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할머니들 뜻에 어긋나는 합의, 대통령으로서 사과드려”할머니들의 작은 소망인 ‘대통령과 기념촬영’도 이뤄져 대통령경호처, 할머니들 청와대 왕복 시 최고 예우로 이동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28 합의 관련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이번 오찬 자리를 마련했다.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향후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번 오찬 전 현관 입구에 서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일일이 반갑게 맞이했다. 또 개별 이동으로 늦게 도착하신 한 할머니를 위해 15분간 현관에서 기다렸다가 함께 입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오찬 때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에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고 기쁘다”며 “저희 어머니가 91세이신데 제가 대통령이 된 뒤로 잘 뵙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들을 뵈니 꼭 제 어머니를 뵙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할머니들을 전체적으로 청와대에 모시는 게 꿈이었다. 드디어 한 자리에 모시게 되어 기쁘다. 국가가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봐달라”며 “과거 나라를 잃었을 때 할머니들께서 모진 고통을 당하셨다. 해방 이후에도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면서 고개를 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28 합의 관련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 못된 것”이라고 할머니들 앞에서 강조했다.
이에 이용수 할머니는 “내 나이 90살에 청와대 근처에도 못 와봤는데 문재인 대통령께서 당선되고 벌써 두 번이나 청와대에 들어왔다”며 “2015년 12월28일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목조목 밝혀주어 가슴이 후련하고 고마워서 그날 펑펑 울었다”고 답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과,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로 애쓰시는데 부담 드리는 것 같지만 이 문제는 해결해 주셔야 한다.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하는데,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하면 된다. 국민이 피해자 가족이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면 세계평화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옥선 할머니는 “대통령이 바뀌고 할 말을 다해주시니 감사하고 이제 마음 놓고 살게 되었다.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일본은) 아직도 사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어린 아이를 끌어다 총질, 칼질, 매질하고 죽게까지 해놓고, 지금 와서 하지 않았다 게 말이 되나.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나. 사죄만 받게 해달라. 대통령과 정부를 믿는다”고 덧붙였다.
오찬이 끝난 후 김정숙 여사는 할머니들께 일일이 목도리를 직접 매줬다. 김정숙 여사가 할머니들게 선물로 드린 목도리는 아시아 빈곤여성들이 생산한 친환경 의류와 생활용품을 공정한 가격에 거래하는 패션업계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찬 후 할머니들의 작은 소원도 이뤄졌다. 할머니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진찍기를 요청했고, 이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할머니들 한 분 한 분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편 오찬에 앞서 나눔의집에서 출발한 할머니들은 대통령비서실에서 제공한 의전 차량을 이용해 청와대까지 경찰 에스코트 아래 국빈 이동시와 같은 최고 예우로 이동됐다. 이와 관련 대통령경호처에서는 할머니들의 건강상 불편사항에 대비해 구조차량 등도 배차했다. 할머니들의 오찬 후 나눔의집 복귀 때도 같은 방법으로 이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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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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