인 평범한 로맨스에 위화감이 없도록 스며들거나 혹은 아예 판타지 소설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 환상적인 세계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최근 들어 나타난 신선한 방향이다. 극중 판타지적 요소는 작품의 전반적인 흐름을 관통하는 소재로 사용돼 주인공들간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스토리를 헤치지 않을 정도로 개입한다. 아무리 드라마가 허구의 것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시청자들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후자의 경우는 기존 뱀파이어 소재 등을 통해 이미 형태를 드러낸 바 있는 포맷이다. 현실감 높은 드라마의 흥행 속, 완전히 기묘한 세계를 다루며 대중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이러한 경우 설득력 높은 스토리와 몰입을 높이는 그래픽 등이 탄탄하게 뒷받침이 되어 줘야 끝까지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

미녀공심이 / 사진=SBS미녀공심이 / 사진=SBS

◆ ‘미녀 공심이’, 비밀 푸는 동체시력

SBS 주말드라마 ‘미녀 공심이’는 외모와 능력 모든 걸 갖춘 언니 공미(서효림 분)와 마음 하나는 예쁜 동생 공심(민아 분), 두 자매 앞에 나타난 옥탑방 볼매남 안단태(남궁민 분)와 재벌가 댄디남 석준수(온주완 분)까지 네 청춘남녀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린 드라마다.

얼핏 보면 평범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것 같지만, 그 내면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남자주인공 안단태가 동체시력의 소유자인 것. 동체시력은 움직이는 사물에 대해 뇌가 반응, 몸에 행동명령을 내리기까지 일련의 시간적 단위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 마디로 빠르게 움직이는 사물을 마치 슬로우 모션을 건 것처럼 느리게 관찰할 수 있는 것. 동체시력을 갖춘 이들은 실제 현실에도 존재하고 훈련까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마법과 같은 비현실적인 요소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미녀 공심이’에서 안단태의 능력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안단태는 변호사라는 직업과 동체시력을 살려 깡패와 맞서고 여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등 드라마 주인공의 영웅적인 면모를 지니게 됐다.

특히 안단태는 울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그가 사라지는 꿈을 반복해서 꾼 이후로 동체시력을 갖게 됐는데, 그 소년은 바로 어린 시절 납치를 당했던 석준수의 형.

그런 와중 안단태는 석준수의 집안으로부터 그 소년을 찾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앞으로 안단태의 능력을 통해 어떤 비밀을 풀어나갈 수 있을지, 기묘한 꿈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었는지 궁금증이 높아져 가고 있다.

또오해영 / 사진=CJ E&M또오해영 / 사진=CJ E&M

◆ 낯선 女의 미래를 보다··· ‘또 오해영’

‘미녀 공심이’ 주인공의 능력이 스토리의 또 다른 갈래를 터주는 역할을 했다면,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 주인공의 능력은 좀 더 비현실적이면서도 남녀의 로맨스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연결다리 역할을 한다.

‘또 오해영’은 '오해영'이라는 동명이인의 두 여자(서현진 분, 전혜빈 분)와 그들 사이에서 미래를 보기 시작한 남자 박도경(에릭 분)이 미필적 고의로 서로의 인생에 얽혀가는 동명 오해 로맨스물이다.

극중 박도경은 설명 그대로 가까운 미래가 눈 앞에 펼쳐지는 기묘한 현상을 겪는다. 특이한 점은 어떤 낯선 여자의 모습만 보인다는 것인데,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그 여자는 더 이상 ‘모르는 사람’으로 남지 않는다.

박도경이 그리는 여자는 바로 오해영(서현진 분). 그는 박도경과 결혼을 약속했지만 결혼식 당일 나타나지 않았던 여자 오해영(전혜빈 분)과 같은 이름의 소유자. 동명으로 인해 박도경은 파혼녀 오해영이 아닌, 생판 모르는 죄 없는 오해영에 복수를 하며 엮이게 됐다.

담당 의사는 박도경의 증상을 보고, 마음에는 이미 과거 현재 미래가 예견되어 있는데 그 모습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죽음의 순간 오해영(서현진 분)을 놓친 것이 가슴에 사무치도록 아쉬워 자꾸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라고.

박도경의 미래를 보는 능력은 결국 초능력보다, 애절한 사랑의 잔상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믿을 수 없는 판타지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법한 얽히고 설킨 로맨스이자 현실에 깊게 스며든 감정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 ‘또 오해영’이 시청자들을 웃고 울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마녀보감 / 사진=JTBC마녀보감 / 사진=JTBC

◆ ‘마녀보감’, 말로만 듣던 흑마술 등장

앞선 두 드라마가 현실과 밀착된 판타지를 그려냈다면, 이번에는 대놓고 판타지다. 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은 저주로 얼어붙은 심장을 가진 백발마녀가 된 비운의 공주 서리(김새론 분)와 마음속 성난 불꽃을 감춘 열혈 청춘 허준(윤시윤 분)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판타지 사극이다.

제목과 간략한 스토리에서도 엿볼 수 있듯, 드라마는 시작부터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우선 서리는 흑무녀 홍주(염정아 분)의 저주를 받고 태어난 아이다. 그로 인해 서리는 결계로 뒤덮인 흑림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어두컴컴한 그래픽과 배경들, 서로의 죽음과 비밀에 뒤엉킨 얄궂은 운명, 서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도자기 단지로 모든 것을 조종하는 무서운 홍주 등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가 일품이다.

사극 특유의 무겁고 엄중한 분위기까지 더해졌는데, 그렇다고 해서 마냥 축 가라앉은 전개는 아니다. 서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허준의 모습과 그 사이 싹트는 미묘한 로맨스까지, 설렘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로맨틱 드라마다.

게다가 허준과 서리가 주고 받는 통통 튀는 대화들은 어두운 면모와 서로 교차돼 색다른 매력을 그려낸다. 마냥 밝은 것은 아니지만, 중간 중간 드러나는 약간의 위트와 티격태격 대며 케미를 내 뿜는 두 사람은 젊은 판타지 소설 한 편을 읽는 것 같은 흐뭇함을 선사한다.

운빨로맨스 / 사진=MBC운빨로맨스 / 사진=MBC

◆ 미신 맹신부터 타임슬립·귀신까지

현재 방송되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는 운명을 믿고 미신을 맹신하는 심보늬(황정음 분)와 수학과 과학에 빠져 사는 공대 출신 게임회사 CEO 제수호(류준열 분)가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다.

심보늬는 자신과 얽히면 모두 피해를 입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믿는 인물로, 점집을 찾아 다니고 부적을 붙이고 소금을 뿌린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야밤에 나무 뿌리를 파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런 행위들은 모두 자신이 아닌, 동생을 비롯한 타인을 향해 있는 가슴 따뜻한 인물이다.

남자 주인공 제수호는 이런 미신을 결코 믿지 않으며, 냉철 끝판왕을 달린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가슴 아픈 어린 시절을 간직한 츤데레. 제수호는 자신과 정반대인 심보늬를 자꾸만 밀어내지만, 심보늬의 따스한 마음씨는 제수호 마음의 깊은 곳을 건드리며 로맨스를 형성해 나간다.

오는 7월 방송되는 tvN 새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귀신을 때려잡아 돈을 버는 복학생 퇴마사 박봉팔(택연 분)과 수능을 못 치른 한으로 귀신이 된 여고생 귀신 김현지(김소현 분)가 동고동락하며 함께 귀신을 쫓는 내용.

웹툰 연재 당시, 귀신을 무서운 존재가 아닌 친근한 존재로 그려내 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에서는 비주얼 좋은 청춘남녀가 주인공을 맡아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케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오는 8월 방영되는 드라마 ‘보보경심: 려’는 중국소설 ‘보보경심’을 원작으로, 현대 여성이 과거 시대로 타임슬립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로 되돌아가거나 미래로 나아가는 일은 늘 대중의 이목을 끄는 흥미로운 소재 중 하나다.

아이유, 이준기, 강하늘, 홍종현, 백현, 남주혁 등 화려한 라인업은 이미 기대감을 최고조에 이르게 했다. 베일이 벗겨진 ‘보보경심: 려’가 시청자들을 설득할 만한 전개와 구성으로 판타지 요소를 잘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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