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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최순실을 언제 알았나?

[이재용 재판, 120일의 기록②]삼성은 최순실을 언제 알았나?

등록 2017.08.10 18:11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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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의 두 번째 독재 이후 사태파억 나서독일에서 박원오 만난 뒤 최순실 영향력 인지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터진 직후에야 알게돼특검, ‘정윤회 문건’ 사태로 모를리 없었을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의 혐의와 관련한 1심 공판이 120여일만에 마무리됐다. 선고는 오는 25일 이뤄진다. 매주 3~4차례 진행된 공판에 나왔던 60여명 증인의 증언을 비롯해 특검과 변호인의 공방, 피고인들의 진술 등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해 본다. 편집자 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삼성이 최순실씨를 알게 된 시점은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영향력을 가진 ‘비선실세’인지를 삼성이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삼성 측은 최씨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만남에서 질책을 당한 이후 상황 파악에 나선 이후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이후에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들었다는 입장이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전 승마협회장)은 지난 2014년 연말 사장단인사에서 삼성SDI 사장에서 물러난 뒤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외협력부문 사장은 은퇴하는 경영진에게 예우 차원에서 주어지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박 전 사장은 대외협력부문을 담당하면서 맡게 된 직함만 8개에 달했다. 그중 하나가 승마협회장이다.

박 전 사장이 승마협회장에 취임한 것은 2015년 3월이다. 한화의 협회장 임기가 끝난 이후에 박 전 사장이 승마협회 회장을 맡았다.

박 전 사장은 협회장을 맡게 된 이후 승마협회 일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협회 내부의 파벌 해소를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선거 도전을 준비하는 정도였다. 당시 승마협회는 ‘박원오파’와 ‘비박원오파’로 파벌이 형성돼 있었다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삼성이 한화보다 못하다’는 질책을 받은 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일로 박 전 사장은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을 만나 승마협회 분위기가 현재 진행사항 등을 보고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첫 번째 만남에서 얘기했던 올림픽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약간 짜증을 냈다고 한다.

박 전 사장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 일로 올림픽 지원을 위한 방법을 서두르게 된다.

승마 전문가를 찾던 박 전 사장은 결국 승마협회에서 영향력이 높은 박원오 전 전무에게 연락하게 됐다. 그가 독일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겠다고 전했다.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선거 준비를 위해 마침 영국으로 출장을 가려고 했던 상황에서 돌아오는 길에 독일을 들리기로 했다.

박 전 사장은 독일에서 박 전 전무를 만나 최씨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듣게 됐다. 특히 박 전 전무가 박 전 대통령의 ‘나쁜사람’ 언급 일화를 소개해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박 전 사장은 “최순실의 모략으로 삼성도 부당한 일에 휘말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온 박 전 사장은 최 전 실장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고 박 전 전무가 요구한 ‘정유라 포함 올림픽 프로젝트’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는 입장을 들었다.

박 전 사장이 돌아온 이후 곧바로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승마협회 부회장)가 독일로 가서 다시 박 전 전무를 만나게 된다. 이후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해 최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의 보고를 받은 최 전 실장은 정유라 지원이 포함된 최씨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겠다는 생각으로 올림픽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만 이 사실을 이 부회장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최 전 실장은 “승마지원 자체는 대통령이 요구한 문제지만 정유라 지원을 대통령이 직접 얘기한 적도 없는데 저런 상황을 보고받으니 뒤에서 장난질을 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일을 이 부회장이 알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유라에 대한 지원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한 것이다. 최 부회장은 “삼성이 지원하는 선수에 정유라는 꼭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것이 뇌물이라는 생각보다는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정유라 지원 사실을 처음 인식한 것은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2016년 8월쯤이었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최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유라에 대한 지원이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에게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고 밝혔다.

반면 특검 측은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측이 박 전 대통령과의 첫 번째 만남 이전에, 늦어도 두 번째 만남 이전에 최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첫 번째 만남 이전이 2014년 4월에 공주승마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고 두 번째 만남 이전에는 ‘정윤회 문건’ 사태로 떠들썩했던 만큼 삼성이 정유라의 존재를 모를리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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