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거듭 사죄의 뜻을 밝히며 고개를 떨궜다. ‘비리 종합세트’와 ‘엉망진창’. 금감원에 붙는 수식어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금감원의 ‘채용비리 사태’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 금감원 고위 간부가 특정인을 위해 채용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금융감독 기구인 금감원의 신뢰도는 하루 아침에 곤두박질쳤고 예상대로 이날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의 강도 높은 지적이 계속됐다.
하지만 곱씹어보면 씁쓸한 구석이 있다. 단지 수장이라는 이유로 모든 비난의 화살을 취임한지 막 1개월이 지난 신임 원장에게 돌린다는 게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의문에서다.
정작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은 이날 국정감사장에 함께하지 않았다. 관련 임원의 경우 사표가 수리되면서 국감에 앞서 금감원을 떠났다. 또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진 금감원 간부 출신의 금융권 유력인사, 아들의 채용을 부탁한 국책은행 부행장 등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결국 애꿎은 최 원장이 사태의 책임을 뒤집어쓴 모양새가 됐다.
물론 상부의 지시를 따랐을뿐이라면 전직 임원은 억울한 감정을 가질 수는 있겠다. 금감원 ‘변호사 채용비리’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법이 지난달 선고 공판에서 “행위를 하게 한 방아쇠는 따로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금감원 채용비리 사태가 사회 전반에 불신을 가져왔다는 점을 통감한다면 이들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싶다. 비록 유무죄를 따지는 중이라 할지라도 감독기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진심을 담은 사과로 책임감을 보여야한다는 얘기다.
특히 돈이 없어서, 배경이 없어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114만 청년실업자 그리고 상부의 비리에 이유없이 눈총을 받는 금감원의 유능한 직원 모두 사과를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부디 이번 사태의 위중함을 받아들여 관련자들이 뒤에만 숨어있지 않기를 바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