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되는 섀도보팅···주총문화 바뀔까

한국예탁결제원이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는 섀도보팅 제도가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소액주주들의 권한은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으나 회사의 입장에서는 주주총회 운영이 어려지는 등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1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 정기주총을 개최한 상장법인 2058개사 가운데 642사(31.2%)가 섀도보팅을 요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섀도보팅은 주권발행회사의 요청에 따라 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의결권 행사 주식의 찬성.반대 비율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지난 2015년 1월 1일부터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상장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혀 3년간 연장된 바 있다. 현재 전자투표를 채택하고 모든 주주에게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한 상장법인에 한해 올해 말까지 조건부 유예된 상태다.

그간 섀도보팅 제도는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높은 상장사에서 주로 사용해왔다. 미참가 주주들로 인해 의결정족수가 미달되는 등 현실적인 이유로 주총이 무산되는 사태를 방지하자는 이유에서다.

다만 경영진이 원하는 대로 안건을 상정하고 통과시키기 용이해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지닌다. 이에 섀도보팅이 폐지될 시 그간 비판을 받아온 주주 없는 주주총회 풍경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석이 당연시되고 발언권도 강해질 것이라는 견해다.

섀도보팅이 주로 요청되는 의안은 ‘감사 등 선임’이다. 주총에서 감사 선임을 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상장 폐지의 사유가 되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섀도보팅 요청법인 642개사 가운데 '감사 등 선임' 의안 요청법인은 560곳(87.2%)으로 집계됐다.

최대주주의 지분이 높은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감사위선 선임과 관련해 대주주의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존재하는 탓이다. 현재 상법상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선임은 주총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참석 주식 총수의 2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한 상장사 IR 담당자는 “섀도보팅이 폐지될 경우 경영 투명성 확보와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에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며 “올해 마지막으로 섀도보팅을 활용하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