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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무죄' 이재용에게 '뉴 삼성'·'글로벌 삼성' 보다 중요한 것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남영동에서

'무죄' 이재용에게 '뉴 삼성'·'글로벌 삼성' 보다 중요한 것

등록 2025.02.04 09:07

수정 2025.02.04 09:53

윤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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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언론은 '뉴 삼성', '글로벌 삼성', '삼성 DNA 회복' 같은 키워드를 헤드라인으로 뽑고 축하의 인사를 대신했다. 하지만 지금 삼성에 필요한 것은 '비전'이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다.

삼성전자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시장은 흔들리고, 회사 내부도 피로하다. 리더십 공백과 전략의 불확실성은 조직의 활력을 떨어뜨렸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세계를 호령했던 삼성은 이제 위기에 휩싸여 있다.

SK하이닉스가 국내 시장에서 앞서가고, TSMC가 글로벌 반도체 왕좌를 차지했다. 삼성의 '위기 극복 DNA'는 예전과 같지 않다. 하지만 DNA는 시스템이 아니다. 사람이다. 글로벌 삼성도 사람이 만든다. 이재용 회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닥에 떨어진 직원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며, 사기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첫째,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 삼성은 아직도 수직적이다. 변화보다 관성이 크다. 리더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유연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과거 삼성의 힘은 '창의적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문화'였다. 그것을 되찾아야 한다.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없이는 혁신도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합병·승계 의혹 관련 2심 선고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선고공판에서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합병·승계 의혹 관련 2심 선고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날 이 회장은 선고공판에서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등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둘째,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단순한 연봉 인상과 성과급 지급이 아니다. 회사가 직원들의 성장과 커리어를 책임진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연구개발(R&D) 투자와 인재 육성 지원이 필요하다. 우수 인재들이 삼성에 남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을 떠나는 인재들이 많아졌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적극적인 스카우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금처럼 기업 문화가 경직된 상태로는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없다. '삼성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않으면 핵심 인재들은 떠날 것이다.

셋째,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CEO가 직원들과 직접 소통한다. 하지만 삼성은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거리가 멀다. CEO가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단순히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라,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경영진이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CEO와 직원 간 격의 없는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를 삼성도 고민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리더의 한마디가 조직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무죄 판결로 경영의 족쇄는 풀렸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자동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다. 이를 극복하는 열쇠는 사람이다. 삼성은 글로벌 전략보다 내부 결속을 다져야 한다. 이재용 회장이 진정한 '뉴삼성'을 만들려면, 가장 먼저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직원이 힘을 낼 때, 삼성도 다시 뛸 수 있다. 이제 삼성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 조직 문화 혁신, 인재 유지 전략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지가 향후 10년을 결정할 것이다. 삼성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지, 아니면 점차 경쟁사들에게 밀려날지는 이 회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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