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전제 ‘국민적 인식’ 기준 모호업무 조정 역할 부재 시 타격 우려파견 직원 복귀 후 상황 감안 필요완전 해체보다 조직 최소화 택할 듯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관련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래전략실에 대한 여러 의혹과 부정적 시각이 많다고 느꼈다”면서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조직의 심장부이자 계열사별 업무 조정 창구였던 미래전략실은 1959년 회장 비서실로 창설된 이후 구조조정본부(1998~2006)와 전략기획실(2006~2008)로 이름과 기능을 바꿔왔다. 현재의 조직은 2010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일선에 맞춰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해 말 미래전략실의 규모는 한 차례 줄어들었다. 과잉 의전과 비대한 조직을 좋아하지 않는 이재용 부회장의 전면 등장 이후 비서팀이 사라지고 2개였던 전략팀이 하나로 합쳐지는 등 조직을 실용적으로 재편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그러나 삼성이라는 조직의 특수성과 미래전략실이 그동안 수행해 온 업무의 중요성, 여기에 제어하기 어려울 정도로 삼성의 조직 규모가 큰 점 등을 감안할 때 미래전략실의 완전 해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전략실 해체의 전제로 밝힌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과연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가 최대의 맹점이다. 미래전략실의 해체를 요구하는 여론도 있지만 삼성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 미래전략실이 그대로 존치돼야 한다는 여론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전략실이 최근 터진 각종 논란의 확실한 핵심이라는 ‘물증’이 나온다면 해체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기능 축소 형태로 미래전략실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최순실 게이트’의 세부 이슈 중 하나인 정유라 씨 활동 지원에 미래전략실이 주도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다. 의혹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 진행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를 눈여겨봐야 한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대안이 딱히 없다는 점도 미래전략실 완전 해체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여기에는 과거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이후 2년 6개월의 역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은 지난 2008년 비자금 특검 수사를 받은 뒤 경영 개선안의 일환으로 전략기획실의 해체를 선언했다. 그 해 7월 1일 전략기획실이 공식 해체된 이후 계열사 간 업무 조정 역할은 매주 수요일 아침 사장단협의회에서 논의됐다. 그러나 명확한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거액의 투자가 필요한 대목에서 의사 결정 과정에 혼선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전략기획실 해체 직전부터 퍼졌고 실제로 삼성의 성장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따라서 삼성의 거대 조직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계열사 간의 원활한 업무 조정과 업무 간에 있을 수 있는 과오 수정 등을 위해서는 재무와 M&A, 감사, 인사, 대외홍보 등의 조직만이라도 존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미래전략실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이동 문제도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다. 현재 미래전략실 각 팀의 직원들의 원 소속사는 대부분 삼성전자 소속이다. 그러나 일부는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에서 근무하다가 파견된 이들도 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될 경우 각 팀에 파견됐던 직원들은 자신의 원 소속사로 돌아가야 한다. 이 상황에서 업무 중첩 등으로 인해 조직이 어지러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파견 직원들의 복귀 과정에서도 혼란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에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문제다.
결국 여러 정황을 감안하자면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을 폐지하되 조직의 뼈대와 기능을 그대로 두고 조직의 규모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현재 미래전략실의 개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미래전략실의 주력 활동이었던 조정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혁신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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