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서한으로 주주가치 극대화 요구해지배구조 개편 실마리 될 수 있어
우선 이유를 살펴보기 전 엘리엇과 삼성전자의 관계를 알아봐야겠습니다. 폴 싱어(Paul Singer) 회장이 창업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행동주의 헤지펀드(기업에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 주주가치를 높여 수익을 내는 전략을 사용하는 헤지펀드)입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과 인연을 맺었죠. 물론 삼성 입장으로선 악연입니다.
당시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안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했고 합병 조건(1:0.35)도 공정하지 않아, 주주 이익을 훼손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엘리엇의 당시 지분은 7.12%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합병을 꼭 성공시켜야 했던 삼성 입장으로선 뜻하지 않은 곤욕이었습니다. 이후 삼성은 소액주주들에게 주식 위임을 읍소하는 광고까지 냈고 결국 엘리엇의 방해는 무산됐습니다.
물산과 모직의 합병이 이뤄지며 잠시 자취를 감췄던 엘리엇이 전일 삼성전자 특수 배당을 주장하며 다시 화려하게 등장한 겁니다.
엘리엇의 제안은 간략하게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삼성전자 자사주 가치를 높이고 초과자본 효율화 배당정책 개선 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높은 기술력을 가졌지만, 글로벌 경쟁업체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으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엘리엇의 제안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꺼내지 못했던 속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인적분할과 지주 전환의 명분을 엘리엇이 세워 줬다는 겁니다. 지배구조 개편 당근과 함께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정책 채찍을 함께 건넨 셈입니다.
문제는 그 배당 규모입니다. 엘리엇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중 0.62%에 해당하는 76만218주를 보유 중입니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 수준으로 계산하면 약 1862억 수준입니다. 엘리엇에게만 배당한다면야 별로 부담스럽지 않지만 삼성전자의 전체 주식수가 1억4166만9337주나 되니 문제가 커집니다. 또 삼성전자의 주주 중 외국인 비중이 50%를 넘는 점도 국부유출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보유 현금은 약 65조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은 되지만 삼성전자의 2015년도 순이익이 19조원인걸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물론 투자 위험성이 높아도 고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 특성상 삼성전자의 많은 잉여현금은 탐나는 먹잇감인 건 분명합니다.
이러한 엘리엇의 제안은 국내 낮은 배당 수준이 외국인투자자들 눈에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국기업의 배당 성향은 약 18%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을 망라해 최하위권 수준입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끊임없이 지적해온 점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이 배당확대에 나서곤 있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인 건 분명합니다.
실제로 삼성의 경쟁사인 애플과 Qualcomm(퀄컴)의 FCF 대비 주주환원율은 각각 80%, 75% 수준입니다. 또 MS는 최근 44조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며 애플도 향후 4년간 주주환원정책에 215조원의 재원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물론 글로벌 수준으로 봤을 때 엘리엇의 요구는 과도하다 말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지금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이 지극히 낮은 것을 고려하면 기는 아이에게 뜀박질을 시키는 셈입니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이 낮은 건 분명하지만 회사 입장으로썬 30조원의 특수 배당은 현재로썬 부담입니다. 또 이미 삼성전자는 점진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자사주 매입과 배당성향 확대를 약속해둔 상태입니다. 엘리엇이 만약 무리한 배당금을 지속해서 종용할 때는 삼성전자란 회사의 존속과 발전 대신 벌어놓은 돈만 빼먹겠다는 비난을 피할 순 없을 듯합니다.
어쨌든 전문가들은 이번 엘리엇의 제안이 삼성전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는 점에서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6일 삼성전자는 장중 170만원까지 오르며 250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이번 제안이 양쪽의 갈등 요인이라기보다 지배구조 개편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예측해, 당분간 높은 관심이 집중될 전망입니다.
장가람 기자 jay@
뉴스웨이 장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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