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역대 정권들도 비슷한 이유로 정권 말 부패 척결 등을 내세우며 대대적인 사정에 나섰지만 정권 실세들의 비리로 번지면서 레임덕을 자초한 결과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권의 경우 차남이 구속됐고, 노무현 정권도 정권 실세가 사행성 게임 산업인 ‘바다이야기’ 사건에 연류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이명박 정권 때도 부산저축은행 비리수사로 국면전환을 시도했지만 대통령 측근 비리로 번졌다.
물론 이번 사정이 과거 권력형 비리에 촛점을 맞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공교롭게도 검찰은 제3당으로 떠오른 국민의 당 소속 의원들을 먼저 겨냥했다. 공천헌금 의혹이 있는 박준영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지난 주에는 김수민 의원이 2억원대 리베이트를 받았는지 검찰이 공개수사에 착수했다.
대기업 수사는 이명박 정권과 관련 있어 보인다는 의혹의 시선이 많다. 먼저 수백명의 검찰 수사관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벌인 롯데그룹의 경우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 개입한 정관계 로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게 대표적이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대우조선해양과 KDB 산업은행을 덮친 것도 비슷하다. 현 정부가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책임을 전 정권으로 돌리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군기를 잡아 향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이 처한 상황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의혹도 나온다. ‘정운호 스캔들’에서 나타난 법조 비리 의혹과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사건 등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상을 되돌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롯데와 대우조선해양, 동부그룹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효성그룹, 부영그룹 등 업종과 개인을 가리지 않는 동시다발적인 수사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박 대통령은 오늘(13일) 오전 국회에서 개원 연설을 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거론 “우리 국민이 20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화합과 협치였다”면서 “정부도 국회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국정운영을 펼쳐날 갈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국회를 비난하고 모든 잘못을 정부가 아닌 국회에 덤터기 씌웠던 것과는 대비된다.
하지만 앞에선 협치를 말하면서 반대편에서는 정적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 여론이 좋지 않은 기업을 단죄해 이참에 재벌 비리를 뿌리뽑겠다며 시퍼렇게 날을 세웠다. 이번 사정 드라마는 어떤 결론을 낼까? 역대 정권처럼 사정 후폭풍을 맞아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함정에 빠질 지 두고 볼 일이다. 그걸 알고서도 단행했다면 그만큼 레임덕이 더 일찍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걸 권력은 알아야 한다.
윤철규 경제부장 bdrunner@
뉴스웨이 윤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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